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윤재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

"대학원에서 북한농업 강의 19년 … 계속할 것"

2018-07-10 11:21:03 게재

올해 서울대 학술연구상 수상 … 중국과 구제역 백신 연구

서울대는 지난 5월 농생명공학부 최윤재(64) 교수에게 2018년도 1학기 서울대학술연구상을 수여했다. 이 상은 서울대 연구 경쟁력을 높이고, 교수들의 연구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2008년 제정됐다. 축산업 발전에 기여한 최 교수는 사회활동도 묵묵히 해 왔다. 그는 1975년 유신독재에 항거하며 할복자살한 서울대생 고 김상진 열사 기념사업회 일을 돕고, 북한과 농업협력 연구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2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최 교수를 만났다.

최윤재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는 유신독재에 항거하며 할복자살한 김상진 열사의 뜻이 이어지도록 매년 재학생들과 추모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정연근 기자

■ 북한농업에 대한 강의를 오랫동안 해 왔는데 이유는.

대학원에 북한농업 강좌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19년 됐다. 부경생 서울대 교수가 시작했고, 그 분이 정년퇴임하면서 이어 맡았다. 북한은 90년대 자연재해와 고난의 행군시기를 거치며 어려움을 겪었다. 함께 살아야 하는데, 이대로 가면 통일비용도 막대하게 든다. 상대를 알아야 공존의 길도 찾을 수 있다. 이것은 이데올로기와 관계없는 일이다. 통일농수산사업단 등에서 활동하는 후배들에게도 특강을 부탁했다. 많은 수강생들이 북한과 협력사업을 했는데 100여차례씩 북을 다녀온 이들도 있다.

■ 북한의 축산단지 세포등판에도 다녀왔던데.

세포등판은 강원도 북측지역에 있는 고원이다. 휴전선에서도 가깝고 평야가 있다. 대관령 삼양목장 25배 규모다. 일제 강점기 말을 키우던 곳이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개발할 뜻을 밝혔다. 직접 가보니 말과 소를 키운 자리가 있더라. 나를 포함 여러 사람들이 이곳을 남과 북의 축산업이 교류하는 모델단지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가축질병도 없고, 생산비도 낮다. 여기에 우리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하면 남북에 필요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늘었다. 축산업이 지속가능할까.

축산업은 인류역사와 함께 해 온 오래된 산업이다. 육식은 인류 유전자에 내재돼 있다. 축산업은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축산업을 위협하는 부정적 요소를 극복해야 가능하다. 영양과 기능에서 잘못 알려진 것을 개선하기 위해 탄수화물은 적게 섭취하고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저탄고지운동'을 의사들과 함께 하고 있다. 축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도 하고 있다. 축산인들 스스로 부정적 요인을 해소하고 극복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정년퇴임 후에도 축산 바로알리기, 영양균형 찾기 등을 꾸준히 할 계획이다.

■ 가축분뇨 악취로 축산업을 기피하는 여론이 커졌다. 해법은 없나.

전국에 혁신도시가 생기고,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이들도 악취문제를 절감하고 있다. 축사에 있는 분뇨저장조를 빨리 비울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하는 게 기본이다. 여기에다 과학적인 해법도 결합해야 한다. 나는 2015년부터 CJ제일제당과 함께 2년 연구해 악취를 줄이는 미생물 생균제를 개발했다. 암모니아 가스와 황화수소를 30% 줄였다. 이를 70~80%까지 줄여야 하는데, 가능할 것 같다.

■ 친환경기능성 사료첨가제도 개발해 기술이전했는데.

돼지 소 닭 등 축종별 주요 병원균을 대상으로 항균력이 강화된 유산균을 선발·육종해 사료첨가용 항생제를 대체할 수 있는 복합 미생물 생균제를 개발했다. 축산기업 마니커에 기술을 이전해 무항생제 친환경 닭고기 '닭터의 자연', '닭터의 자연삼계탕' 같은 제품이 나왔다. 서울대와 마니커가 공동출자해 'S&마니커'라는 법인도 만들어 상품판매액 중 일부를 장학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내가 개발한 특허는 식품기업 SPC도 사용하고 있다. 기업들이 이런 기술을 활용해 국내시장에서만 경쟁하지 말고 수출을 많이 하면 좋겠다.

■ 백신연구는 성과가 있나.

2013년부터 점막면역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백신을 주사로 투입하면 이것도 스트레스 원인이 된다. 그래서 코에 뿌리는(스프레이) 방식을 개발하고 있는데 목표는 먹는 백신이다. 돼지유행성설사병(PED)에 대한 백신은 내년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구제역 백신은 중국과 함께 연구해야 한다. 구제역은 대부분 중국에서 오는데, 초동단계부터 대응해야 한다. 중국에서는 백신 실험도 할 수 있다. 중국 천진농학원과 공동연구하는데, 제자가 그곳에 있다.

■ 연구활동만 한 게 아니라 사회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는데.

뒤에서 돕는 수준이다. 학창시절 수원에서 야학을 했지만 교수하면서 공개적인 정치행동은 세번 했다.

이명박정부 때 4대강반대성명, 박근혜 정부 때 촛불집회, 지난 대통령선거 때 문재인 후보 과학·농업특보 활동이다. 유신독재에 항거해 할복한 고 김상진열사기념사업회 일은 계속 하고 있는데, 김상진 선배와 한 학기동안 같이 공부했다. 내가 군대 가 있을 때 할복자살했는데, 마음 속에 늘 부채로 남았다.

열사의 기념비를 농생명대학 앞에 세우는 것을 학교당국이 반대했지만 설치하게 했다. 해마다 열사 기념일에는 재학생도 참여케 하고, 학생대표가 열사의 양심선언문을 읽게 한다. 뜻은 이어져야 하니까.

이선우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정연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