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투자자 보호 현황과 개선방안│②고령화 먼저 진입한 미국·일본, 투자자 보호도 앞서

고령자 대상 금융범죄, 처벌 강화 추세

2017-05-25 00:00:01 게재

자율규제기관 중심으로 맞춤형 금융교육 … 피해자 사후구제 도모도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고령자들의 금융거래 참여 비중이 높은 미국과 일본에서는 고령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도 한 발 앞서 있다. 고령투자자들의 금융투자가 증가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불완전판매 및 손실위험 또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범죄에 강력한 처벌을 제도화하는 한편 맞춤형 금융교육으로 불완전판매 등에 대한 예방을 강화하고 자율규제기관을 중심으로 금융피해를 입은 고령투자자의 사후구제를 도모하고 있다.
고령자들의 금융거래 참여 비중이 높은 미국과 일본에서는 고령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금융교육으로 불완전판매 등에 대한 예방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심각한 범죄로 취급, 강력한 처벌 요구" =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말에 발표한 '고령소비자 권익 강화방안 연구-금융' 보고서에 따르면 1942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미국은 2016년 기준 미국 예금, 주식 등 금융자산의 77%를 65세 이상의 고령소비자가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2006년 5월에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와 각 주의 증권감독국에서 고령투자자 보호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일찍부터 금융 분야 고령소비자 보호 대응방안을 모색해 왔다. 최근에는 미국의 여러 주와 연방정부 차원에서 고령자 대상 금융범죄를 처벌하는 법을 신설하거나 기존법을 강화하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이달 초 발표한 동향조사 보고서 '미국에서 고령자 금융착취에 대한 처벌 강화 법안 통과'에 따르면 증권거래위원회는 금융 착취에 취약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의 규정을 승인해 2018년 2월 발효할 예정이다.

지난해엔 미국 내 33개 주와 연방 정부에서 고령자들의 자산을 불법적으로 이용하거나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사기 혹은 신분도용 범죄 등을 처벌하는 법안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일부 주는 기존의 법률을 강화했다.

워싱턴 주 의회는 지난달 11일 고령자 재산 갈취를 처벌하기 위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아이다호 주는 착취 행위를 포함하도록 하고 취약 고령자 방치 행위에 대한 정의를 개정했다. 일리노이 주는 고령자나 장애인들로부터 재정적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에 대한 공소시효를 기존 3년에서 7년으로 연장하도록 했다.

또 앨라바마 주는 작년에 '고령자 금융 착취 보호법'을 강화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금융회사나 자문업자들에게 고령자 금융 착취가 의심되는 사례를 발견하는 즉시 인적자원과와 앨라바마 금융위원회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기존 법에 추가한 것이다.

미국 연방 법무부는 고령자들의 금융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고령자 금융사기 수사를 전담할 검사를 양성하고 있으며 전국의 경찰을 상대로 온라인 교육도 제공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승인한 Finra의 규정 'Rule 4512'는 금융 자문업자 및 중개인은 고객의 보호자 등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연락처를 얻기 위해 '합당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Rule 2165'는 새로운 규정으로 '특정 성인'에 대해 금융착취로 인한 피해가 의심될 경우 금융 자문업자 및 중개인은 일시적으로 고객의 펀드나 증권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아직도 미국 내에서는 고령자 대상 금융사기 피해는 매우 크며 일부 주에서는 고령자 대상 금융사기를 심각한 범죄로 취급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여론이 나온다. 미국 의회의 고령화 특별 대책 위원회 위원장인 수잔 콜린스 상원의원은 "고령자를 상대로 한 금융사기는 매년 29억달러(약 3조2744억원)규모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의 전국 고령자 학대 센터는 60대 이상 고령자의 저축을 갈취하는 범죄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순채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주임연구원은 미국 노동부(DOL)는 작년 4월 원래 투자자문업자에게만 부과되던 신인(수탁자)의무를 퇴직연금과 관련해서 투자중개업자에게까지 확대하는 규정을 발표하고 올해 4월 시행하려고 했다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후 이 규정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려 2달 동안 시행을 잠시 멈춘 상태였다가 6월경에 시행한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 연구원은 "투자자보호 부문이 트럼프 정부에서 후퇴하는 경향도 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투자자보호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권유유의 투자상품 지정 권고" = 세계 최고령 국가인 일본은 2005년에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한국소비자원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2000년대 이후 전통적인 저축 일변도에서 주식, 투자신탁 등의 투자성향의 금융자산으로 옮겨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증권업협회(JSDA)가 2015년에 실시한 조사결과 개인투자자인 응답자 중 과반수를 차지하는 56%가 60세 이상의 고령층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는 75세를 고령자, 80세 이상을 초고령자로 정의하며 금융회사가 더 신중한 권유에 의해 판매행위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2013년엔 금융회사 등이 고령금융소비자에 대해 투자권유를 할 때는 보다 신중한 대응을 통해 적절한 투자권유를 할 필요가 있다며 고령소비자 판매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사내규칙을 통해 고령금융소비자에게 권유해도 문제가 없는 상품의 범위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정하고, 그 외 상품을 '권유유의 상품'으로 지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만약 충분한 투자 경험과 투자 자금을 보유하고 권유유의 상품 거래를 원하는 고령층의 경우엔 지점장, 임원 등 관리자의 사전승인을 통해 권유 및 판매가 가능하다. 또 80세 이상의 초고령자에게는 보다 더 신중하게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권유와 판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금융회사는 투자권유를 한 다음 날 거래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있다.

증권업협회는 이와 같이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 등을 방지하기 위한 자율규정의 마련 및 시행 이외에도, 고령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고령금융소비자가 피해를 당하기 쉬운 경향 있는 지역을 파악하고, 각 지방의 노인회나 금융사기 피해가 많은 지역의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금융사기 방지에 관한 팜플렛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의 직접적인 주의 환기활동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금융사기의 유형이나 수법이 나날이 다양해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일률적인 규제나 방지 방안을 마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금융사기에 대한 피해방지는 예방적 차원인 캠페인이나 금융교육을 통해 고령금융소비자 스스로가 주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승진 한국소비자원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일본의 경우 자율규제기관과 민간 차원의 다양한 기구들이 독립적 또는 협업을 통해 고령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각종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정부 감독당국도 금융회사를 검사, 감독하고 있으며 자율규제기관을 중심으로 고령금융소비자 전용상담서비스나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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