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3일 '세계 책의 날' 기획│책 읽는 사회를 향해 -② 독서 정책
문체부 독서 예산 297억원밖에 안돼
전체 예산의 0.5% …3개 관련 부서 예산은 1058억원으로 전체의 1.9%
2015년 성인 연평균 독서율은 65.3%였다. 성인 34.7%는 1년에 책 1권도 읽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수치는 201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른 것으로 2013년 71.4%에 비해 감소했다. 해가 갈수록 시민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도서관·서점·출판계의 지적이 사실로 나타난 셈이다. 내일신문은 이달 23일 '세계 책의 날'을 맞아 '책 읽는 사회'를 형성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의 필요성을 짚고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책 읽는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독서 진흥 정책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독서는 한류 산업의 근간이 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가 차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중요성에 비해 예산 '홀대' =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직간접 독서 진흥 예산은 297억5000만원 정도다. 이는 문체부 전체 예산 규모 5조4948억원에 비하면 0.5%에 불과하다. 아울러 직간접 독서 진흥 정책을 포함, 독서·도서관·출판 정책을 전담하는 문체부 인문정신문화과, 도서관정책기획단, 출판인쇄산업과의 2016년 예산 총액은 1058억원이다. 문체부 전체 예산의 1.9%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이 독서 진흥에 중앙 정부가 보다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독서 진흥 예산의 경우 인문정신문화과와 출판인쇄산업과에서 추진하고 있는 독서 진흥 예산들을 포함, 집계했다. 다만 도서관을 대상으로 하되 독서가 주제가 아닌 사업은 제외했다.
인문정신문화과에서 추진하는 직간접 독서 사업은 △국민 독서문화증진 사업 △인문독서예술캠프 지원 사업 △병영독서활성화 지원 사업 △길 위의 인문학 사업 △직장독서경영인증사업이 있다. 출판인쇄산업과에서 추진하는 사업은 △세종도서 지원 사업 △청소년 북토큰 사업 △서울도서전 등 국내도서전 △책축제 등 △디지털북페어 △지역서점 문화활동 지원 사업이다. 각 사업들은 주로 전국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참여 사업·계층별 사업들이며 책을 선정해 도서관이나 소외계층에 지원하는 사업들이다.
다행히 직간접 독서 예산들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인문정신문화과 독서진흥 예산의 경우 2014년 77억5000만원에서 2015년 107억5000만원, 2016년 126억5000만원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여전히 독서의 중요성에 비해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와 함께 독서 진흥 사업을 전담해 실행할 산하기관 등 하부 조직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재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한 부서인 독서진흥팀이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녹록하지 않은 모양새다. 20여개에 가까운 세부 독서 사업들을 한 부서에서 처리하는 만큼 업무에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어떤 분야의 중요성이라는 것은 담당 직제가 어떻게 되며 예산이 얼마나 되고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있느냐에 달린 것"이라면서 "중앙 정부의 독서 정책은 갈수록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빈약하며 종사자들에게는 답답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체부는 일을 하기 보다는 계획을 세우는 곳인데 하부 조직이 없어 문제"라면서 "독서를 전담할 수 있는 조직과 예산, 프로그램이 다 준비가 돼 지자체들이 마음만 먹으면 지역에 적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하재열 문체부 인문정신문화과 사무관은 "예산이 보다 강화돼 다양한 독서 사업들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중앙 정부는 예산을 많이 확보해 사업을 벌이는 데 집중하기 보다는 분위기 조성, 인식 개선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경우, 예산 확보서 밀려 = 지방자치단체들은 최근 들어 독서진흥조례에 따라 예산을 확보, 적극적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여전히 복지 분야 등에 비해 예산 확보에서 후순위인 지역이 많다고 지적됐다.
문체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80여개 지역에 독서진흥조례가 제정돼 있다. 2010년의 10여개 지역에 비하면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최근에는 '책 읽는 도시' 등의 성공으로 꽤 많은 지자체들이 독서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전남 순천, 경기 군포 등은 도서관·독서 정책으로 유명세를 탔을 정도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지역별 편차가 크다는 얘기다.
도서관 관계자는 "지자체의 경우 최근 늘어 독서 예산이 증가하는 추세긴 하나 아직까지는 복지 예산 등에 밀리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예산 집행에 있어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독서는 한류 이끌어내는 힘" = 아울러 전문가들은 독서의 중요성을 국가적 차원에서 보다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류 산업을 이끌어내는 힘이 이야기라면, 그 이야기는 독서에서 나온다는 주장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다 근본적인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 그림책 작가들이 최근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그림책을 읽고 상상력을 키우며 자랐기 때문"이라면서 "책 읽는 환경은 그 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눈에 보이는 게임, 드라마 등 콘텐츠에는 큰 규모로 투자하는 반면 한류를 이끌어내는 힘이 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분야인 독서 정책에는 제대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4월23일 '세계 책의 날' 기획 │책 읽는 사회를 향해'연재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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