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별거 아내' 주택 소유해도 남편 임대주택 유지

2020-04-02 10:36:45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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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공급제도 취지를 비춰볼 때 계약해지 사유 해당하지 않는다"

법률구조공단 80대 노인 소송 지원

장기간 별거한 배우자가 주택을 소유하더라도 임대주택을 지원받는 노인의 보금자리는 유지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구지방법원 민사12단독 이효인 부장판사는 대구광역시가 A씨를 상대로 제기한 건물명도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80대인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살던 중 2016년 7월부터 대구시 소유 영구임대주택을 임대해 살고 있었다. 2018년 말 돌연 대구시는 A씨에게 임대주택에서 나갈 것을 요구했다. A씨가 임대주택에 입주하기 전인 2015년, A씨 아내가 집과 토지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의 부동산 보유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대구시는 A씨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과 임대계약서를 위반했다며 퇴거 요청과 함께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2018년 개정되면서 세대주와 동일한 주민등록표에 등재돼 있지 않은 세대원이 주택을 소유한 경우에도 세대주는 무주택자로 분류돼 영구임대주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2018년 이전에는 세대주의 배우자가 같은 주민등록표에 올라와 있지 않더라도, 주택 보유사실이 있다면 영구임대주택 계약 자격이 없다. 대구시는 이를 근거로 A씨에게 영구임대아파트 퇴거를 요청한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A씨는 임대주택을 비워줘야 한다. 하지만 A씨는 아내와 20년 넘게 별거한 상태였고, 서로 남남으로 살아왔던 것. 임대주택에서 내몰릴 위기에 놓인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자신의 처지를 호소했다.

공단은 A씨가 기초생활수급자로 무료법률구조 대상인점을 고려해 지원에 나섰다. 이 부장판사는 "A씨가 부정한 방법으로 임대받은 경우에 해당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구시는 A씨와의 임대주택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 A씨가 배우자와 임대차 기간 전후 동일 세대를 이룬 바 없고 앞으로도 이룰 가능성이 없는 형식적 법률상 배우자"라며 "임대주택공급제도 목적과 제도 취지를 비춰볼 때 계약해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구시도 이 판결에 항소하지 않았고, 최근 확정됐다. A씨는 현재 임대주택에서 거주할 수 있게 됐다. A씨 측을 지원한 공단 측 안혜림 변호사는 "혼인관계 파탄으로 사실상 이혼에 해당하므로 배우자 주택소유에도 불구하고 A씨는 무주택자에 해당한다"며 "이번 사건은 무주택세대 구성원에 대한 개념을 실질적이고 현실적으로 해석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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