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 펀드매니저 비중 20%

2017-08-22 10:17:54 게재

미국·유럽 10% 수준보다 높지만 책임자급 자리는 여전히 '유리천장'

문재인정부에서 5개 부처 장관을 여성이 맡으면서 '여성장관 30%' 공약 달성이 가까워졌다.

이런 가운데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여성 펀드매니저의 비중은 20%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나 유럽지역 여성펀드매니저 비중이 10%대에 불과한 것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책임자급 자리는 여전히 남성 비중이 높아 자산운용업계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한 것으로 지적된다.

22일 내일신문이 미래에셋, 삼성, KB자산운용 등 주요 자산운용사 8곳을 대상으로 공모형 펀드를 운용하는 책임펀드매니저 (펀드별 대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펀드매니저는 241명이며 그 중 여성 매니저는 48명으로 20% 비중을 차지했다.

이 중 여성 펀드매니저 비중이 가장 높은 운용사는 50%의 비중을 차지한 신영자산운용이다. 이 곳은 책임펀드매니저 14명 중 7명이 여성이었다.

신영자산운용 관계자는 "특별히 여성을 우대한 정책을 펼친 것은 없다"며 "회사의 운용철학인 가치주 중심의 장기투자를 하면서 거기에 맞는 신규투자를 하고 인력을 채용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여성펀드매니저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운용사는 한화자산운용으로 전체 펀드매니저 29명 중 8명이 여성으로 28%의 비중을 차지했고 삼성자산운용은 35명 중 8명으로 여성펀드매니저의 비중은 23%로 조사됐다.

여성 펀드매니저 수가 가장 많은 운용사는 KB자산운용사로 46명의 펀드매니저 중 10명(22%)이 여성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35명 중 7명(20%), 신한BNP파리바운용은 35명 중 5명(14%)이 여성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공모펀드를 운용하는 책임펀드매니저 37명 중 여성은 한 명도 없다. 다만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주식, 채권, 부동산, PEF(사모펀드), SOC(사회간접자본), ETF(상장지수펀드), 멀티전략, 리서치, 글로벌투자, 자산배분 솔류션 등 종 186명 매니저 중 39명이 여성 매니저로 총 비중은 21%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자산운용의 경우에도 서브매니저와 사모펀드, 일임자금 운용하는 매니저 등을 모두 합치면 총 102명 중 여성 매니저는 23명이다. 한국투신운용은 101명 중 12명이 여성 펀드매니저로 집계된다.

한편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의 동향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평가회사 모닝스타가 지난해 56개국을 조사한 결과 금융시장이 큰 나라의 경우 여성 펀드매니저의 비중은 더 작았다.

전 세계적으로 자산운용업계 여성의 비중이 지나치게 작으며 특히 미국과 독일의 여성펀드매니저 비중은 2008년 각각 11.12%에서 2016년 10.9%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자산운용업계의 성별 다양성은 수익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15년 모닝스타의 조사 결과, 남녀혼성팀과 남성팀, 여성팀 세 그룹 간의 수익률 차이를 비교하면 혼성팀의 성과가 전반적으로 좋았다.

또 테런스 오딘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은 여성보다 45% 더 많이 거래했으며 잦은 거래로 수익률이 2.65% 낮아졌다.

오딘 교수팀은 "여성은 한번 선택한 종목을 오래 보유하고 매매를 덜 하는 경향이 있어 시장평균수익률을 추구하는 패시브 펀드의 인기로 비용 감축 압력에 직면한 적극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 펀드 운용에 유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운용사 관계자는 "그동안 공모형 펀드를 대표하는 책임펀드매니저에 여성의 비중이 낮은 이유는 출산·육아 휴가로 펀드운용을 장기적으로 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가장 컸다"며 "이에 대해 신영자산운용사와 같이 재택근무제 시행이나 IT(정보기술) 강화 등으로 보강한다면 더 많은 여성 펀드매니저들이 더 좋은 수익률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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