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등 주요광물 수급문제 닥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기후변화 대처에 수요 높아지지만 공급과 투자 못따라가”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마운틴패스’는 전투기에서 전기차 구동계까지 다양한 부문에 쓰이는 희토류를 생산하는 광산이다. 이곳은 북미지역 유일한 희토류 광산이다. 마운틴패스는 2015년 문을 닫았다. 중국 희토류 생산기업들과 경쟁에서 낙오했기 때문. 하지만 2017년 사모펀드 소유의 ‘MP머티리얼즈’가 광산을 사들이면서 새로운 장이 열렸다. 이 기업은 지난달 18일 “2020년 생산량이 40% 증가했다”고 밝혔다. MP머티리얼즈는 또 사업확대를 계획중이다. 지난해 미 국방부가 준 지원금으로 희토류 가공 시설을 지을 예정이다.
미 정부의 희토류 지원 배경은 미중 무역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서 의약품이나 반도체 등을 아웃소싱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과 맥을 같이한다. 광물은 특히 주요 관심사다. 배터리와 레이저유도미사일, 풍력발전 터빈 등 현대기술에 핵심재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이 주요 광물의 공급망을 틀어쥐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서방국가들은 오랫동안 ‘기업들이 스스로 공급망을 관리해야 한다’고 봤지만 중국의 공세적인 산업정책으로 상황이 악화되자 적극적 개입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올해 2월 행정명령을 발동해 경제와 국방안보에 중요한 핵심 공급망의 취약성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여기엔 희토류 등 핵심 광물과 배터리가 포함됐다. 유럽연합(EU) 위원회는 지난해 9월 핵심원자재 안정적 확보를 위한 민관연합을 출범했다. 호주는 지난달 핵심광물을 자체 가공하기 위한 지원계획을 공개했다. 관련 기업들에게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캐나다는 31개 핵심광물을 선정했다. 공급 안정을 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중국은 최소 10년을 앞섰다는 평가다. 중국 국영 ‘성화자원유한공사’는 MP머티리얼즈 지분 8%를 보유하고 있다. 또 마운틴패스의 유일한 협력업체다. 이 광산에서 채굴한 희토류를 전량 중국으로 보내 가공을 위탁한다.
미국과 중국의 다른 접근법
미국은 오래 전 광물 공급망 차질에 대비했다. 국가적 차원에서 주요 광물을 매입해 비축했다. 하지만 소련 붕괴 이후 그같은 필요성이 줄었다. 비축량 대부분을 매각했다. 국방부는 그 수익금을 다른 국방분야 지출에 배정하거나 2차세계대전 기념비를 건설하는 데 썼다. 남은 건 활용도가 의문스러운 것들이다.
2008년 미 국립연구위원회(NRC)가 미의회 의뢰를 받아 제출한 보고서에는 “국방부는 특정 광물의 필요성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공급에 대한 적절한 정보를 갖지 못한 것 같다”는 결론이 담겼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주요 광물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계획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은 셈이었다”고 전했다.
반면 중국의 접근법은 달랐다. 덩샤오핑은 1980년대 네오디뮴이나 프라세오디뮴 등 희토류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덩은 “중동이 석유를 갖고 있다면 중국은 희토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광물 채굴과 가공에 대해 국가적으로 지원했다. 그 결과 2010년 기준 중국의 희토류 생산량은 전세계 총공급의 약 95%를 기록했다. 같은해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면서 전세계 국가들은 무방비 상태임을 실감했다.
중국 조치는 부분적으로 자국내 희토류산업계에 대한 경영합리화 차원이었다. 불법채굴과 환경파괴가 만연했기 때문이다. 중국 남부지방에서 희토류 1톤을 채굴하기 위해선 300평방미터 넓이의 표토를 들어냈다. 광저우시 인근에선 희토류 채굴로 150평방킬로미터 삼림이 파괴됐다.
하지만 서방 주요국들은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분쟁 때문 아니냐고 분석했다. 일본은 희토류를 거의 전량 수입하는 나라다. 일본과 유럽, 미국의 정치권은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할 가능성에 깜짝 놀랐다. 미국과 유럽 일본은 중국의 수출쿼터제를 세계무역기구로 가져가 자유무역협정 위반 판정을 받아냈다.
그러나 최근 수년 동안 희토류 공급 차질 우려는 강화됐다. 중국이 자국의 희토류산업뿐 아니라 외국의 다양한 광산기업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 광물기업들도 희토류 가공을 위해선 중국에 위탁할 수밖에 없다. 미 국제전략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은 전세계 코발트 72%, 리튬 61%를 가공한다.
비단 중국의 희토류 장악문제만은 아니다. 핵심광물에 대한 전세계의 총투자가 급증하는 수요를 달래기에 충분치 않다. EU 위원회는 2030년 유럽의 리튬과 코발트 수요가 현재 대비 각각 18배, 5배 커질 것으로 본다. 청정에너지 프로젝트가 주 요인이다. 위원회는 지난해 9월 “탄소중립성은 화석연료가 아닌 다른 원자재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으로, 그중 많은 것을 해외에서 공급받고 있다. 이에 대한 글로벌 경쟁이 보다 치열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 역시 전세계 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2℃ 이하로 제한하려면 주요 광물의 글로벌 생산량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2050년 코발트와 흑연, 리튬 생산은 2018년 대비 450% 늘어나야 한다. 배터리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다. 세계은행은 “광물 재활용은 약간의 도움에 그칠 것”이라며 “새로운 광산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여전히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수요는 느는데 공급이 제한적이다 보니 최근 리튬과 코발트 산화네오디뮴 산화프라세오디뮴 가격이 상승했다.
수요 대비 투자 크게 낮아
이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글로벌 투자자본이 광산업에 적극 유입될 것을 예상하는 건 자연스럽다. 최근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열풍이 희토류 생산기업에 미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MP머티리얼즈는 5억달러 이상의 자본을 모았는데, 한 스팩이 이에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주요 광물에 대한 총투자는 여전히 빈약한 상황이다. 일단 채굴 프로젝트는 고위험군에 속한다는 악명을 갖고 있다. 투자자들은 원자재의 가격변동성이 워낙 커 특정 광산의 채산성을 적절히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을 우려한다. 리튬 등 일부 광물들의 경우 여전히 선물가격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다. 미국 콜로라도광업대학 모간 버질리언 교수는 “이 분야 시장은 투명하지도, 석유처럼 유동적이지도 않다”며 “그리고 적절한 가격예시도 없다”고 지적했다.
투자업계가 점차 ESG 흐름에 동참하는 것도 한 이유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과 사회, 기업지배구조를 뜻한다. 광산업계는 ESG와 배치되는 측면이 두루 있다. 예를 들어 코발트 채굴은 콩고민주공화국에 집중돼 있다. 이 나라는 부패와 아동노동으로 국제적 비판을 받는 나라다.
제대로 된 법과 제도를 갖춘 나라들은 괜찮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캐나다 기업 ‘리튬 아메리카스’는 미국 네바다주 북쪽에서 리튬광산을 개발하려 한다. 하지만 리튬 채굴이 이 지역 지하수와 산쑥들꿩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거액의 소송에 직면한 상황이다.
리서치기업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MI)의 앤디 레이랜드는 “2020년대 중반부터 배터리에 쓰일 리튬이 부족해져 배터리 가격 하락세의 오랜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가격의 약 2/3는 원자재가 차지한다.
이름과 달리 희토류는 상대적으로 풍부하다. 하지만 넓은 지역에 산재한다. 문제는 채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점. 또 광물을 분리해 상업적으로 판매가능한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은 기술·환경적으로 큰 도전과제다. 신규 진입자들이 고생하는 이유다.
MP머티리얼즈의 CEO 제임스 리틴스키는 “뒷마당에 바위가 있다면, 당신 역시 희토류 광산을 갖고 있는 셈”이라며 “문제는 채산성”이라고 말했다. 희토류 가공산업을 지배하는 중국은 희토류 가격에 큰 영향력을 갖는다. 다른 나라 다른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이유가 된다. 게다가 희토류 분리는 복잡하고 환경적으로 유해하다. 희토류 광물들은 종종 방사성물질 부근에 자리한다.
게다가 시장은 협소하다. 리서치기업 ‘아다마스 인텔리전스’는 “희토류가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방산과 교통, 전자제품 등의 시장은 수조달러 규모지만, 산화희토류 시장만 놓고 보면 고작 50억달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리틴스키 CEO는 “마운틴패스에서의 희토류 생산과 가공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아다마스는 “2030년 전세계는 전기자동차 모터에 쓰이는 희토류자석의 핵심원료 산화네오디뮴과 산화프라세오디뮴 부족에 시달릴 전망이다. 마운틴패스가 연간 생산하는 양의 3배 이상이 모자랄 것”이라며 “그때까지 해마다 가격이 5~10% 오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시간이 필요한 문제
정부가 어떻게 개입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는 일본이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에 나선 이후, 일본은 주요 광물 공급을 안정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2011년 정부 지원을 받는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와 무역회사 소지쯔는 호주 희토류 생산기업 '리나스'에 대출과 주식투자 등 2억5000만달러를 썼다. 거래 대가로 일본은 매년 약 8500톤의 희토류를 확보했다. 일본 총수요의 약 30% 정도다.
일본의 리나스 지원은 대체적으로 성공적이라 평가받지만 리스크도 있었다. 중국이 수출통제를 완화하면서 희토류 가격이 급락해 리나스가 파산 직전에 몰린 것. 결국 JOGMEC과 소지쯔는 2016년 리나스의 부채를 구조조정했다. 또 리나스의 말레이시아 가공공장은 방사능 부산물에 대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JOGMEC은 10년 전 희토류를 확보하기 위해 캐나다와 카자흐스탄에서 각각 광물 벤처기업을 세웠지만 여전히 결실을 맺지 못했다.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도 배터리 공급망을 재고하고 있다. 테슬라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코발트를 생산하는 글렌코어와 '오프테이크 계약'(offtake)을 맺었다. 장기공급계약을 맺어 생산업체의 이익을 확보해주는 차원이다. 또 지난달 뉴칼레도니아의 니켈 광산에 재정자문이 됐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미 네바다주에서 리튬 채굴권을 확보, 자체 기술로 채굴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지만 업계로부터 '지나치게 단순한 데다 구체적인 내용도 없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유럽의 경우 주요 광물 채굴과 가공 프로젝트는 유럽투자은행(EIB)의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미 국방부의 지원금은 마운틴패스뿐 아니라 호주기업 리나스로도 확대됐다. 텍사스에 희토류 가공시설을 건설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미국 개발금융공사는 설립 후 처음으로 민간회사의 지분을 획득했다. 니켈과 코발트 광산을 개발하는 브라질 '테크메트'에 2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유럽과 미국 정부의 이같은 조치들은 사회적 논란을 불렀다. 유럽의 광물지원 프로젝트엔 그린란드 내 희토류 개발사업이 포함돼 있는데, 여기엔 중국 국영 '성화자원유한공사'가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다. 또 이 사업으로 인한 환경오염 우려는 현지시간 6일 예정된 그린란드 선거의 주요 이슈로 등장했다.
미국의 경우 공화당 테드 크루즈와 존 바라소 상원의원이 해외의 희토류 채굴·가공에 대한 정부 지원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 의원의 지역구가 희토류 개발에 유망한 지역이기 때문. 또 다른 공화당 상원의원인 마르코 루비오는 희토류 공급업자들을 모아 협동조합을 만들자는 안을 내놨다. 반독점 규제의 예외를 인정하자는 것.
이런 다양한 조치들은 상당한 성과를 낼 수 있다. 1970년대 석유금수조치로 유정굴착 기술의 혁신과 대안에너지 발굴이 이뤄졌다. 마찬가지로 희소광물을 재활용하거나 대안을 마련하는 방안에 투자하는 건 가치가 있다. 하지만 원하는 결과를 내려면 10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 BMI의 레이랜드는 "일반적으로 광산은 가동을 시작하는 데만 최소 5년이 걸린다. 종종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