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전기술력 급성장 … 삼성·LG 불안한 2위그룹

2016-06-02 11:27:28 게재

'프리미엄 전략' 넘어 '브랜드 가치'가 관건

개방형 혁신과 건강한 산업생태계 구축 절실

세계 가전시장이 치열해 지고 있다. 세계적 불황으로 가전 수요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는데다 중국 가전업체들이 가격경쟁력에 기술력까지 확보하면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국내 가전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경기불황과 중국추격을 '프리미엄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디자인을 결합한 혁신적인 프리미엄제품 전략은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세계 가전시장에서 삼성과 LG의 위치는 여전히 불안한 2위 그룹이다. 월풀(미국)과 일렉트로룩스(스웨덴)처럼 세계 가전시장에서 글로벌 강자 위치를 확고히 하려면 마케팅 차원의 '프리미엄 전략'을 넘어 '브랜드가치'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를 위해 삼성과 LG가 지속적인 기술혁신을 뒷받침해 줄 '개방형 혁신'과 '건강한 가전산업 생태계 육성'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프리미엄 가전이 설적개선 효자 =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 1분기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깜짝 실적에는 가전부문 역할이 컸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은 1분기에 매출 10조6200억원, 영업이익 5100억원을 기록했다. SUHD TV와 커브드 TV 등 프리미엄 TV 판매 확대로 지난해 1분기(-1400억원)와 비교해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LG전자 가전부문은 매출 8조5500억원, 영업이익 74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가전부문 전체(1조300억원)의 절반을 넘어서면서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전통적인 비수기에도 프리미엄 생활가전과 올레드(OLED) TV 등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 확대가 실적 상승세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즉 삼성과 LG의 앞선 '프리미엄 전략'이 깜짝 실적을 이끈 일등공신인 셈이다.

미국 내비건트 리서치(Navigant Research)에 따르면 스마트 융합 가전시장은 연평균 48%의 성장세를 보이며 2014년 37억7000만달러(USD)에서 2020년 340억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올 4월 열린 세계가전제조협회라운드테이블(IRHMA)도 '스마트가전 촉진'을 결의했다. 세계 가전시장이 스마트가전으로 전환된다는 의미다. 이는 스마트가전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한 삼성과 LG에게는 긍정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삼성과 LG는 웃을 수만 없는 상황이다. 가전 매출이 하락하는 추세고, 중국 가전업체의 추격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세계 가전시장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는 월풀과 일렉트로룩스도 몸집을 키우며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삼성은 2011년 매출 58조9200억원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이다. 지난해 매출이 46조9000억원으로 4년 만에 12조원 줄었다. 영업이익도 2012년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한 후 지난해 1조원 초반대로 하락했다.

LG 매출도 2011년 39조5600억원에서 지난해 33조9200억원으로 떨어져 4년 만에 5조6000억원 가량 줄었다. 다행스러운 건 영업이익이 8600원대에서 1조원대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경쟁력 급성장하는 중국 = 중국 업체들은 한국 가전산업에 가장 큰 위협요소다. 최근 중국 업체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력과 브랜드까지 갖추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한국과 중국의 기술력에 큰 차이가 없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9월 한국경제연구원이 조사 발표한 '한국 가전산업의 한중일 국제경쟁력 비교 및 정책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가전기업들의 경쟁력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정체, 일본은 침체 기조를 보였다.

한중일 3국의 기계·전자제품의 현시비교우위지수(RCA)를 비교한 결과, 중국은 2009년 1.86에서 2013년 2.1로 12.9% 상승했다. 이에 반해 한국은 1.75에서 1.78로 1.7%의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현시비교우위지수란 세계 전체 수출시장에서 '특정상품의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과 '특정국의 수출에서 동 상품수출이 차지하는 비중' 사이의 비율을 말한다.

수출 경쟁에서도 중국이 급성장하고 있다. 1992년부터 2014년까지 중국의 전자제품 수출 비중은 1992년 2%에서 2014년 32%로 크게 증가했다. 반면 한국은 같은기간 4.8%에서 6.2%로 소폭 상승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권세훈 상명대 교수는 "한중일 가전산업의 우위를 가리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4월 방한한 옌스 하이데커 독일 메세베를린 부사장은 "중국 가전업체가 글로벌 노하우만 좀더 쌓으면 세계 가전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키아 전철 밟지 말아야 = 삼성과 LG가 불안한 2위 그룹을 벗어나 선두 그룹으로 진입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개방형 혁신'을 통한 '건강한 가전산업 생태계 육성'을 제시했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은 "대기업 특유의 경직된 조직체계, 뿌리깊은 상명하복(上命下服)식의 소통구조에서는 창의력과 상상력이 풍부해질 수 없다"며 "'개방형 혁신'으로 내부조직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 하웨이의 경우 직원들이 주식을 상당히 보유하고 있어 사원주주제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창의성을 발휘하기 때문에 성장세가 빠르다"고 덧붙였다.

고 회장은 "한국경제를 이끄는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내부에서 혁신역량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부족한 혁신역량은 혁신형 벤처기업 M&A와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산업생태계에 대한 협력업체의 평가는 냉혹하다. 삼성전자 협력업체 A사 대표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협력업체 미래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의 경영실적 채우는데만 급급하다"면서 "마케팅은 세계적이지만 기업문화는 70년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LG전자 협려업체 B사 대표도 "LG와 삼성 임직원은 모두 지시만 기다리는 데 익숙하다"며 "혁신이 제품에만 머물고 조직과 경영 문화로 정착하지 않으면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노키아나 코닥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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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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