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성장주에서 대형 우량주로

2026-07-29 13:00:02 게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AI 활용 성과·재무건전성이 새 투자 기준 … 반도체주 급락 속 전통 우량주 강세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아메리칸(AMEX) 거래장에서 선물·옵션 트레이더들이 거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증시에서 투자자들이 부채 부담이 크고 실적이 불안정한 종목보다 안정적인 이익과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춘 대형 우량주로 이동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마켓워치는 모건스탠리의 분석을 인용해 최근 미국 증시가 2021년과 유사한 경기 사이클 중반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다만 이번에는 인공지능(AI)을 실제 사업에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기업이 새로운 주도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수석 미국 주식 전략가는 미국 증시에서 높은 부채, 고위험 종목보다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 우량주 중심의 순환매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 회복 초기에는 매출 증가에 따른 고정비 부담 완화 효과가 기업 이익을 끌어올리지만, 경기 확장세가 중반으로 접어들면 이익의 지속성과 재무 건전성이 더 중요한 투자 기준이 된다는 설명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8일 이 같은 순환매 과정에서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기업의 이익률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AI 반도체·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공급 기업에서, AI를 실제 사업에 활용해 비용을 줄이고 매출을 늘리는 AI 활용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가 S&P500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 AI 도입으로 측정 가능한 효과를 얻었다고 밝힌 기업은 전체의 25%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보다 11%p 높아졌다. 모건스탠리는 AI 도입이 기업들의 순이익률을 2027년까지 약 1%p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AI 활용 기업으로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애플, 쇼피파이, 로블록스, CVS헬스, 딕스스포팅굿즈, 콘스텔레이션에너지 등이 꼽혔다. 기술 기업뿐 아니라 유통과 헬스케어, 에너지 등 전통 산업에서도 AI를 활용한 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AI 인프라 기업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시선은 한층 신중해지고 있다. 알파벳과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대형 기술기업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투자 규모에 걸맞은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AI 투자 열풍이 꺾이는 것이 아니라 투자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는 AI에 얼마나 많은 자금을 투입했는지보다 이를 비용 절감과 매출 증가, 이익률 개선으로 연결했는지가 주가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시장에서도 이런 흐름이 나타났다. 28일 S&P500지수는 0.21% 오른 7428.78에 마감했지만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4.5% 급락했다. 잉여현금흐름 전망이 개선된 보잉은 4.8%, 연간 실적 전망을 높인 코카콜라는 5% 올랐다. AI 성장 기대가 큰 반도체주보다 실적과 현금창출력이 확인된 전통 우량주가 강세를 보인 것이다.

AI 투자비가 빅테크의 재무구조를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는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자료를 인용해 일부 미국 대형 기술기업의 AI 설비투자가 2027년 현금창출 능력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오라클의 2026회계연도 설비투자는 영업현금흐름의 174%에 달했다. 투자자들이 AI 투자 규모 자체보다 투자비를 감당할 재무여력과 실제 수익 창출 여부를 따지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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