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고등학생이 쓴 톡톡 튀는 이색논문

2014-11-25 00:00:01 게재

청소년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우리의 미래다!

대학졸업이나 대학원 과정에서 쓰던 논문을 이제 중·고등학생이 쓴다. 지식은 쌓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는 것, 지식정보화 사회의 한 단면이다.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매년 논문대회를 실시하고, 한 해 수십 편이 넘는 논문이 배출되기도 한다. 논문 프로젝트는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과 창의적 아이디어, 그리고 문제해결력을 높이는 종합적인 지적활동이다. 한 편의 논문을 통해 엄청난 지적 성장을 경험하기도 하고 전공과 진로를 발견하기도 한다. 청소년이기에 더 열정적이고,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논문을 쓸 수 있지 않을까. 분당지역 고등학생들이 쓴 톡톡 튀는 이색 논문을 모아보았다.


*아침밥 굶으면 공부 못한다?!
아침식사와 학업성취도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분당영덕여고 윤라경

아침식사를 거르고 자판기를 이용하는 친구들이 꽤 있는데, 저는 집에서 아침식사를 섭취하는 친구들의 학업성취도와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어요. 아침결식의 상관관계, 아침식사 섭취시의 학업성취도 변화를 알아보는 실험을 했어요. 또 아침식사 섭취 횟수와 빵 자판기 이용실태를 설문을 통해 조사했습니다. ‘분당 영덕여고 빵 자판기가 분당 영덕여고 학생들에게 미치는 아침 섭식과 학업성취도에 관한 영향 연구’라는 주제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연구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은 아침식사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었고, 특히 학업성취도가 낮은 순서부터 크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연구조사대상인 분당 영덕여고 학생들의 절반이 아침을 거른다는 사실이에요. 또 아침식사를 꼭 먹는 친구들은 아침식사가 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캠페인 등을 통해 균형 있는 아침식사의 중요성을 알리고 결식률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학생이 수학에 약한(?) 이유는?
수학은 중심으로 남녀의 성향 차이가 학습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한솔고 송지우

남학생이 여학생에 비해 수학을 수월하게 하는 것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사실 이것은 저의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여학생들은 문과에, 남학생들은 이과에 편중되는 현상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됐습니다. ‘남녀의 성향차이가 학습능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큰 주제 속에서 ‘여학생이 수학에 약한 이유를 중심으로’라고 범위를 한정지었습니다.
분당지역 중고등학생 200여 명을 설문조사해 학습 성향 차이, 학습 능력 차이를 측정하고, 어떤 인자가 성향적 차이를 만들어 내는가? 그리고 남녀의 성향이 학습 과정, 성과, 선호도에 어떻게 반영되는지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그 결과 남녀 간의 수학능력 차이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라기보다는 사회 문화적 환경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즉 ‘타고나는 것’보다 ‘길러지는’ 측면이 더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논문작업을 통해 남녀의 차이를 인정하고 각 성별의 특성을 활용한 양육태도 및 교육방법의 개발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녹차와 강황, 치매억제 효과 있다!
치매에 걸린 예쁜꼬마선충과 천연물을 통한 치매 억제 연구한 서현고 황경호, 강동엽

미래의 가장 무서운 질병이 치매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치매의 심각성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치매 치료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인터넷 기사를 통해 치매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물질 20가지를 찾았습니다.
예쁜꼬마선충을 가지고 화학주성실험을 통해 예쁜꼬마선충에게 반응성이 가장 좋은 물질인 EGCG(녹차 성분), curcumin(강황 성분)을 선별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하여 이 두 물질이 장·단기 기억력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전자현미경을 통해 예쁜꼬마선충과 쥐해마세포에서도 치매발현물질이 이 천연물질들을 통해 억제되는 것을 확인하였고 특히 두 물질을 혼합하여 사용하였을 때 효과가 더욱 증진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치매연구에는 예쁜꼬마선충과 쥐를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가 치매에 걸린 실험동물을 구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생물캠프를 통해 알게 된 박사님이 도움을 주셔서 이 연구를 잘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를 보는 이유 남녀가 다르다?!
남녀 청소년의 드라마 시청동기와 태도 차이를 연구한 대진고 이주호, 최다정

청소년 일상의 대화내용 대부분은 드라마입니다. 선호하는 배우가 나와서, 자신의 진로와 연관된 드라마라서 등등 목적과 이유가 다양했고, 성별에 따라 선호하는 드라마도 조금씩 달랐습니다. 학업에 시달리고 있는 청소년들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주된 이유와 선호하는 드라마 장르에서 나타나는 남녀의 차이를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더불어 드라마를 시청하는 동기와 태도, 장르 선호도가 남녀의 상이한 생물학적, 뇌 과학적 특성에 기반하여 설명될 수 있는지도 살펴보았습니다.
‘남녀 청소년의 드라마 시청 동기와 태도 차이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선정하고, 기존 학술 논문을 활용하여 선호취향, 판타지, 유익성, 화제성, 참신성, 여가습관, 내러티브의 7가지 요인으로, 시청태도는 몰입시청형, 정보추구형, 습관형, 비판형, 수용형의 5가지로 구분해서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여학생은 몰입시청형, 비판형, 수용형이 많았고, 남학생은 몰입시청형, 습관형, 비판형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드라마 제작자들이 드라마 제작 중에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할 때 우리가 밝혀낸 청소년들의 특성과 선호도를 참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체지방 감소 효과 가장 큰 차는??
차의 종류에 따른 지방분해 효과 밝혀낸 한솔고 이다영, 김수경

우리가 흔히 보는 텔레비전 광고 중 차를 마시면 광고 안의 사람들처럼 V라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차 광고들이 있습니다. 이런 광고들을 보면서 ‘정말 차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살이 빠지고 다이어트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래서 실제로 차가 체지방을 분해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어떤 차의 성분이 지방을 잘 분해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시험관에 각각의 차들과 동물성 지방 같은 양을 넣은 후, 달걀부화기를 이용해 인체와 같게 시험관의 온도를 맞추어 주고 일정시간 관찰했어요.
또 일정기간 한솔고등학교 학생 9명을 대상으로 지방분해 효과가 있었던 차를 일정기간 섭취하게 해서 실제로 피실험자들의 체지방이 감소하는지도 알아보았습니다. 차의 종류에 따른 지방분해 효과에 관한 실험에서는 루이보스 차, 옥수수 수염차, 녹차가 효과가 있었습니다. 또한 성분에 관한 실험에서는 클로로겐산의 효과가 가장 잘 나타났고, 클로로겐산 농도에 관한 실험에서는 농도가 높을수록 지방분해가 잘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에너지 효율 낮은 유리외벽 대체할 REX외벽
PVC-Metal을 이용한 기온반응성 통풍유도 외벽에 관해 연구한
분당중앙고 안찬우, 문필규, 이병훈

유리외벽은 열 에너지적 측면에서 매우 비효율적인데 이를 부분적으로 해결해 보고자 구상한 외벽 모델이 REX입니다. REX는 열적 변화를 곡률, 물리적 형태의 변화로 바꾸어 주는 ‘바이메탈’의 성질에 주목해 일정이상 온도가 되면 자동으로 창문이 열리는 형태의 외벽으로, 에너지를 소모하고 실내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bimetal’에서 metal을 단순히 금속으로 제한하지 않고, 필요한 성질인 ‘선 팽창계수’의 차이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물질로 확대해 탐색한 결과 PVC계열이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PVC와 금속을 접합한 PVC-metal을 구상했습니다. PVC-metal을 금속과 PVC의 조합, 결합방식, 결합온도 등에 따라 다양하게 제작해 자체 제작한 이중 아크릴 항온수조에서 곡률변화를 측정한 결과 상온에서 10~20℃의 온도변화로도 충분한 곡률변화를 얻어낼 수 있는 조합을 확인했습니다. 이를 이용해 REX외벽과 건물모형을 제작해 직사광선이 있는 인공 환경을 조성, 기존의 유리외벽 모형과 비교실험 결과 REX가 유리외벽에 비해 우수한 실내 온도 관리 능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한약재 속 규제수치 넘는 식품첨가물
한약재의 이산화황 잔류량 탐구한 분당고 이소현, 김정연

우리가 먹는 건조식품에 표백제, 산화방지제 용도의 식품첨가물인 이산화황이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건조식품의 한 종류인 한약재의 잔류 이산화황에 대해서 알고 싶어졌습니다. 산약, 천궁, 건강 등의 한약재입니다. 식품 중 아황산, 차아황산 및 그 염류 등을 산성상태에서 증류하여 과산화수소용액으로 포집하고, 생성된 황산을 알칼리로 적정하여 정량 분석하는 방법모니어-윌리암스 변법을 사용해 한약재당 각각 두 번씩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우리가 실험한 데이터를 이산화황 잔류량 측정 공식에 대입한 결과, 건강은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치가, 천궁과 산약의 경우 규제보다는 낮은 수치가 나왔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 시중에는 이산화황 규제수치를 넘어서는 한약재들이 유통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더 다양한 한약재를 사용하지 못했던 점과 원산지나 개봉 시기에 따른 이산화황 잔류량과 같은 다양한 조건을 이용한 실험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성남시, 탄생부터 현재까지 히스토리를 쓰다
성남시의 변천과정을 통해 도시가 추구하는 가치변화를 조사한 분당영덕여고 변수민

‘한국지리’ 수업을 들으며 45년 역사의 제가 살고 있는 성남시가 궁금했습니다. 성남시는 1960년대, 1980년대 그리고 2000년대의 신도시가 공존하는 도시입니다. 저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성남시의 개발변천과정과 도시가 추구하는 가치 변화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성남구시가지는 1960년대 서울인구 급증으로 무계획적으로 형성됐고, 분당은 1980년대 서울의 주택가격 안정화와 인구분산을 목적으로, 판교 역시 강남의 대체주거지로서 계획된 도시입니다.
각 지역이 생성된 시기와 목적이 달랐기에 도시의 형태와 기능 면에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구시가지에서 분당, 판교로 갈수록 친환경적이고 적정밀도의 쾌적한 주거환경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공원녹지 비율은 증가했습니다. 또 산업분야의 경우 성남 구시가지는 경공업주축도시, 판교는 지식산업을 기반으로 테크노 밸리와 같은 벤처업무 단지가 들어섰습니다. 이 논문을 계기로 예전엔 무심코 지나쳤던 길도 눈에 보이고 우리 동네에 더욱 애정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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