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로 드러난 금감원의 적폐│① 채용비리 의혹
지인 연락받고 채용정원 늘려 '탈락자 합격'
채용계획에 없던 '세평조회'로 합격당락 뒤바뀌기도 … 검찰, 인사담당자들 '내사 중'
금융감독원이 2014년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채용하는 과정에 비리가 드러난데 이어 2015년에도 채용 과정에 비리 의혹이 불거져 충격을 주고 있다.
금감원 인사담당 고위직 간부들과 인사팀이 사실상 '그들만의 밀실'에서 벌인 채용 과정은 금감원 내부에서조차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인사원칙과 기준은 인사담당 간부들의 입맛에 따라 좌우됐다.
20일 감사원은 금감원 기관운영감사결과 신입·민원처리 직원 채용과정에 비위 사실이 드러났다며 국장 1명을 면직하고 팀장 등 3명을 정직, 직원 2명은 경징계 이상의 징계를 요구했다. 또한 감사원이 밝히지 못한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국장 1명과 팀장 2명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7월 감사원으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통보받고 현재 내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관계자는 "혐의자들을 입건하지 않아 아직 수사단계가 아닌 내사단계로 봐야 한다"며 "(확인할 부분이 많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채용과정 전반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어서 감사원이 수사 요청한 3명 외에도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특정인 합격 정해놓은 채용' 의혹 강해 = 감사원에서 밝힌 금감원이 진행한 2015년 하반기 신입직원 채용과정의 조사결과를 놓고 보면 특정인을 채용시키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된다.
당시 A총무국장은 지인의 연락을 받고 지원자 B씨의 필기시험 합격 여부를 담당직원한테 물었다. 경제학 분야 채용 예정인원 11명의 2배수인 22명이 합격하는데 B씨는 23등으로 불합격 처리가 예정돼 있었다.
A국장은 불합격 보고를 받고 채용인원 정원을 3개 분야에서 1명씩 늘리기로 했다. 경제학 분야의 필기전형 합격자가 24명으로 늘어나면서 B씨의 합격이 결정됐다. 그 후 A국장은 지인에게 B씨의 합격 소식을 알려줬다. A국장은 2차 면접전형 위원으로 참석해 경제학분야 면접대상장 18명 중 B씨를 포함해 5명에게 10점 만점에 9점을 주고 나머지 응시자들은 8점 이하의 점수를 줬다. B씨는 2차 면접에서 87.5점으로 2위를 기록했으면 필기전형 점수 등을 합해 최종 9위로 합격했다.
금감원은 당초 채용인원을 53명으로 했다가 56명으로 바꿨지만 최종 합격단계에서는 다시 53명으로 줄였다. B씨를 위해 채용인원을 늘렸다가 최종단계에서 합격하자 정원을 원상회복시켰다는 의혹이 짙다.
감사원은 "당시 신입직원 최대 채용여력이 53명으로 채용 예정인원을 늘리는 경우 정원을 초과하는 상황이었다"며 "인사팀은 정원을 초과해 신입직원을 채용하는 것으로 최대 채용여력을 산정해 상급자에게 보고하거나 문서를 기안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한 금감원은 당시 지방인재를 10% 내외로 채용하는 과정에서 서울 소재 대학 졸업자 C씨가 지원서에 대전 소재 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기재한 사실을 알고도 묵인·방조했다. A국장은 면접에서 C씨에게 8점을 주고 나머지 2명에게 7점을 줬다. C씨는 면접에서 지원자 3명 중 2위(채용 예정인원 2명)를 기록했지만 필기점수 합산 결과 3위로 불합격됐다.
하지만 서태종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면접전형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세평을 조회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를 받고 세평조회를 반영해 C씨를 합격시켰다. 금감원은 합격자 53명 중 직장 근무경력이 있는 18명 중 조회가 가능한 17명을 대상으로 세평을 조회했다. 금융공학 분야 1위로 합격한 지원자는 '패기나 열정이 없다는 등' 부정적 의견으로, 2위는 증권회사 재직 당시 '평판이 좋았다'고 한 부분을 제외하고 '약정실적 스트레스로 단기간에 퇴사'로만 기재해 실제 세평보다 부정적으로 작성했다. 결국 1·2위 두명을 불합격시키고 3위인 C씨가 최종합격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지방소재 대학 출신으로 허위기재를 한 것은 금감원 내부 인사의 도움없이 지원자가 시도하기 어려운 방법"이라고 말했다.
◆세평 부정적인데 합격, 부정 의견 없는데도 불합격 = 2차 면접전형에서 세평을 반영하기로 하면서 금감원 채용과정은 원칙과 기준을 모두 상실했다. 부정적인 세평을 받은 지원자가 합격하고 부정적인 의견이 없었던 지원자가 탈락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경영학 분야(채용 예정인원 18명)에서 4위를 한 지원자는 조회결과 '퇴사 이유가 회계법인의 업무강도가 높자 결혼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고자 했다'고 나왔다. 11위를 기록한 지원자는 '일을 피하는 성격이며 자기 계발에 열중한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조회됐다. 하지만 4위 지원자는 탈락하고 11위 지원자는 합격했다.
4위 합격자를 탈락시킨 뒤 추가 합격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차순위자를 합격시키지 않고 경영학 분야 채용 예정인원을 1명 줄이고 경제학 분야 채용 인원(12→13명)을 1명 늘렸다. 경제학 분야에서 1명을 추가 합격시키면서 차순위자(13위)가 아닌 지원자(15위)를 세평 조회없이 합격시켰다. 감사원은 "서 수석부원장이 차순위자를 합격시키지 않은 것에 대해 '당초 면접에서 아깝게 탈락해 면접위원들과 논의를 거쳐 합격시켰다'고 진술했다"면서도 "특정인을 합격시키려는 동기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금감원은 금융공학 분야 합격자를 2명에서 1명으로 줄이는 대신 특별한 이유없이 법학분야의 예정인원을 10명에서 11명으로 늘려 11위를 기록한 지원자를 합격시켰다.
감사원은 "서 수석부원장이 '법학 경제 경영 분야는 우수한 인재들이 많았다는 논의가 있어서 면접위원들이 논의해서 결정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전문직 채용하면서 금감원 출신만 '특혜' = 금감원은 지난해 상반기 민원처리 전문직원 채용 과정에서도 원칙과 기준을 무시했다.
지원자의 경력적합성 점수 항목은 인사팀에서 관여할 사안이 아닌데도 점수를 수정해 합격대상이던 5명을 서류전형 불합격자로 변경해 탈락시켰다. 반면 당초 불합격 대상이던 5명이 합격했다.
또한 지원자 중 금감원 출신 3명을 포함해 16명이 실제 경력기간 보다 짧게 지원서에 기재해 불합격 대상이 되자 당시 이병삼 총무국장(현 금감원 부원장보)은 금감원 출신자에 대해서만 인사기록을 찾아서 경력기간을 수정해 줄 것을 지시했다. 그 결과 3명은 서류전형을 통과해 최종 합격했다.
이 국장은 또 인성검사 결과 금감원 출신이 부적격 등급(C)을 받자 '금감원에 근무하면서 인성이 검증된 사람이니 인성검사 결과가 C등급이라고 반드시 떨어뜨릴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하면서 합격시켰다.
한편 인사의 최종 결재권자는 수석부원장이지만 금감원 수장인 당시 진웅섭 원장도 감독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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