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다음 경제침체 때 대응카드 없어"

2019-03-21 11:43:54 게재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긴축철회에 우려 고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비정상적 통화정책을 사실상 정상화하는 조치에 나섰지만,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움직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1일 "연준의 오늘 조치가 통화정책 정상화라면, 향후 경제적 조건이 다시 비정상적으로 변할 때 연준이 써야 할 총탄은 거의 남아 있지 않게 된다"고 우려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를 마친 이날 연준은 올해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며, 오는 9월엔 자산축소도 종료할 것임을 밝혔다.

이에 대해 WSJ는 "역사적 기준에서 보면 연준이 정상화라고 보는 이같은 통화정책 스탠스는 여전히 지나치게 부양적"이라며 "현행 연방기금금리는 2.25~2.50% 범위인데,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을 적용하면 실질 기준금리는 0.25%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마지막 긴축 사이클을 걸었던 2006년 말의 실질 금리는 2.75%였다. 그에 앞선 2000년 긴축 사이클에서는 실질 금리가 4%에 달했다.

이와 함께 연준은 오는 9월에도 여전히 3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거대한 자산을 보유하게 된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7%에 달한다. 지난 2006년엔 6%에 불과했다.

하지만 연준의 성과까지 부정한 건 아니다. WSJ는 "연준의 정책 덕분에 미 경제는 올해도 굳건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실업률은 3.8%로 안정적이고 인플레이션도 식음료와 에너지를 제외하면 2% 목표치에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WSJ는 "하지만 걱정스러운 것은 이러한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확장적 통화정책을 써야 한다는 점"이라며 "이는 결국 인구 증가세 둔화와 기업의 투자기회 감소와 같은 요소들이 계속 전 세계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을 짓누르도록 만든다"고 지적했다.

만약 미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진다면 연준은 대응할 무기가 많지 않다. 기껏해야 명목 기준금리를 2%p 정도 인하할 수 있다. 이는 경제침체 때 필요하다고 인식되는 수준의 절반도 안된다. 물론 채권 매입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자산을 과거 수준으로 부풀린다.

물론 글로벌 상황을 보면 미국은 운이 좋은 경우에 속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여전히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자산규모를 줄이는 건 언감생심이다. 이달 초 유로존 경제의 성장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ECB는 오는 12월까지 마이너스금리를 유지키로 했다. 당초 계획보다 연장된 것이다. 또 은행권이 어려움에 빠지면 특별저리융자를 시행키로 했다. 3년 만에 다시 시행된 조치다. 일본중앙은행도 비슷하다.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끌어올릴 여지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말까지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경우 연준이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은 대체적으로 가설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와 과감한 부양책 덕분에 지난해 미국 성장률은 3%에 달했고 실업률은 꾸준히 내려갔다. 또 식음료와 에너지를 제외한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목표치인 2%에 도달했다. 2012년 이후 처음이었다.

하지만 최근 데이터는 다른 상황을 말하고 있다. 제롬 파월 의장은 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여전히 굳건한 경제성장을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소매판매나 기업투자, 일자리 성장 등 최근 자료는 비관적이다. 핵심인플레이션도 2% 아래로 다시 미끌어졌다. 이를 반영한듯 연준도 올해 경제성장 전망 중간값을 2.5%에서 2.1%로 하향했다.

WSJ는 "시장의 걱정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연준의 비둘기적 결정은 증시를 상승하게 만들지만 이번 FOMC 결과 발표 직후 증시가 잠시 올랐다가 다시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장기국채금리도 올해 최저 수준인 2.53%로 떨어졌다. WSJ는 "장단기 국채금리의 격차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경제침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둔화세가 경제침체의 전조가 아니라고 해도, 연준의 상황 인식에 긴박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WSJ는 "기준금리가 다시 제로를 향해 내려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2% 인플레이션 목표 정책이 다음 경제침체 때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가지 대응 가능성은 2%를 넘어서는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2% 이상으로 인플레이션을 맞추다 보면 미 경제가 더 장기간 과열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만약 이 과정에서 고도를 잃고 휘청인다면 이미 때는 늦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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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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