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야 햇볕정책' 없이 '강경 드라이브'

2017-06-12 11:14:41 게재

대야압박 여론전 강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차별화 필요"

"협치는 권한을 나누는 것" 지적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인사와 관련해 야당을 대하는 태도는 강경하다.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임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청와대의 강경 드라이브는 80%대의 높은 지지율을 의식한 측면이 강해 보인다. 정면돌파할 기세다.

그러나 야당이 만만치 않다. 원내 교섭단체만 3개다. 시정연설, 여야 지도부와의 잦은 만남만으로는 '협치'를 만들어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을 야당에 나눠줘야 한다는 주문이다.

발언하는 우원식 원내대표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12일 문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를 당부하고 인사청문회와 관련한 협조를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그는 국회의장과 각 당 대표를 만나 인사청문회, 추경, 정부조직법 등 집권초반 협치의 시험대로 지목된 3개 사안에 초당적인 협력을 구할 전망이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내놓은 '5대 비리 관계자에 대한 고위공직 원천 배제'와 관련해 야당의 이해를 바라는 내용의 메시지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야당의 입장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무슨 제안을 해 올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우리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서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서는 부적격입장이 명확하고 김이수 후보자에 대해서는 적격, 부적격 사유를 담은 청문보고서를 채택한 후 본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협치'로 가는 길 = 강경화 후보자를 임명하고 싶은 문 대통령은 국민의당을 설득하거나 임명을 강행을 하는 방법 밖에 없다. 이번 주중 상임위원장을 만나고 국회에 가서 처음으로 추경안 제출 후 시정연설을 하는 것은 '임명'을 위한 정지작업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는 야당에 협조를 구하는 방식이라기보다는 대야 압박카드로 인식될 여지가 많다. 높은 지지율을 토대로 '야당에 충분히 협조를 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여론전의 하나라는 얘기다.

이같은 방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로 활용했던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을 '협조를 압박하는 통로'로 썼다. 야당이 요구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인 적이 없다. 지난해 여야지도부 회동에서는 '임의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식에서 제창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야당의 요구에 '보훈처장에게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넘겨놓고는 결국 '불가'를 통보하기도 했다.

◆높은 지지율이 독이 될 수도 =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80%대에서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11명을 대상으로 지난 7~8일까지 전화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평가에 대해 82%가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전주의 84%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야당을 압박한다면 40%대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근거로 야당에게 협조를 강요한 박 대통령의 전략과 일맥상통하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은 "야당이 발목을 잡고 도와주지 않아서 국정운영을 하기 어렵다"고 모든 책임을 야당에 떠넘겼다. "일단 통과시켜 놓고 나중에 책임을 물어달라"고도 했다.

◆"협치는 내어놓는 것" = 협치는 말로만 되는 게 아니다. 협치는 타협의 산물이다. 타협은 권한과 권력을 가진 곳에서 먼저 내놔야 한다.

박근혜정부에서 무력화됐던 정무라인이 다시 살아났고 권위주의가 깨지면서 여야간 간격이 좁혀진 건 사실이다. 협치의 바탕이 마련된 셈이다.

더 만나고 더 내놓아야 하는 것은 문 대통령의 몫이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국장은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야당에 대한 설득에서 나왔다"면서 "대통령이 국회에 간 만큼 지지율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협치' '연정'을 실험하고 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인사, 정책, 법안 등에서 많은 부분을 야당에 내놔야 협치가 가능하다"면서 "부탁, 협조, 협력 등의 말로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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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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