기고
일터 현장의 갈등, 해법은 파트너십이다
우리 일터는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거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과거의 노사문제가 임금이나 근로조건을 둘러싼 단편적 이슈였다면 오늘날 일터의 갈등은 훨씬 복잡해졌다. 임금을 넘어 성과·이윤의 배분까지 고려해야 한다. 디지털을 넘어 AI시대의 직무 전환과 고용 불안도 걱정이다. 전통적 노사를 넘어 원하청 관계, 플랫폼과 프리랜서 등 법적 고려 대상도 넓어졌다.
매년 임금교섭도 어려운데 이렇게 변수가 많아지고 서로 얽혀진다면 더는 개별 사업장의 노력만으로 풀기 어렵다. 더구나 갈등이 이미 표출됐다면 결국 법대로 해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상처는 깊어진다. 겉으론 해결돼도 속으론 앙금이 남아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무엇부터 해야 할까.
왜 다시 파트너십인가
복잡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자. 수학의 기본이 사칙연산이라면 노사관계의 기본은 파트너십이다. ‘대화와 타협’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 익숙한 말들이다. 그런데 서로 대화하려면 상대방을 파트너로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아도 대화하고 교섭할 수 있다. 가짜 대화일 뿐이다.
파트너십은 관계의 시작이지만 동시에 해결사이기도 하다. 갈등이 일어난 후 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미리 예방할 수 있다면 훨씬 효과적이고 경제적이지 않을까. 노사 간 진짜 대화를 통해 효과적으로 갈등을 예방하려면 파트너십이 우선돼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상생 파트너십 지원사업’이 돌아왔다. 노사발전재단은 2010~2023년까지 1645개 사업장의 노사 간 파트너십 형성을 지원해 왔다. 2024~2025년은 중단됐다. 하지만 그 공백을 뚫고 그간 쌓인 갈등을 풀며 앞으로 나가기 위해 새로운 파트너십 사업으로 돌아왔고 줄여서 ‘돌파’라고 부른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돌파를 ‘쳐서 깨트려 뚫고 나아감, ‘장애나 어려움 따위를 이겨냄’으로 정의한다. 그래서 돌파는 ‘돌아온 파트너십 사업으로 현장의 어려움을 돌파한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번에 ‘돌파’는 기존과는 비교 불가다. 과거에는 주로 개별 사업장의 노사를 지원했다면, 이번에는 지원 대상을 원하청, 복수 사업장, 노사단체, 업종별 협의회, 지역 노사민정협의회 등으로 대폭 확대했다. 갈등의 원인이 개별 담장을 넘어 지역과 산업 전반에 퍼져 있음을 직시한 결과다.
또 다른 변화는 전문가의 밀착 코칭이다. 과거에는 파트너십 형성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성과급 갈등이나 산업전환 이슈는 당사자끼리 해결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에 비용 외에도 전문가 풀을 가동해 자문 조정 중재 교육 등 맞춤형 솔루션까지 지원한다. 실제로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직무변화, 현장 실태분석, 노사공동의 규범을 마련하기 위해 노사공동 워킹그룹을 운영하는 보건의료산업의 사례도 있다. 파트너십 지원을 통해 현장이 변하고 있다.
파트너십 지원의 본질은 단순한 비용 보조가 아니다. 노사가 스스로 문제를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해법을 도출할 수 있는 ‘자율적 문제해결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재단은 노사가 서로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도록 밀착 마크하고 있다. 특히 관리 역량이 부족한 중소·중견 기업에는 갈등을 예방하는 탄탄한 방패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올해 전국 5개 지사에 ‘노사상생센터’를 신설, 지역 내 파트너십 형성과 갈등을 예방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새로운 파트너십, 변화와 용기
지금 일터에 필요한 것은 규제나 강제력이 아니다. 노사가 공감할 수 있는 ‘상생의 언어’가 필요하다. 재단은 현장에서 소통의 물꼬를 터주고 성공 사례들을 자산화해 다른 사업장의 이정표가 되도록 뒷받침할 것이다. 이정표들이 모이면 우리 사회의 건강한 노사관계 생태계로 가는 지도가 완성되지 않을까.
‘돌파’는 특정 사업의 애칭을 넘어 우리 노동시장의 방향이기도 하다. 서로를 인정하는 기본으로 돌아가 일터를 바꾸려면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려움을 돌파해 나가는 ‘용기’다. 고대 철학자 세네카는 “우리가 어떤 일을 감히 하지 못하는 것은 그 일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감히 나서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변화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서로를 향한 존중과 기본을 다지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노사 모두가 용기 있게 나서야 할 때다. 서로를 수단이 아닌 파트너로 인정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일터에서 실현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상생의 완성이다.
박종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