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채인석 화성시장
"죽어서 차별받는 장례문화 바꿔야"
"화장장 하나 짓는 게 목표가 아닙니다. 왜곡된 장례문화를 바꾸고, 화장시설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채인석(사진) 화성시장은 광역화장장 건립을 계기로 대한민국의 장례문화를 선진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채 시장은 "현재 광역화장장을 공동 추진하는 5개 지자체가 운영문제에 대해 협의 중인데 가장 큰 고민이 장례복지 구현에 대한 문제"라며 이 같이 말했다.
사실 화성시장에 출마하기 전 장례식장을 운영했던 경력이 있는 채 시장은 자신이 이 분야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채 시장은 지금의 장례문화가 상당히 왜곡돼 있다고 지적한다.
"수의로 비싼 대마를 사용하는 이유는 항균력이 좋아서인데 과거 집에서 장례를 치를 땐 그럴 수 있지만 지금은 대부분 병원에서 장례를 치르고 냉장시설이 잘 돼 있어 부패할 일이 없다. 게다가 제품의 생산지를 속이거나 원가를 부풀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공립 화장장과 장례식장을 갖고 있는 공공이 상조상품에 납골, 화장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한다면 왜곡된 장례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채 시장은 "5개 시가 공동으로 님비를 극복하고 시설을 짓는 성과를 거뒀지만 장례에서 이익을 보려는 문화를 공공이 개입해 개선할 책임도 있다"며 "죽어서도 차별받는 장례문화는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상조에 대한 구상은 지역경제와도 맞닿아 있다. 장례식장에서 필요한 물품은 상복과 화환, 식음료, 칫솔·치약, 의약품 등 의식주 전반에 해당된다. 지역에서 생산한 농수산품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채 시장은 "화성시는 우리콩두부를 생산해 학교에 공급하고 있고 송산포도를 가공해 주스를 만들 수 있다"며 "장례문화 서비스를 공영화해 지역경제 활성화하는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화성시에서 공영장례시스템을 구축해 장기적으로 성남 서울 등 타 지자체 공공 화장·장례시설과 연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화장장을 화성시의 대표적인 명소로 만드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채 시장은 "오스트리아 빈에 가보니 매일 저녁 클래식 공연이 도심 곳곳에서 열리는 것은 베토벤 모차르트 묘역이 있어서 가능했던 것"이라며 "음악 체육 등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 묘역을 유치해 공연과 추모식 등 이벤트를 열 수 있는 특화된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탤런트 박용하, 가수 신해철씨 등의 묘역을 조성해 팬들이 그들을 기릴 수 있도록 공연장과 핸드프린팅, 기념조각공원, 전시실 등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채 시장은 "함백산 메모리얼파크는 화장장으로 시작했지만 장례문화 전반을 개선하고 지역경제활성화에도 보탬이 되는 특구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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