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야당 기싸움, 정국 안갯속

2017-06-12 10:59:28 게재

'청문회' 캐스팅보트 국민의당 '강경' … 문 대통령 시정연설·지도부 회동 관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놓고 청와대와 야당간 힘겨루기가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인사 검증을 넘어 정권 초반 기싸움 양상이 됐다.

청와대와 여당은 개혁을 밀어붙이기 위해서라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고, 야당은 정부여당과 각을 세움으로써 존립근거를 찾으려고 한다. 청와대와 야당이 물러설 수 없는 강대강 대결국면을 펼치는 이유다.

물론 겉으로는 아직 대화의 여지가 남아 있다.

12일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에서 반대하는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는 것"이라면서 "임명을 한다, 안한다 말할 시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던 전 주의 분위기와 사뭇 달라졌다. 내심 '임명 강행'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야당의 강경모드를 고려해 유연한 태도를 보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일자리추경의 협조를 요청하는 시정연설을 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각 당 대표들과 만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주중엔 야당 의원들이 많이 포진해 있는 상임위원장과의 회동도 예정돼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방위적 노력을 겸손하고 정성스럽게 다 할 것"이라고 했다.

여당도 청문보고서를 채택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후보자) 한명 한명이 국가적 자산으로 중요하다"며 "현재로서는 (야당을) 많이 만나서 설득하는 방법밖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당 기류는 여전히 '강경'이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3명 모두에게 '부적격' 낙인을 찍어 놨다. 이날 오전에 있는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상임위원장 회동에도 불참을 통보해놨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김상조 조건부 적격, 강경화 부적격, 김이수 자유투표'로 결론을 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우리 입장은 이미 정해졌다"며 입장변화가 없음을 확인했다. 김 대표는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해서도 "국회를 존중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보여주기식 행보, 상징의 정치라는 측면도 있다"면서 "국민들이 어수룩하지 않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11일에 단행된 추가 장·차관 후보자 인선에 대한 야당 분위기가 더 나빠진 것도 '악재'다. 청와대의 '강경모드'가 전달된 측면도 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어제 인사 발표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다"면서 "지금까지 문 대통령 인사는 장관은 선거보은인사, 차관은 코드인사인 것 같다. 장관 지명자 11명 중 선거에서 공을 세운 사람이 9명. 차관은 모두 코드 맞는 사람으로 채워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지는 인사청문회와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문재인정부 초기 국정운영을 좌우할 만한 3대 시험대가 모두 국회로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 협치를 실현해나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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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이명환 이재걸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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