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가족사건 상시 관리체계 마련

2026-07-29 13:00:28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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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조사서 117건 확인 … 44건 다른 경찰관서 이관

경찰이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을 계기로 경찰관 가족이 연루된 사건을 처음으로 전국 단위에서 전수조사한 결과 모두 117건이 확인됐다. 경찰은 이 가운데 44건을 시·도경찰청이나 다른 경찰관서로 이관하고, 가족 사건을 상시 관리하는 운영방안을 마련해 내부 이해충돌 관리체계를 정비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28일 지난 10일부터 22일까지 실시한 경찰관 가족 사건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사건 관계인이 해당 사건의 수사(입건 전 조사 포함)가 진행되는 경찰관서에 근무 중이거나 최근 3년 이내 근무한 경찰관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인 경우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경찰은 사건별 수사 진행 상황과 다른 경찰관서 이관 필요성 등을 함께 점검했다.

이번 조사는 경찰관 가족 사건을 대상으로 실시한 첫 전국 단위 점검이다. 그동안 개별 사건에서 이해충돌 문제가 제기되면 담당 경찰관 제척이나 다른 경찰관서 이관 등의 조치가 이뤄졌지만, 관련 사건을 전국 단위로 집계하고 관리 실태를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이번 조사 결과를 향후 상시 관리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조사 결과 모두 117건이 확인됐다. 경찰은 공정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44건을 시·도경찰청이나 다른 경찰관서로 이관했다. 나머지 73건은 기존 경찰관서가 계속 수사하되 매월 수사의 적절성을 재점검하기로 했다.

다만 경찰은 어떤 기준으로 44건을 이관하고 73건은 기존 경찰관서에서 계속 수사하도록 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가족인 경찰관의 직급이나 근무 부서, 사건의 중대성, 수사 공정성에 미칠 영향 등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도 설명하지 않았다. 향후 마련될 상시 관리방안에는 이관 기준과 보고 절차를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찰 착수·전북 사례도 확인 = 조사 과정에서는 이해충돌 방지 규정을 위반한 사례도 확인됐다.

한 경찰관은 보이스피싱 피해를 본 가족 사건을 직접 담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관은 가족 사건을 맡게 될 경우 스스로 제척을 신청해야 하지만 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해당 사안에 대해 감찰에 착수했다.

전북경찰청이 수사 중인 현직 경찰관 사건도 이번 조사에서 확인됐다. 이 경찰관은 여교사를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는 고등학생 아들의 휴대전화를 파손해 증거를 없앤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청은 이처럼 수사나 감찰이 필요한 가족 사건은 원칙적으로 시·도경찰청이 담당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보이스피싱 사건은 이해충돌 방지 규정이 있음에도 당사자의 제척 신청이 이뤄지지 않으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북 사례 역시 경찰관 가족이 연루된 사건에서 수사의 공정성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오른쪽)과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이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찰 수사 내부비리 근절 및 민주적 통제 강화 관련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대국민 담화문 발표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일회성 점검 넘어 상시 관리로 = 이번 조사는 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경찰 수사 내부비리 근절 및 민주적 통제 강화 방안’의 후속 조치이기도 하다.

정부는 경찰관 가족이 연루된 사건은 해당 경찰관서가 아닌 다른 경찰관서가 맡도록 하는 이른바 ‘상피제’ 도입 방침을 밝혔다. 사건은 시·도경찰청이 직접 수사하거나 다른 경찰관서로 이관해 처리하고, 사건 관계인이 경찰관 가족으로 확인되면 즉시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경찰청은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가족 사건을 상시 관리하는 운영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건 접수나 수사 과정에서 경찰관 가족이 연루된 사실이 확인되면 즉시 보고하고, 시·도경찰청 직접 수사나 다른 경찰관서 이관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를 마련해 이해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기존 경찰관서가 계속 수사하는 사건도 정기적으로 적절성을 점검하는 방안이 함께 검토된다.

이번 조치는 경찰 내부 이해충돌 관리체계를 제도화하는 첫 단계라는 의미가 있다. 다만 상시 관리체계의 실효성은 사건 이관 기준과 점검 절차를 얼마나 일관성 있게 마련하고 현장에서 적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윤기 사건과 전북 사례를 계기로 친족이 가족의 범죄 증거를 인멸한 경우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형법상 ‘친족 특례’에 대한 재검토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형법은 친족이나 동거 가족이 본인을 위해 증거를 인멸한 경우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대범죄나 수사기관 종사자가 연루된 사건까지 일률적으로 면책하는 것이 타당한지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경찰 내부의 이해충돌 관리 강화와 함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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