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자사주소각 "주주친화적 지배구조 개선"

2021-05-20 00:00:01 게재

SK텔레콤 주가 30% ↑시총 10% 증가

비통신 분야 자회사 IPO 움직임 활발

증권가는 SK텔레콤의 인적분할과 자사주 소각에 대해 주주친화적 지배구조 개선조치라는 평가를 내놨다. 주식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기업구조 개편을 공식화했던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 이후 SK텔레콤의 주가는 30% 상승했고 이달 초 10.6%에 달하는 자사주를 소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은 오히려 10% 증가했다. 비통신 분야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 움직임도 활발하다.
◆2조70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 =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텔레콤의 18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2조864억원에 달했다. SK텔레콤이 2조69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 지난 6일 기준 SK텔레콤의 발행주식 총수는 기존 8075만주에서 7206만주로 10.8% 줄어들었지만 시총은 3월 정기주총 전일 시총 20조1057억원보다 9.85% 증가했다. 주가는 30% 이상 고공행진했다.

이번 자사주 소각은 지난달 SKT 인적분할 발표 이후 후속 개편 중 하나로, 지난 4일 이사회 결의 직후 바로 진행됐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의 자사주 소각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지면서 인적분할 이후 SK(주)와 합병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는 동시에 주주가치 제고 취지를 확실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분할 이후 기업가치 상승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보유한 주식을 없애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주들이 보유 중인 주식 가치가 일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특히 외국인투자자의 강한 순매수가 눈에 띈다. 지난해 외국인 투자자의 SK텔레콤 순매도 규모가 5562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순매수 규모는 매우 이례적이다. 또 1월 2208억원에서 2월 2499억원, 3월 3051억원, 4월 4161억원으로 순매수 강도는 매월 강해졌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투자자가 SK텔레콤을 집중해 사들이는 이유는 인적분할과 30조원에 달하는 투자자산 재평가와 배당 투자 매력 때문으로 보인다"며 "외국인투자자의 순매수 강도가 지속된다면 주가 상승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할 관련 주총 열리는 9월까지만 상승 =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의 목표주가를 추가 상향조정하고 있다. 다만 주가 상승은 분할 관련 주총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9월까지로 예상된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텔레콤의 목표주가를 소폭 상향 조정한다"며 "그 원인은 △대규모 자사주 소각에 따른 주당순이익(EPS) 증대 효과가 큰 상황 △우수한 상반기 실적 △MNO(이동통신) 배당금이 유지되는 가운데 장기적으로는 SK브로드밴드 배당금까지 지급될 것으로 보여 분할 후 SK텔레콤 사업 회사 가치는 높게 유지될 전망 △가을 주총 전까지는 SK텔레콤 경영진이 주가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SK텔레콤의 경우 가을 주총 전까지 보유, 거래 정지 기간 전 매도, 재상장 이후 MNO 위주의 매수를 권고한다"며 "장기적인 주가상승을 장담하긴 쉽지 않고 연말 기업분할이 예정되어 있는 데다가 중간지주사에 대한 투자가들의 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질지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SK그룹 내에서 가장 시가총액이 높은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는 최근 주가가 부진한 상황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는 지배구조개편과 상관없이 비메모리 공급부족과 스마트폰·PC 출하량 둔화 우려 및 밸류에이션 고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2분기 중 시장 우려들은 대부분 해소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자회사들 IPO로 실탄 확보 = 인적분할 계획 발표로 SK텔레콤의 비통신 분야 자회사들의 IPO 움직임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를 활발하게 진행하면서 기업가치를 키우고, 증시에 입성해 실탄을 확보하면 다시 신사업을 확대해 나가는 선순환 구조가 예상된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개편은 SK텔레콤이 인적분할 검토 공시에서 주주가치 제고와 성장 가속화를 위해 추진한다고 밝혔듯이 가치주와 성장주로 대변되는 분할 효과가 있다"며 "통신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사업회사는 사업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주주환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고, 투자회사는 SK하이닉스의 가치 반영과 함께 ICT 성장주로서 주목받게 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존속법인은 통신사업의 안정적인 실적을 기반으로 배당주로 포지셔닝 하고, 신설법인은 주요 자회사의 IPO와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적극적인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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