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지호 대우교수

"자발적 정치참여의 훌륭한 사례"

2017-07-25 10:47:36 게재

보수 일각에서는 촛불집회가 좌파에 의해 동원됐다고 주장한다.

조직적으로 동원됐다는 건 억측에 불과하다. 과거 민주화운동 시절 조직된 집회가 열리기도 했지만 2002년 효순이·미순이 촛불집회 이후 자발적 참여자가 다수가 됐다. 자발적 참여에 의한 촛불이 대세가 됐다. 정치권이 민의를 대변해주지 못하니까 국민이 직접 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통해 자신의 뜻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이번 촛불은 왜 촉발됐나.

우선 박근혜정부가 민주정부로서 해서는 안될 비정상적 행위를 저질렀다. 공작정치를 하려했고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최순실에게 위임한 것에 대해 국민은 화나고 부끄러워했다. 다음으로 민주주의가 자리잡은지 30여년이 됐는데 자칫 퇴행하는 것 아닌가하는 위기감이 커졌다. 다시 민주주의를 세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온건 보수까지 포함한 다수 국민이 촛불에 동참했다.

촛불집회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우선 현상적 차원으로, 대규모 시민집회가 완벽한 질서 속에서 진행됐다는 사실은 평가할 대목이다. 20차례의 촛불집회 동안 단 한 명도 위법행위로 체포된 사례가 없었던, 전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자발적 정치참여의 훌륭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다음으로 내용적 차원에서, 대통령 사퇴라는 대다수 국민 여론이 행동으로 표출되었고 그 목표에 이르는 정치 변화를 시민이 주도했다는 점이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서부터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검찰과 법원의 구속수사 결정에 이르기까지 각 국가기관이 각자의 자율성에 근거해 판단을 내렸지만 이를 추동한 힘이 여론과 시민행동이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관련기사]
['탄핵 광장의 안과 밖' 이지호 이현우 서복경] 촛불은 좌파 동원? "친구·가족과 자발적으로 참가"
"좌파가 선동한 민중혁명 아닌가"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엄경용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