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순씨 문순씨' 돋보인 광역선거
서울 기초까지 동반상승 효과 … 강원 기초 완패에도 승리 이변
6월 4일 치러진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원순씨와 문순씨의 힘이 돋보였다.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는 초반부터 여유있게 앞섰을 뿐 아니라 기초단체장 후보 득표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고 최문순 강원도지사 당선자는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완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승리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결과만 놓고 보면 광역단체장 선거는 야당 승리로 마무리됐다. 4년 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여당이 9곳, 야당이 8곳에서 승리했지만 이번에는 역전됐다. 하지만 역대 어느 선거보다 치열한 접전이 펼쳐져 마지막 순간까지 개표상황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세월호 참사로 '분노한 엄마들'의 표심 작용여부가 관심을 끌었던 수도권에서는 의외로 여당이 2대 1로 승리를 거뒀다. 서울에서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출구조사부터 당초 예상했던 표차를 뛰어넘어 10~12%p 차이로 앞서가면서 자정쯤 연임을 확정지었다. 경기에서는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가 막판까지 추격해온 김진표 새정치연합 후보를 4만표 차이로 따돌리고 5일 8시쯤 '당선자' 대열에 합류했다. 인천에서는 유정복 새누리당 후보가 재선을 노리던 송영길 새정치연합 후보를 누르고 당선, 9월 열리는 '아시안게임'을 지휘하게 됐다.
대구와 부산 광주 등 여야 표밭이 확고한 영남과 호남에서 '이변'의 기미가 있었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 송하진 전북지사 후보와 이낙연 전남지사 후보, 김기현 울산시장 후보, 김관용 경북지사 후보, 홍준표 경남지사 후보는 일찍부터 상대를 큰 표차로 따돌렸다. 김부겸 새정치연합 후보가 박근혜 마케팅으로 표심을 자극했던 대구에서도 개표가 30% 가량 진행된 즈음 권영진 새누리당 후보 승리가 확정됐다. 막판까지 1~2%p 승부를 펼치던 오거돈 무소속 부산시장 후보도 5일 새벽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에 승리를 내줬다.
여당과 야당이 2대 2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던 충청지역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싹쓸이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후보가 가장 먼저 당선을 확정지었고 권선택 대전시장 후보와 이춘희 세종시장 후보가 초반에는 경합을 벌였지만 중반부터는 여유있게 상대를 따돌렸다. 이시종 충북지사 후보는 7표차 승부까지 펼치며 수차례 역전 재역전을 반복한 끝에 5일 새벽에야 당선자 대열에 합류했다.
최문순 강원지사 후보는 가장 극적인 승리를 거둔 광역단체장 당선자로 꼽힌다. 최흥집 후보와 밀고당기기를 거듭하며 한때는 5000표 이상 뒤지기도 했지만 결국 1만2000여표 차로 뒤집었다. 제주지사 선거는 원희룡 새누리당 후보가 초반부터 60% 이상을 득표하며 시종일관 신구범 새정치연합 후보를 앞서면서 그대로 승리를 확정지었다.
"대통령을 지켜주세요"와 "잊지 않겠습니다"로 대조를 이뤘던 이번 선거에서는 특히 박원순·최문순 당선자의 '저력'이 눈길을 끌었다. 박원순 당선자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남3구 중 한곳인 송파까지 22개 구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를 따돌렸다. 견고한 새누리당 텃밭인 강남과 서초에서도 45% 안팎으로 표를 얻었고 '강북의 강남' 용산에서는 불과 672표 뒤졌다.
더욱이 박 당선자는 야당 구청장 후보들 득표율 상승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당초 당에서도 열세로 꼽았던 성동과 동작에서 정원오·이창우 새정치연합 후보가 승리했고 중랑에서도 막판까지 추격전을 펼쳐 200여표 차까지 쫓아갔다.
최문순 당선자는 기초가 전혀 받쳐주지 않은 상황에서 신승을 거둬 '뜨거운 감자'의 면모를 다시 확인시켜주었다. 강원지역은 기초 18곳 가운데 새누리가 15곳을 차지했고 무소속이 2곳에서 이겼다. 새정치연합은 단 한곳 원주에서 이겼고 그나마도 근소한 차이로 뒤지다가 막판에 역전, 4200여표 차이로 신승했다.
두 당선자는 선거결과가 '시민과 도민의 뜻'임을 강조하는 한편 선거로 갈라진 주민들 통합을 약속했다. 박원순 당선자는 "세월호의 슬픔으로 근본의 변화를 요구한 시민, 정직하게 땀 흘려 일한 시민 모두의 승리"라며 "새로운 시대를 향해 묵묵히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박원순 2기는 여전히 통합의 시정"이라며 "지지하신 분들은 물론이고 반대하신 분들과도 당연히 함께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 당선자는 "강원도민께서 미래를 선택해주셨다"며 '오직 강원 발전'만을 위해 땀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정파 정당 지역 혈연 학연 모두 떠나 강원도만을 위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세월호 민심, 여야 모두에 '경고장'
-박 대통령 앞세워 참패 면한 새누리
-새누리 당권경쟁 본격 '시동'
-딸 영정 안고 투표한 유가족
-진보정당 현역단체장, 전패
-7월 재보선, 정국 분수령
-청와대 '안도의 한숨' … 인적쇄신 첫 과제
-투표율 상승 2.3%p … 분노·위기 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