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일구는 사람들 21 고영현 세종기술 대표

28년간 쌓은 화학플랜트 능력…신산업에서 꽃 피워

2026-07-29 13:00:01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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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기·열교환기 EPC 역량 … 전고체 소재 생산설비 공급

폐페트병 ‘화학적 재활용’ 최고 … 대기업과 공장구축 논의

수출 2천만달러 달성 … 베트남·인도네시아 해외시장 공략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강력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세계는 불확실성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한국은 지속되는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다. 사상 최대 수출을 기록하고 있지만 극히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수출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 성장은 혁신정신이 일궈 온 성과다. 내일신문은 기업가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혁신가들을 연재한다. 그들의 고민과 행보가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좋은 지침을 담고 있어서다

지난 10일 고영현 세종기술 대표가 부산 강서구 본사공장에서 화학플랜트 핵심설비인 반응기 제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형수 기자
1978년 진주 기계공고를 나왔다. 사회 첫발은 화학공장 기계설비 현장이었다. 이곳에서 13년간 기계쟁이로 잔뼈가 굵었다. 1998년 회사(세종화공기계)를 차렸다. 현장출신이기에 고객이 원하는 설비를 더 잘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외환위기 발생 직후라 발주가 없었다. 인력유치도 어려웠다.

미래를 보고 창업 동기들과 완벽한 ‘압력용기’ 개발에 매달렸다. 이 과정에서 반응기와 열교환기 등 화학플랜트 핵심설비의 공정설계 기술력을 쌓았다. 기술혁신 노력은 2008년 6월 기술혁신형(이노비즈) 인증을 획득했다. 2015년 베트남, 2023년 인도네시아에 현지법인을 세우며 해외시장에 진출했다. 이듬해인 2024년 수출 2000만달러를 달성했다.

최근 2011년 기업부설연구소 설립하며 착실히 준비해 온 신산업 분야에서 열매가 맺기 시작했다. 2차전지, 폐PET 재활용, 원자력 설비 분야에서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매출 224억원, 영업이익 11억원을 기록했다. 미래 포부는 크다. 신사업을 기반으로 2030년 매출 1000억원, 수출 5000만달러를 목표로 삼았다. 공고출신 고영현 대표가 이끄는 세종기술의 성장기다.

◆모든 생산설비 공정 섭렵 = “부산의 전통 화학플랜트 전문기업이 28년간 축적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2차전지 친환경 원자력 등 신산업 분야의 작지만 강한기업이 되겠다.”

지난 10일 부산 강서구 세종기술 본사에서 만난 고영현 대표는 회사미래에 대해 자신감을 표했다. 세종기술은 중소기업에선 드물게 설계, 조달, 시공, 시운전, 인허가까지 플랜트의 모든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턴키 EPC 역량을 갖춘 기업이다. EPC란 Eengineering(설계), Procurement(조달), Construction(시공)의 약자다.

고 대표는 처음부터 공사금액이 작아도 EPC를 고집했다. 한 분야 기술만으로는 부가가치가 적을뿐더러 지속성장에 한계를 노정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의 한우물 전략은 맞아 떨어졌다.

세종기술은 화학플랜트 전공정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설비와 장치를 개발해 설치하고 시운전까지 모든 경험을 축적하게 된 것이다. 세종기술은 중소기업에서는 유일하게 미국기계학회(ASME)의 U(압력용기 제작)·S(발전용보일러 제작)·PP(압력배관 제작·조립) 스탬프(인증)를 획득했다. 한국수력원자력 품질인증과 ISO 45001(안전보건경영시스템) 기반의 안전관리체계도 갖췄다. 이는 △2차전지 전고체 소재(Li₂S) 생산설비 △폐PET 재활용 플랜트 구축 △원자력 기자재 등 신산업 추진의 동력이 됐다.

◆원자력 해체시장 진출 계획 = 성과는 이미 나오고 있다. 삼성전기에 적층형콘덴서(MLCC) 원료의 나노입자제조 설비 공급을 1~3차까지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하반기 4차 수주를 앞두고 있다.

2차전지 전고체 소재(황화리튬) 생산설비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폭발 위험을 없앤 기술을 개발해 2024년 8월부터 시험생산에 들어갔고 지난해 4월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이미 전고체 소재 3차 증설에도 착수했다. 이를 통해 내년 6월까지 제품을 생산한다.

친환경 분야에서는 ‘화학적 재활용’ 플랜트 공정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구현했다. 폐페트병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초기 원료상태로 만드는 시설이다. 품질 저하없는 무한 재활용이 가능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친환경적 기술이다. 올해 말까지 5000톤 규모 상세설계를 마치고 장기적으로는 연간 5만톤 규모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고 대표는 “2030년 재생 플라스틱의무화 정책에 발맞춰 울산 소재 주요 대기업들과 상업용 플랜트 구축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원자력 해체시장 진출도 공식화 했다. 지난해 원전기업(그린) 인증을 비롯해 한전KPS와 한국수력원자력에 협력업체 A등급 등록을 마쳐 원전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 특히 방사성오염 장비 폐기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케미컬 재염기술’ 특허를 기반으로 한수원과 협의를 마무리 한 상태다.

해외시장에도 진출했다. 국내 A사의 인도네시아 생산기지 건립 당시 7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13개월 기한 내 준공했다.

◆77세 직원 임금피크 없어 = “직원들이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놓는 게 꿈이다.”

고 대표에게 회사성장의 키다리아저씨는 ‘직원’이다. 그는 직원의 도움으로 회사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믿는다. 회사에 정년이 없는 이유다. 세종기술에선 나이를 먹어도 누구나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실제 창업 때부터 고 대표와 함께한 동료 2명이 근무하고 있다. 최근 77세에 퇴직한 직원은 임금피크 없이 기존 급여를 받았다.

부산에서 28년간 묵묵히 한 우물을 판 고영현 대표와 세종기술의 발걸음이 주목된다.

부산=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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