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금리 ‘실책성 동결’… 인상의견 3명
중동발 물가 불확실성에 인플레 우려 커져
워시, 시장 자율긴축 강조…채권시장 ‘실망’
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5회 연속 동결했다. 다만 연준 내부에서 동결 결정에 반대한 위원 3명은 금리인상을 주장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조만간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데 베팅해 온 금융시장은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시장의 자율긴축만을 강조하며 금리동결 배경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한 점에 실망해 주식과 채권 동반 매도로 대응했다. 중동발 물가 불확실성이 커지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는 가운데 연준이 ‘실책성 동결’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현지시간) 미 연준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다. 성명서 문구도 6월과 사실상 동일했다.
연준은 성명서를 통해 “중동전쟁으로 불확실성이 높으나 경제활동은 견조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은 목표치(2%)에 비해 높은 수준이지만,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6월과 달리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등장했다. 이번 회의에서 베스 해맥(클리블랜드), 닐 카시카리(미니애폴리스), 로리 로건(댈러스) 등 위원 3명은 0.25%p 금리 인상 의견을 내며 동결 결정에 반대했다.
워시 연준 의장은 금리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완화된(soft) 인플레이션 목표는 없다”며 “오직 단 하나의 목표, 그것은 (물가상승률) 2%”라고 밝혔다. 연준은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을 ‘양대 책무’(dual mandate)로 표현하며 추구한다. 글로벌 에너지 공급 충격으로 인한 미국 내 물가상승을 잡는 데 주력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워시 의장이 물가안정에 대응한다는 원칙론만 되풀이할 뿐 구체적인 방법론이나 행동계획에 대한 단서는 제공하지 않아 시장은 크게 실망했다. 지난 5년간 지속된 물가 상승 기대를 통제하겠다며 물가 안정 의지를 거듭 강조한 연준이 왜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푸르덴셜 파이낸셜 산하 자산운용사 PGIM의 로버트 소킨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이번 기자회견의 가장 큰 실패는 워시 의장이 왜 인상하지 않았는지 설명하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워시 의장이 금융시장이 스스로 금융환경을 긴축한 것에 대해 안도하며 시장금리 상승을 용인한 점이 지적된다. 워시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시장은 함께 움직이면서 우리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고, (6~7월 FOMC) 회의 사이 기간에 금융 여건을 긴축시켰다”며 “이는 연준이 목표를 완수할 수 있는 능력과 역량을 갖고 있다는 데 대해 어느 정도 안도감을 줬다”고 말했다.
워시 의장의 발언 이후 채권시장에서 3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뉴욕증시 마감 직후 5.21%로 전장 대비 0.11%p 급등(채권가격 하락)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전인 지난 2007년 7월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도 이날 0.1%p 가까이 오르며 뉴욕증시 마감 직후 4.7%를 터치했다.
전문가들은 채권시장이 워시 의장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평가했다. 이른바 채권시장 ‘자경단’이 워시 의장의 기자회견 이후 연준이 인플레이션 대응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하며 미국채 투매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에 “정말로 2% 물가 목표에 도달하고 싶다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