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공소사실 조작" 주장에 검찰 "영상녹화 CD 검증할까"

2019-05-31 12:06:01 게재

원색적 비난에 검찰도 강경대응할 듯

현직 법관 "자괴감 들어" "창피한 선배"

법정에서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수사"라며 검찰 수사를 비판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검찰이 강하게 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30일 "양 전 대법원장이 법 집행기관인 검찰 뿐 아니라, 재판부도 모욕한 것"이라고 밝혔다.

법정 향하는 양승태│'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9일 오전 첫 공판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29일 '사법농단 사건' 관련 첫 재판에서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검찰이 말한 공소사실은 근거가 없는 것"이라며 "어떤 것은 정말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또 "법관 생활 42년을 했지만 이런 공소장은 처음 본다"며 "법률가가 쓴 문서라기보다 소설가가 미숙한 법률 자문을 받아서 한 편의 소설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양 전 원장의 주장이 근거없다"고 일축했다. 검찰 관계자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재판부가 양 전 원장에 대한 영장을 발부하고, 현재 본안 재판부가 양 전 원장이 신청한 보석 신청을 기각해서 구속상태를 유지했다"며 "중대 혐의를 구성한다는 것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속된 양 전 원장이 '미숙한 법률자문을 받은 소설'이라고 치부하는 건 법 집행 기관인 검찰 뿐만 아니라,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보석을 불허해 구속 상태를 유지한 재판부를 모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 관계자는 양 전 원장이 검찰 수사가 '사찰'이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이 사건은 검찰 자체 수사가 아니라 법원에서 세 차례 자체 조사를 거쳤고, 국민적 의혹이 커져 법원이 수사의뢰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에서 작성된 문건과 이메일을 근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이 자신이 진술한 것과 다르다는 양 전 원장의 주장에 대해서 위 관계자는 "양 전 원장에 대한 조사과정이 전부 영상 녹화가 됐다"며 "근거 없는 주장을 계속하면 영상 녹화 CD를 법정에서 틀어보는 검증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양 전 원장 측의 비협조로 인해 6개월 내 재판이 마무리돼야 하는데 4개월이 지나 첫 재판이 열릴 만큼 지연되고 있는 것이 진짜 문제"라며 "검찰이 신청한 증인 210명 중 양 전 원장 구속기한 8월 10일 전에 20명 정도 증인신문만 가능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의 한 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의 발언은) 후배 법관으로서 자괴감이 들게 하는 것"이라며 "구속기소된 상황이라 감정이 격앙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도 "한마디로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주장"이라며 "법정에서 피고인은 자유롭게 자신의 무죄 주장을 해야 하지만 앞뒤가 안 맞는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시된 혐의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을 하는 것이 아닌 통째로 '허구'로 주장하는데 그러면 법관 인사불이익도 없었다는 말이냐"며 "후배들로서는 창피한 선배인 셈"이라고 말했다.

전직 고위법관 출신 변호사도 SNS를 통해 양 전 대법원장을 겨냥해 쓴소리를 냈다.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공소장을 허구라고 검찰을 맹비난한 것과 관련해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선재성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본인(양 전 대법원장)은 무고한 간첩조작 피해자에게 무기징역과 중형을 선고한 자"라고 지적했다. 정작 허구인 공소장을 가지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던 법관이, 자신의 공소장이 허구라고 주장하는게 납득이 되느냐는 의미다.

안성열 오승완 기자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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