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고금리 시대를 살아가는 법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가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상향 조정했으며 연내 추가 인상까지 예고한 상태다. 앞서 지난 6월 유럽중앙은행(ECB)이 3년 만에 금리를 올린 데 이어 일본은행도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1.0%로 0.25%p 인상했다. 미 연준도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야말로 금리인상이 뉴노멀이 된 셈이다.
금리인상이 본격화 되면서 대출의존도가 높은 가계와 자영업자의 금융비용 부담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금리인상으로 가계·자영업자 부담 가중
현재 대한민국 가계와 자영업자들은 점점 더 부채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6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74조9608억원으로 전월대비 4조1378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월 말 615조1456억원으로 석달 연속 증가했고 개인신용대출도 2조1550억원 늘어 증가세를 이어갔다.
1분기 자영업자들이 금융권에서 빌린 대출 잔액과 연체액도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대출 잔액은 1095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불과 3개월 만에 2조6000억원이 늘었다. 대출 종류별로는 사업자 대출이 745조5000억원, 가계대출이 350조원이다.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한계 상황에 놓인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1분기 말 기준 645조원이다. 지난해 말(647조7000억원)보다 소폭 줄었지만 1인당 평균 대출액은 3억9000만원으로 유지됐다. 대출자 수가 같은 기간 164만4000명에서 163만6000명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대출 잔액이 늘며 부실 위험도 커지고 있다. 한달 이상 원리금을 연체한 자영업자 연체액은 1분기 말 22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원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연체율 역시 2.04%로 상승해 2015년 2분기 말 이후 10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소득 수준별로는 영세 자영업자와 고소득 자영업자의 대출과 연체가 나란히 늘었다. 저소득(하위 30%)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153조2000억원, 고소득(상위 30%) 자영업자는 744조9000억원으로 둘 다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취약 차주가 집중된 제2금융권의 부실 위험은 더 가파르다. 1분기 말 저축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12.79%로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카드·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회사 연체율도 3.98%로 올랐다.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의 이자부담은 수치로 확인된다. 한국은행이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올라 대출금리가 0.25%p 상승하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이자 부담은 연간 1조8000억원이 늘어난다.
또 금리가 0.50%p 상승하면 전체 주담대 이자 부담은 3조7000억원 늘어나고 0.75%p 오르면 5조5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가계부채 문제는 개인의 재무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자부담 증가는 민간소비 감소로 이어지며 이는 소상공인의 매출 감소와 기업의 생산활동 위축을 부른다. 결과적으로 과도한 부채는 내수침체를 야기하고 경제성장 동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금리인상기에는 가계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부채상환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다.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여야 소득감소나 경기변동 등 외부충격에 대응할 수 있다.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고금리 대출을 상환하는 것은 확실한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는 재무적 대안이 된다.
고금리 환경에선 빚부터 갚는 게 경쟁력
고금리 환경에서는 기존의 자산 확장 방식이 작동하기 어렵다. 지출 통로를 점검하고 부채 비율을 낮추는 재무구조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 부채를 줄여 재무적 체력을 확보하는 것이 개인 재정을 보호하고 국가 경제의 리스크를 줄이는 실질적인 방안이다.
부채관리는 우선순위에 따라 접근해야 한다. 정책금융이나 장기 대출은 유연하게 대응하되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과 카드론 등은 우선 상환해야 한다. 여러 채무가 존재할 경우 금리가 높은 순서대로 상환하는 것이 이자 지출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정부와 금융권의 정책대응도 요구된다. 한계 상황에 직면한 취약 차주에 대한 채무조정 체계를 정비하고 금융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가계가 자산과 부채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구조적인 안내와 지원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이형재 재정금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