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전기·가스 소비↓ … 한국은 전기소비↑
수요증감은 날씨요인보다 가격· 정책·효율이 더 중요
"요금 정상화와 효율 개선은 근본적인 소비절감 수단"
국제에너지가격 인상, 지정학적 불안, 이상기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유럽연합(EU)의 전기·가스 소비가 감소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가스소비가 소폭 감소했을 뿐 전기소비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가스 수요 감소요인은 통제불가능한 날씨보다 인위적 요인인 가격· 정책·효율향상 노력이 더 중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11일 한전 경영연구원이 펴낸 '2022년 EU 전기·가스 소비감소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EU의 전력소비량은 전년 대비 80테라와트시(TWh) 감소한 2471TWh를 기록했다. 전년대비 3% 감소한 수치다.
프랑스 독일 두 국가의 감소량이 32TWh로 EU 감소량의 40%를 차지했다. 스웨덴(6.8TWh) 스페인(5.3TWh)도 높은 감소량을 보였다.
같은 기간 EU의 천연가스 소비량은 전년 대비 13% 감소한 2094페타줄(PJ·국제에너지 측정단위)을 기록했다. 독일 네덜란드 등 서유럽 국가 소비감소량이 1174PJ로 전체 감소량의 절반을 넘었다.
전년대비 감소율은 네덜란드 22%, 폴란드 17%, 독일 15%, 이탈리아 10% 등이었다. 핀란드 47%, 스웨덴 31%, 덴마크 19% 등 북유럽 국가의 소비감소율은 EU 평균치 13%를 크게 웃돌았다. 다만 사용량이 다른 국가에 비해 적어 감소량도 121PJ에 그쳤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온화한 날씨, 가격상승, 정부정책, 생산축소 등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소비감소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날씨에 의한 전력소비 감소량은 전체 감소량의 20% 수준인 17TWh이며, 요금인상 등 다른 원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전 경영연구원은 설명했다.
또 보고서는 EU의 경우 요금인상에 따른 소비자 행동 변화, 난방에너지 소비 감소, 보일러교체 및 건물효율 개선을 통해 가스소비를 감축(28bcm=10억m³)했다고 분석했다. 산업용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가스원료 중간재를 수입으로 대체한 경우가 많았다.
아울러 연료를 석유나 석탄으로 전환했으며, 생산을 축소해 소비가 줄었다(25bcm)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별 여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날씨변화는 전기소비감소량의 15~46%, 가스소비감소량의 25~47% 영향을 미쳤다. 이에 비해 인위적 노력은 전기 소비감소량의 54~115%, 가스 소비감소량의 53~75%의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은 2022년 전력소비량 14.6TWh 감소(전년대비) 중 정부규제와 캠페인 등 정책적 노력을 통해 전체 절감량의 61%(8.9 TWh)를 이끌어냈다. 프랑스도 전체 전력감소량의 54%가 에너지절약 캠페인, 효율개선 유도 등 정책적 노력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가스 소비는 소폭 감소(-1%)했지만, 전력 소비는 오히려 증가(3%)했다. 2022년 세차례 요금 인상을 통해 전기요금이 11.5% 상승했지만, 전력소비 변화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에너지절약 캠페인 효과도 미미했다.
한국의 주택용·산업용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각각 54%, 66%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하다.
한전 경영연구원은 "요금 정상화는 에너지소비 합리화를 위한 기본수단"이라며 "원가의 적절한 반영, 에너지원간 가격왜곡 해소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통합적으로 고려한 가격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에너지위기 같은 유사시에는 소비자 에너지절약을 이끌기 위한 범국가적 규제정책 추진도 검토할 만하다"며 "효율개선은 중장기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소비절감 수단으로 소비자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 수 있는 지원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