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한국경제, 구조조정 도마에 │⑤ 전자·가전
반도체 미래, 시스템반도체 키워야 승산 있다
세계 반도체 시장 정체, 비메모리가 메모리의 3배 규모 … 사물인터넷 시대 맞는 전략 세워야
대한민국이 불안하다. 청년들은 취업을 못해 실업률이 급증하고, 아버지들은 구조조정 한파에 떨고 있다. 불과 반세기 만에'Made in Korea' 신화를 창출했던 대한민국 산업은 지금 곳곳에서 위기에 봉착했다. 업종별 당면 과제와 회생방안을 차례로 모색해본다.
조선 해운 등 전통산업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은 여전히 수출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며 굳건히 버티고 있다. 특히 메모리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시장의 70% 이상을 독점할 정도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90년대 이후 20여년간 미국 일본 등의 기업과 치열한 생존게임을 벌여 살아남은 결과다.
그러나 반도체 전문가들은 국내 반도체 산업이 새로운 변화를 이뤄내지 못하면 전통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경고의 배경에는 IT산업 침체에 따른 수요부진, 중국의 도전, 시스템반도체의 취약한 경쟁력 등이 있다.
박성욱(SK하이닉스 사장)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장은 지난 3월초 협회 정기총회에서 "반도체가 한국 대표산업이라곤 하나 그것은 메모리에 국한된 얘기"라며 "한국 반도체 산업은 중국의 거센 추격과 신흥 업체·선두 기업을 가리지 않는 공격적 인수합병(M&A), 급변하는 기술과 시장환경 등 새로운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의 지적은 국내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에 편중된 구조적 취약성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반도체 시장 정체 계속 = 국내 반도체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반도체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IT기기 산업의 부진이다. 최근 몇 년간 반도체 수요를 이끌던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를 보이고 있고, PC와 서버 등 전통적인 IT기기도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부에선 이런 수요 부진이 앞으로 4~5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3473억달러)보다 2.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부분의 하락이 더 심각해 PC 시장의 부진에 따른 D램 가격의 하락, 수요 부진 등과 겹치며 지난해보다 9.0% 하락할 것으로 점쳐졌다. 비메모리 반도체 역시 스마트폰, TV 등 전방산업의 수요 부진으로 1.6%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관측됐다.
실제 반도체 가격도 줄곧 하락세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인 D램(DDR3 4Gb) 가격은 지난해 4월 3.7달러에서 올해 4월 1.4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낸드플래시(32Gb) 가격도 같은 기간 1.98달러에서 1.50달러로 하락했다.
이 같은 시장상황은 메모리반도체가 주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 1분기 D램 매출은 각 39억7000만달러와 23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4분기 대비 각각 16.6%와 19.2% 줄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1분기 엽업이익이 562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1분기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에도 뒤지는 시스템반도체 = 메모리 분야에 편중된 국내 산업구조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반면 모바일프로세서나 센서 등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은 중국에도 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2014년 시스템 반도체 시장 규모는 2719억1700만달러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825억2600만달러)의 3배였다.
시스템반도체는 스마트폰,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등 IT융합 기기들이 대세를 이뤄가면서 더욱 커질 시장이다. PC용 중앙처리장치로 잘 알려진 인텔과 모바일칩으로 유명한 퀄컴 등이 대표적인 시스템반도체 회사다.
남기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대부분의 국민들은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으로 알고 있으나, 이는 메모리산업의 성공에 따른 착시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반도체굴기 대비해야 = 국내 반도체 산업 위기의 중심에는 거대 자본을 앞세운 중국의 진출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의 절반 이상을 쓰는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이다. 컨설팅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2014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6.6%였다. 이런 상황을 인식한 중국 정부는 반도체 국산화를 숙원사업으로 정하고 정책적 지원을 쏟아 붓고 있다.
중국은 2012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전략적 7대 신성장 산업'으로 정하고 2020년까지 9000억위안(약 166조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키로 했다.
중국은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위탁생산 계약부터 설계도구, 인력확보 등 반도체 생태계 대부분을 지원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는 모두 중국산 반도체만 쓰도록 자국 산업 보호정책도 펼쳤다. 시장조사업체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2014년 20% 수준에서 2025년 70%대로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자본 기술 인력의 집중을 바탕으로 빠르게 반도체 시장에서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박성욱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은 5월 26일 세계반도체협의회(WSC) 사장단 연례회의에서 중국 정부에 대해 "(반도체) 지원이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비차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업계의 중국 '반도체 굴기'에 대한 긴장감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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