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기준 무너진' 금감원, 신뢰 상실

2017-09-21 11:22:44 게재

채용비리·차명주식거래

금융사 제재도 '자의적'

"감사원 감사결과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채용비리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는데 금융감독원이 감독대상인 금융회사의 업무에 대해 도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감사원이 20일 금감원 기관운영감사 결과를 통해 △채용비리 △주식차명거래 △방만한 조직·예산운영 △금융기관 제재 규정·운영 부적정성 등의 문제점을 적발해 발표하자 금감원 내부는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했다'며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금융감독기관으로 공정성과 신뢰가 생명인 금감원은 채용과정과 조직운영, 금융사 제재 과정에서 원칙과 기준이 무너졌다.

2015년 하반기 신입직원 채용과정에서 특정인을 합격시키기 위해 채용 예정인원을 늘리고, 지원서를 사실과 다르게 작성한 지원자를 알고도 눈감아줬다. 당초 계획에 없던 세간의 평가를 조회하면서 합격 당락이 뒤바뀌는 등 채용이 인사담당자들의 의중에 따라 좌우됐다.

기업정보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장모 명의의 계좌로 700억원이 넘게 주식매매를 하는가 하면 주식계좌와 매매내역을 신고하지 않거나 비상장주식을 보유하면서 미신고한 50명이 적발됐다.

금융기관의 분담금 등을 받아 운영되는 금감원은 수입예산이 최근 3년간 평균 9.2% 증가하는 등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감사원은 전 직원 중 1~3급 직원이 45.2%에 달하고 1·2급 중 63명은 무보직 상태로 배치돼 있는 등 조직·인력 운영이 부적정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기관을 제재하면서도 제재 근거가 불명확하거나 정상참작으로 감경된 사안을 또 다시 감경하는 등 자의적인 결정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직원 8명에 대해 문책을 요구하고 서태종 수석부원장 등 3명은 인사자료 활용을 통보했다. 채용비리 의혹과 차명주식거래 등 28명에 대해서는 수사의뢰했다.

금감원은 감사원이 지적한 제반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강도 높은 내부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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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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