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수당 상위 10% 제외, 전형적 탁상행정"

2018-03-13 10:42:39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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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개인소득·자산정보 공개 의무화에 '난감'

지자체, 상위 10% 추출 더 복잡 "차라리 다 줘라"

상위 10% 소득자를 지급 대상에서 제외키로 한 정부 아동수당 정책이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부모들은 자산정보를 포함한 본인의 소득 정보 일체를 공개해 상위 10%가 아니라는 것을 증빙해야 한다. 증빙 과정의 어려움 뿐 아니라 개인 정보 유출 위험도 커지고 있어 아예 신청자체를 포기하려는 가구가 늘고 있다. 상위 10% 추출 작업을 담당하는 기초 지자체는 업무량과 인력이 늘어나 10%를 깎으려다 오히려 걸러내는 작업에 예산이 더 들어갈 수 있어 '이럴거면 차라리 전체에게 지급하는 편이 낫다'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12일 서울시 복수의 자치구들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 이상 가구에 아동수당 지급을 제외키로 한 복지부 결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부모들은 자신이 상위 10%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각종 서류와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지난달 28일 국회를 통과한 아동수당법에 따르면 아동수당을 받으려는 아동의 보호자는 아동수당 수급 신청 시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나의 각종 금융정보를 받아보는데 동의한다'는 내용의 금융정보 제공 동의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제공에 동의해야 하는 금융 정보는 예금 평균 잔액, 채무 정보, 민간 보험사에 내는 보험료, 보유 주식 등이다. 복지부는 이 외에 다른 금융정보와 신용정보도 의무적으로 제공토록 대통령령에 담을 계획이다. 복지부와 지자체는 신청인 동의 없이도 과세 정보와 부동산 보유 현황, 4대 보험료 납부 실적, 골프·콘도 회원권 보유 정보까지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실제 고소득 맞벌이 가구나 일부 자영업자 사이에선 벌써부터 신청을 포기하겠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월 10만원 받겠다고 각종 정보를 제공했다가 예상치 못했던 세금을 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상위 10%를 거르는 작업을 담당할 자치구들은 업무 폭증과 인력 충원 문제에 골치가 아프다. 자치구들은 소득 정보 등을 총 망라해 상위 10%를 걸러내는 일이 만만치 않다고 우려한다. 서울 모 자치구는 6500여명이 지급 대상자인 양육수당 업무에 3명의 직원이 배치돼 있다. 이 자치구의 아동수당 대상자는 1만8000~1만9000여명에 달한다. 현재보다 3배 가량 많은 인원이 충원돼야 그나마 차질 없는 업무 진행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복지부는 기간제 보조인력을 충원해 사업을 담당하도록 할 방침이다. 자치구에선 업무 성격상 기간제가 아닌 지속적으로 업무를 담당할 인력이 충원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걸러내는 작업 뿐 아니라 소득 변동에 따라 지급 대상에 오르내리는 가구에 대한 걱정도 크다.

자치구 관계자는 "아동수당을 지급받던 가구가 약간의 소득증가 또는 정부의 아동수당 소득 기준액 변동으로 수당을 받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이에 따른 이의제기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위 10%를 결정하는 경계선에 있는 가구들의 이의제기도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

일각에선 상위 10% 추출 작업에 소요되는 비용과 인력의 과잉 문제를 해소하려면 '신청주의'로 바꿔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신청자에 한해 지급하는 방식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나마 혼선과 예산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이유다.

아동수당법 최초 발의 당시엔 부모의 소득·자산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야당이 예산 삭감을 이유로 상위 10% 소득자를 지급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고 여야 합의로 관련 법이 지난달 28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상위 10%를 걸러내기 위한 방대한 규모의 소득·자산 정보가 필요해졌다.

정부도 부담이 만만치 않다. 10%를 걸러내는 행정비용이 최소 500억원, 많게는 1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자는 "모든 아동에게 지급하는 보편적 복지가 아닌 고작 10%를 제외하는 선별적 복지를 택함으로써 사회적 비용과 불합리한 문제들이 너무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추정한 소득 상위 10% 기준은 3인 가구 기준 월 소득 723만원(세후) , 총 자산 6억6000만원 선이며 별도 연구 및 조사를 통해 소득·재산 기준선을 정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소득조사에 따른 국민 불편 및 행정비용 최소화를 위해 여러 대책을 강구 중"이라며 "시설아동, 기초수급아동은 소득 기준 적용에서 제외하고 과세 등 금융정보 등 기존 정보로 파악된 소득 기준이 일정 수준 이하인 경우 나머지 조사를 생량하고 지급하는 방안 여러 대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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