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지금 보험사 M&A를 주목하는 이유
수차례 매각 실패로 시장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보험사들 인수합병(M&A) 시장이 최근 다시 요동치고 있다. 알려진 매물만 해도 3곳이나 된다. 입찰 흥행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M&A 릴레이가 자칫 ‘부실의 이전’이나 ‘폭탄 돌리기’로 귀결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나온다.
가장 주목받는 곳은 KDB생명보험이다. 재무구조 악화로 산업은행 품에 안긴 지 오랜 세월이 흘렀다. 올해로 7번째 매각을 준비 중인 KDB생명이 잔혹사를 끝낼지 관심이다. MG손해보험 역시 사연이 깊다. 2001년 부실금융기관 지정 이후 그린화재를 거쳐 수차례 주인이 바뀌었고 부실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여기에 롯데손해보험까지 매물로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동시에 매물로 나온 세 보험사 중 매각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KDB생명을 꼽는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대대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지원해 온 덕분이다. 산은은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추가적인 자금 지원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보험업 기반이 없거나 취약한 금융권에서는 자산규모를 키우고 자산운용 수익을 확보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반면 손해보험사 인수전에 대해서는 경계심이 가득하다. 현재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 실손의료보험 만성적자로 고전하고 있다. 일반보험 부문에서 독자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인수하더라도 정상화까지 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고령화로 성장정체에 직면한 대형 생보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위기타개를 노리는 것과 달리, 손보사 인수를 노리는 금융지주들은 주로 종합 금융 포트폴리오 완성에 관심이다.
현재로서는 매각의 성패를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이 건전한 자본을 만나 재무구조를 안정화하고 고용을 유지한다면 최상일 것이다. 하지만 자칫 자격이 미달하는 자본에 매각될 경우 부실 금융기관의 돌려막기라는 최악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우리는 이미 과거 단기 차익만을 노린 사모펀드(PEF)에 보험사를 맡겼다가 건전성이 더 악화했던 수많은 실패 사례를 목격한 바 있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뒤 성공적으로 체질을 개선해 금융그룹에 안착한 사례는 신한라이프의 전신인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등 지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보험산업은 수많은 계약자의 미래를 담보하는 공공재다. 민간 주도의 M&A라 할지라도 금융당국이 결코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되는 이유다. 당국은 인수 주체를 현미경 검증하고, 인수 이후의 경영 정상화 계획을 철저히 평가해야 한다. 이번 M&A가 부실의 연장이 아닌 한국 보험 시장의 체질을 개선하는 진정한 구조조정의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