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한방병원 보험사기 재판 '원점으로'

2019-01-30 11:42:35 게재

병원관계자 항소심서 환자 '보험사기 공모' 판단 미뤄

"환자 방어권 침해하면 안돼, 개별 재판에서 판단해야"

암 치료를 위해 입원했던 요양병원이 '사무장병원'으로 수사를 받으면서 환자들이 무더기로 보험사기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요양병원 관계자들에 대한 항소심 재판 결과가 나왔다. 1심에서는 병원 의료인과 환자들의 보험사기 '공모'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으나 2심에서는 환자들의 보험사기 재판이 별도로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보험사기 공모 혐의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

의료법 위반,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부산 대신한방병원 관계자들에 대해 열린 17일 선고공판에서 부산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문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이 병원이 비의료인에 의해 개설된 '사무장병원'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부산 대신한방병원에 입원했다가 보험사기 공모 혐의로 기소된 암환자들이 지난 17일 부산지법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대신한방병원은 의료인이 아닌 행정원장 손 모씨와 고교동창인 한의사 황 모씨와 황씨의 대학후배인 정 모씨가 함께 설립·운영했다. 의료법은 비의료인이 병원 설립·운영에 관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대신한방병원을 의료법에 의해 적법하게 개설된 요양기관인 것처럼 가장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은 행위는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1심에서는 병원 의사들과 환자들의 보험사기 공모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지만 2심은 이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환자들을 상대로 보험사기 혐의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거나 공소를 제기해 재판이 계속 중"이라면서 "만일 피의자 내지 피고인으로 된 환자들에 대해 이 사건에서 이 피고인들과의 공모관계를 인정한다면 이 환자들의 방어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결과가 발생하므로 각 환자들의 해당 사건에서 공모관계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이 이 사건에서의 판단 대상이 될 수 없는 환자들과의 공모 부분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한 부분은 아무런 효력이 없고 그에 대하여 검사가 사실오인, 법리오해를 주장하면서 다툴 실익도 없으므로, 검사의 이 주장에 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보다 피고인의 형량을 낮추면서 "병원 개설과 운영에 비의료인이 관여했지만 진료 자체는 의료인에 의해 이뤄진 점" 등을 참작했다. 이는 보험사기 공모 혐의로 기소된 환자들의 재판에서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될 수 있는 부분이다.

앞서 지난해 7월 열린 병원관계자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환자들이 병원으로부터 일부 편의를 제공받았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보험사기의 공범(공동정범)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공범으로 기소된 91명의 환자들이 △암 진단에 따라 그 치료를 위한 수술 기타 항암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들이고 △입원치료의 필요성에 관한 판단은 의학적 전문지식을 요하는 것으로서 환자로서는 전문 의료인이 입원치료를 권할 경우 그 판단을 신뢰할 수밖에 없고 특히나 암과 같은 중대한 질병으로 진단을 받은 사람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면서 환자들의 보험사기 공모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2018년 7월 20일 '사무장병원 입원환자가 사기범?' 기사 참조>

병원 관계자들에 대한 재판이 일단락되면서 조만간 환자들의 보험사기 선고공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들은 자신의 결백함을 호소하며 공판 일정에 맞춰 법원 등지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박소원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