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

"기후변화 대응 하려면 바다 연구 강화해야"

2018-09-06 11:16:15 게재

해양·대기 상호작용으로 지구 열분배 불균형 해소

중국 해양굴기에 집중, 한국 추월당할 위기

올해 여름은 유례없이 더웠다. 북반구에 쏟아진 태양열은 북태평양 바닷물 온도를 가열했고 강력한 태풍을 낳았다. 일본은 9월 초 태풍 제비로 11명이 사망하고 간사이공항이 물에 잠기는 등 재난을 입었다. 8월 하순 발생한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한다는 예측이 나오자 정부와 지자체는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내일신문은 지난달 24일 태풍이 지나간 후 부산에 있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에서 김웅서 원장을 만났다. KIOST는 '기후변화 예측과 해양환경변화 대응'을 올해 주요 연구과제 중 하나로 설정하고 진행 중이다.

■ 한국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 발생위치가 조금씩 변하는 듯 하다는 연구자들 이야기가 있는데

태풍 발생이나 기후변화 등은 바다와 연관이 크다. 바다는 대기에 비해 변화가 느리다. 바닷물 온도를 0.1℃ 올리는 열량이면 같은 부피의 대기는 100℃ 높일 수 있다. 1000배 차이다. 기후변화는 지구상의 열과 물질의 분배 불균형을 해양과 대기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연적으로 해소하는 데 드는 에너지가 과거보다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북서태평양 필리핀쪽 '웜풀'로 불리는 뜨거운 해역이 동아시아에 발생하는 태풍 발생지다. 바다 온도가 높으면 상승기류로 대기의 기압이 낮아져 저기압이 형성되고, 물이 증발돼 비구름을 형성한다. 바다온도가 올라가면 점점 태풍이 세진다. 태풍은 단순히 바다수온 뿐만 아니라 바람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다.

■ 해양과기원은 태풍에 대한 연구를 어떻게 하고 있나

지구온난화로 태풍이 강해지고 피해가 커지니 주요 과제로 설정해 연구하고 있다. 태풍 발달에는 바다의 수온과 혼합층의 깊이에 따라 달라지는 해양의 열용량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KIOST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종합해양조사선 이사부호를 이용해 매년 여름 태풍이 발생하거나 강화되는 북서태평양 해역을 탐사, 태풍 발생 전후의 해양과 대기 상태를 조사분석하고 있다. 특히, 짧은 시간에 급속도로 세기가 강해지는 급강화 태풍 원인을 바다에서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수치모델링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해양과 기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 때문에 미국은 해양대기청(NOAA)에서 해양과 대기를 함께 연구하고 있는데 우리는 해양수산부 소속 해양과기원과 환경부 산하 기상청으로 나뉘어 있다. 한 개 조직은 아니지만 서로 협력해서 연구하고 있다.

■ 해양과기원은 중요한 연구를 하고 있지만 국민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어떤 곳인가

1973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부설 해양개발연구소로 시작해 한국해양연구소와 한국해양연구원을 거쳐 2012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으로 재출범했다. 기후·해양환경 변화 대응, 해양전략자원 개발, 첨단해양공학기술 창출, 해양영토관리 등을 연구하고 있다. 해양환경 변화에 따른 생태계 반응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연구나 항만·해양구조물에 대한 기술 개발에 토대를 제공한다. 해양자원을 탐사하고 광물자원 개발역량을 확보하는 것도 우리가 하는 일이다.

■ 지난 45년간 으뜸으로 꼽을 수 있는 연구성과는

육상 광물자원이 고갈될 것에 대비해 공해와 태평양 섬나라들 배타적 경제수역(EEZ) 바다 밑에 우리나라가 독점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광구권 11만5000㎢를 확보했다. 해저광물을 채굴할 수있는 로봇도 개발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정지궤도 해양관측위성(GOCI) 발사에 성공해 이를 운영하고 있고, 해양관측을 기반으로 연근해에 대한 기상 수온 파랑 등의 예보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어도에 해양과학기지도 연구원이 주도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큰 성과는 연구원의 전체 역량이 커졌다는 것이다. 45년 전 연구원 4명이 부설 연구소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1450명이 전 세계의 깊은 바다, 먼 바다까지 모두 연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제는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에 꿀리지 않고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췄다. 하지만 인프라 부족으로 아쉬움이 있다. 심해유인잠수정 개발도 경제성이 없다고 개발하다가 중단했고, 연구 예산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

■ 중국의 해양력이 급성장하고 있다. 추월당하는 것 아닌가

부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것은 중국이다. 지난해 해양학회 초대로 중국을 갔는데, 산동성 칭다오(청도)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에 해양관련 산학연을 모아 블루실리콘밸리를 만들고 있었다. 우리나라 대덕연구단지 전체가 해양관련 기관으로 집약돼 있다고 보면 된다. 우리는 부산 영도구 한곳에 해양혁신도시를 만들었지만 한눈에 다 보이는 규모니까 비교가 안 된다.

블루실리콘밸리 안에는 과학자들이 자기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리조트 골프장 등을 만들어 놓았고, 전시관에는 훌륭한 업적을 낸 과학자들 사진을 걸어 명예의 전당도 만들었다. 과학자를 우대하는 분위기가 확 느껴졌다. 국가별 해양수산과학기술 수준은 2016년 기준 미국을 100%로 했을 때 유럽연합 97.8%, 일본 95.1%, 한국 80.6%, 중국 75.5%다. 한국보다 앞선 곳은 멀리 있고 중국은 바짝 따라붙었다.

■ 유인잠수정을 타고 심해 5000m를 탐사했던데

2004년 프랑스 잠수정을 타고 태평양 심해저 평원이 있는 곳을 탐사했다. 우리나라가 확보한 심해저 광구가 있는 곳이다. 해저 5000m엔 빛은 없고, 잠수정에서 라이트를 켜서 보는데 시야는 반경 10m 정도다. 10m에 1기압씩 높아지니 그곳 압력은 500기압이다. 손톱 면적 정도인 1㎠에 소형차 한대 무게인 500kg을 올려 놓은 압력이다. 잠수정이 압력을 고르게 받지 못 하면 위험한데, 내가 내린 후 잠수함 점검에서 균열이 발견돼 수리했다고 들었다. 프랑스 사람들이 유서를 쓰고 타느냐고 묻더니 그때문이었나 하고 생각했다. 영화 아바타와 타이타닉 등을 만든 감독 제임스 카메론이 아바타 후속 영화를 만들기 위해 심해 1만1000m를 유인잠수정 타고 혼자 내려갔다. 1만m 이상 심해를 탐사한 사람은 인류역사에서 3명 뿐이다.

■아바타 후속편을 찍기 위해 1만1000m 심해로 갔다는 것인가

아바타 후속편 배경이 깊은 바다, 심해다. 카메론 감독은 심해에 직접 가서 느낌을 받고 메가폰을 들겠다는 것이다. 카메론 감독은 심해 탐사 후 미국우주해양연구소에 잠수정(딥스 챌린저)을 기증했다. 그 안에는 사람이 탈 수 있는 거주공간이 있는데, 직경 1m60cm 정도다. 혼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감독 키는 1m80cm 가량 된다. 그 안에 쪼그리고 앉아서 지구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해구에 내려갔다 온 것이다. 목숨 걸고 다녀왔다고 봐야 한다. 카메론 감독이 내가 이렇게 홍보하고 있는 것 아는지 모르겠다(웃음).

1960년대 미 해군이 이탈리아 심해잠수정을 개조해 군인 1명과 공학자 1명을 태우고 마리아나해구 1만1000m를 다녀온 적 있다. 카메론 감독까지 단 3명이 심해 1만m 아래로 내려가 본 것이다. 1만m 깊이 바다에서 압력은 4톤 무게의 수컷 코끼리 25마리가 무등을 타고 손바닥을 내려누르는 압력이다.

■김 원장은 심해 탐사에서 왜 프랑스 잠수정을 탔나

해양연구를 하다보면 돈이 많이 든다. 한 번 배가 나가면 기름값만 수억원이다. 공해상 자원을 개발하려면 힘 센 나라가 가서 말뚝박고 할 수는 없다. 유엔 해양법협약으로 공해자원은 인류공동 유산이라는 정신이 공유돼 있다. 프랑스도 우리도 심해광구를 갖고 있는데 한 번 나가면 심해에 실험장비를 설치해 놓고 년간 일어난 일을 기록하고 일년 후 회수해서 분석한다. 그러나 프랑스도 매번 나가서 조사하기는 부담스러우니 우리가 나갈 때 자기들이 설치한 것을 건져주면 좋겠다고 했다. 자기들이 나갈 때는 우리가 필요한 것도 해주고 서로 협력하기로 의기투합했다.

내가 나갔을 때는 프랑스가 자기들 광구에 자원량과 환경조사를 해 각각 지도를 만드는 일을 했다. 프랑스가 갖고 있는 6000m급 심해 잠수정 노틸이다. 노틸은 소설 해저2만리에 나오는 노틸러스호 이름에서 땄다. 그때 내가 같이 들어갔다.

■해양공간계획에 관심이 많은데 이유는

해양수산부가 지난 3월 해양공간계획(MSP)에 관한 법을 제정해 내년 4월 발효를 앞두고 있다. 휴식공간이자 연결공간이며 무한한 자원의 보고이자 일터이기도 한 바다를 이용하기 위해 공간계획을 세우려면 먼저 해양조사를 해야 한다. 당연히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과 장비, 정보를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는 사람과 장비가 있어야 한다. 해양공간계획의 필요성을 알리고 교육하는 기능도 필요하다. 우리는 이런 것을 갖추고 있다. 해양공간계획을 한 곳에서 독점하는 것보다 해양관련 기관들이 협력하는 게 필요하지만 주관하는 곳도 하나 있어야 하는데, 총체적 역량을 갖춘 우리 KIOST가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해양에 관한 연구 성과를 일반인이 알기 쉽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한데

그렇다. 자연과학을 한 사람들이 인문과학적 소양을 조금만 갖추면 최고의 인재가 될 수 있다. 세상이치를 알기 쉽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년 조금 안 됐는데, KIOST에서 국민에게 해양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자며 해양문고시리즈를 내기로 했다. 중학생 수준에서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일본에도 프랑스에도 유명 문고가 있다. 독자가 부담을 느끼지 않는 분량으로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본다. 내가 도서출판위원장 역할을 맡았다. 정년 퇴임까지 100권의 시리즈를 내겠다고 했는데, 중간에 여러 가지 일들이 있어 지금까지 30권 냈다. 올해 원장에 취임하면서 임기 4년 동안 50권 내겠다고 발표했다. 1년에 5권씩이니 가능할 것으로 본다.

책을 만들어 보니 처음엔 연구자들이 다들 어렵게 생각했다. 하지만 일단 초고를 쓰면 윤문하면서 고치면 되니까 무조건 써라고 했다. 해보니까 자신감도 생기고, 자기 이름으로 책이 나오는 매력도 느끼며 한 번 책을 낸 사람이 또 신청하는 경우도 생겼다. 나도 해보니까 글을 안 쓰면 손이 근질거릴 정도가 됐다. 기자였던 부친의 영향인 것 같기도 하다(웃음).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정연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