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표 정책 │생활민주주의
동네 살림 결정할 때도 사전투표
주민 제안사업 결정에 16개 동 4만5천명 동참
"은평구 1년 예산이 6700억원인데 이 가운데 4000억원을 주민이 참여해 심의합니다. 공무원 인건비 등 필수 경비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예산을 계획하고 편성 심의하는 과정이 주민이 개입하는 셈입니다."
조재학 서울 은평구 주민참여예산위원장은 "3000만원 이상 공사는 100% 주민참여로 결정한다"며 "뒷거래를 하거나 헛돈 쓰는 건 꿈도 못 꾼다"고 자신했다.
2011년 지방재정법이 개정되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예산 편성때 주민의견을 반영하도록 하는 주민참여예산제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아직도 '형식'에 그치고 있는 곳이 태반이다. 적은 예산을 두고 형식적으로 주민 공모를 하거나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참여예산위원회를 구성하는 등이다.
반면 은평구는 예산 편성 과정뿐 아니라 집행과 평가 등 전 과정에서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주목받는다. 특히 모바일 투표나 사전 투표 등 주민들의 직접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고민을 거듭, 동네 사업 제안에 전체 주민 50만명의 9%에 달하는 4만5000명 가량이 동참하기도 했다. 제도 속 주민참여예산제를 '생활 민주주의'로 한단계 끌어올린 셈이다.
은평구 1년 예산은 약 6700억원이다. 이 중 60%에 해당하는 4000억원을 주민이 참여해 심의한다. 공무원 인건비나 복지비 등 경직성 예산을 제외한 대부분 예산 결정 쓰임새를 결정하는 과정에 주민들이 개입하는 셈이다. 특히 연간계약을 맺어 수시로 개·보수를 해야 하는 사업을 제외하면 모든 공공 공사는 설계는 물론 착·준공 계획을 수립할 때 주민참여가 의무화되어 있다. 부서별 주요사업 계획을 수립할 때도 10개 분과 주민 위원들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다. 주민 위원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계획은 구청장이 결재를 않는다.
주민 심의를 거치자 예산 편성이 까다로워졌다. 은평구 주민참여예산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부터 7년간 구에서 편성한 예산 중 주민 심의를 거쳐 깎인 금액이 260억원에 달한다. 깎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주민위원회는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증액도 요구했다.
주민들은 사소한 부분도 한번 더 살폈다. 지역 내 자전거 거치대 세척과 공기주입비 유지보수 비용에 한칸 당 4000원 청소비가 배정돼 있었다. 주민들은 금액이 과하다고 따졌고 업체와 협의, 2000원으로 내려 예산 1200만원을 아낄 수 있었다. 공직자 직무능력 향상교육과 직원 역량강화 훈련은 휴식과 친목도모 위주로 진행됐던 방식을 바꾸니 관련 비용이 절반으로 줄었다.
주민들이 일상에서 놓칠 수 있는 부분은 '주민 전문가'가 살핀다. 정례회의를 통해 의제를 발굴하고 공공 공사를 모니터링하는 주민참여위원회 위원 156명이 대표적이다. 주민 참여를 지원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주민참여지원단도 있다.
조재학 은평구 주민참여예산위원장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행정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며 "주민참여예산제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유지·발전시키는 훈련의 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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