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법관 후보 3명 모두 '서오남' 영남 출신
추천위, 배기열·천대엽·이흥구 판사 추천
국민 천거 후보였던 여성 3명은 모두 탈락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박경서)는 23일 오후 대법원 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국민 천거로 추천된 대법관 후보 30명 중 배기열(55·17기) 서울행정법원장, 천대엽(56·21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흥구(57·22기) 부산고법 부장판사를 새 대법관 후보자로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고 밝혔다.
◆"사회의 다양성 담아낼 식견 갖춘 후보 추천" = 박경서 위원장은 "전문적 법률지식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의지 등 대법관으로서 갖추어야 할 능력과 자질 뿐만 아니라 도덕성, 청렴성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심사했다"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 및 공정함을 실현할 능력과 자질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는 통찰력과 사회의 다양성을 담아낼 수 있는 식견을 갖춘 것으로 판단되는 후보들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배기열 서울행정법원장은 대구 대건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1985년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1년 대구지법 경주지원 판사로 임관했다. 대구지법과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특허법원 부장판사와 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당시 사회적으로 크게 논란이 된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의 재판을 담당해 연구윤리와 생명윤리를 엄격히 확립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천대엽 부장판사는 부산 성도고와 서울대 사법학과를 나왔다. 1988년 제30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5년 서울지법 동부지원 판사로 임관했다. 서울지법, 부산고법 판사와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산지법 부장판사, 대법원 부장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천 부장판사는 지난 1월 조희대 대법관 후임 후보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데 이어 또 후보자에 이름을 올렸다. 4대강 입찰담합 건설사들에 대해 법정최고액 벌금형과 담합 주모자에 대해서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죄로 징역2년 실형을 선고한 사건의 재판을 담당했다.
◆국가보안법 위반자 첫 대법관 후보 추천 = 이흥구 부장판사는 경남 통영고와 서울대 공법학과를 나왔다. 1990년 제3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3년 서울지법 남부지원 판사로 임관했다. 서울지법, 부산지법 판사와 부산지법, 울산지법 부장판사, 창원지법 마산지원장, 부산지법 동부지원장, 대구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6.25전쟁 직후 보도연맹원들을 대규모로 체포 구금해 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를 한 판결에 대해 재심개시결정을 한 첫 사례를 만들었다.
이 부장판사는 서울대 재학 시절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가 1990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화제가 된 인물이다. 그는 1985년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이른바 깃발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위반(반국가단체 고무찬양) 혐의로 구속기소 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1987년 특별사면됐으며, 2005년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깃발 사건 수사 당시 민추위를 이적단체로 규정한 것에 대해 "자의적인 판단이며 당시 관련자들의 자백도 신뢰하기 어렵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금까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후보가 대법관으로 제청·임명된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천위는 국민 천거 후보자들의 판결·업무 내역, 재산 관계, 처벌 전력, 병역 등 자료를 바탕으로 자질과 능력, 도덕성 등 대법관으로서의 적격성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3명의 추천 후보는 모두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50대 남성 판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출생지는 배 원장이 대구 달성, 천 부장판사가 부산, 이 부장판사가 경남 통영으로 모두 영남 출신이다.
반면 국민 천거 후보 30명에 포함됐던 이영주 전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 3명의 여성 후보나 교수 출신 후보는 모두 최종 후보자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이번 대법관 후보 추천 결과가 대법관 구성에 있어 시민 사회의 다양성 요구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법관 구성이 '서오남(서울대 50대 남성 판사)'에 치중돼 있다는 비판이 오래전부터 나왔다. 현재 대법관 14명(법원행정처장 포함) 중 남성이 11명, 여성이 3명이다. 그나마도 김 대법원장 취임 후 여성 비율이 늘었다.
◆30일까지 의견수렴 = 김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자 3명의 주요 판결과 업무 내역을 24일 공개하고 법원 내·외부의 다양한 의견을 30일까지 수렴할 예정이다. 의견수렴 일정과 의견 제출방법 등은 대한민국 법원 홈페이지(www.scourt.go.kr)에 별도 공고한다.
대법원은 "김명수 대법원장은 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과 의견수렴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통령에게 신임 대법관 후보자 1명을 임명제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