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지배구조 평점 여전히 하위권

2018-12-19 10:44:03 게재

아시아 12개국 중 '9위'… 단기 경제처방 반복

차등의결권 도입 논의 등 지배구조 개혁 후퇴

한국 기업지배구조가 여전히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정부 집권 초기에는 지배구조개혁에 대한 희망을 불러일으켰지만 차등의결권 도입을 추진하는 등 여당이 개혁을 후퇴시키고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까지 받고 있다.

◆상장사, 시민사회언론, 지배구조 최하위 수준 = 경제개혁연구소는 18일 'CG Watch 2018'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한국은 2017년과 2018년 평가에서 아시아 주요 12개국 중 9위를 차지했다"며 "2010년 이후 줄곧 하위권에 머물러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의 기업지배구조 제도와 관행을 규제기관과 상장사, 투자자, 감시·감리기관 등 7개 항목으로 나눠 평가하며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와 네덜란드 증권사 CLSA가 공동으로 발간한다.


이번 보고서는 각 나라의 기업지배구조를 7개 부문으로 나누어 평가했다. 세부항목 총 121개에 대해 0~5까지 6단계로 점수를 매겨 합산하고 백분율로 환산해 부문별 점수 및 총점을 구했다. 한국은 총점 46점을 받아 12개 국가 중 9위로 평가 됐다. 이중 상장사 부분은 38점으로 11위, 시민사회언론 부분은 31점으로 11위, 지배구조 제도 45점(10위) 등 3개 부문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주요 12개국 중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나라는 중국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3 곳뿐이다. 기업지배구조가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 국가는 호주였으며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또 다시 단기 경제처방으로 기업개혁 제압" = ACGA는 이번 보고서에서 현 정부 집권 이후 외부감사법 개정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규제 강화, 기업지배구조 모범 규준에 대한 '원칙 준수·예외 설명'공시 도입,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기업지배구조는 여전히 아시아 지역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취약하고, 역대 한국 정부는 기업의 책임성과 소수주주의 권리 등 핵심 이슈와 관련해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승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했을 때 초기에는 낙관적인 전망이 많았다"며 "지배구조 전문가들이 정부에 등용되고, 새 정부 출범에 앞서 2016년 8월에 기업지배구조모범규준 개정과 12월 스튜어드십코드 제정 등의 진전된 사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계획대로 되는 듯 보였다. 새 정부 출범 후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거래와 부당내부거래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금융위원회는 감사의 독립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외부감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은 급격히 달라졌다.

이 연구위원은 "공정위원장은 올 1월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중소기업에 차등의결권을 허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밝혔고 이는 지금 여당의 공식 입장이 됐다"며 "최소 수준의 개혁조차 반대하는 국회 내 이견으로 상법개정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는 동안에도 이에 대한 분명한 방침이 없었고 올해 중반기 이후 정책은 많은 부분 혁신과 규제완화, 일자리창출, 중소기업 지원에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다시 단기 경제처방의 필요성이 장기적인 기업개혁 가능성을 제압하는 현상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ACGA가 2년 후 진행될 2020년 평가에서 한국의 성적이 더 나빠질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한 내용은 △차등의결권 주식 도입 △공무원 2년 순환보직 제도에 개선이 없음 △ 취약한 주주권리를 개선하려는 시도가 없음 △새로운 comply or explain방식 하에서도 지배구조 공시가 개선되지 않음 △ 스튜어드십코드의 실행(특히 국민연금)이 지연됨 △상장회사들의 주주소통 의지가 감소함 등이다. 또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사항으로는 △금감원이 감사인 감독 집행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할 것 △더 많은 기업들이 주주들에게 독립적인 이사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 △ 이사회 구성과 보수, 위원회 등에 관해 기업들이 공시의 질을 높일 것 △ 규제기관이 새로운 규정 도입 시 의견수렴을 위한 시간을 보장할 것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도입할 것 등을 제안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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