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통계 제 각각, 어느 것 믿어야 하나

2021-05-20 11:13:19 게재

2017~2020년 4년간 누적 상승률, 최대 3배 차이 … ‘실거래가’ 기반 통계 강화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지난 4년간 가장 아쉬웠던 점은 역시 부동산 문제”라며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집값을 2017년 집권초반 수준으로 돌려 놓겠다고 약속했으나 실패했다는 얘기다.

문재인정부 4년(2017~2020년) 집값은 얼마나 올랐을까.

지난해 나라 전체가 집값으로 들썩일 정도였으니 많이 올랐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통계를 보면 제 각각이다.


◆집계방식 비슷한 부동산원-국민은행도 큰 차이 = 지난 4년간 아파트 가격 누적상승률을 보면 △한국부동산원(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10.3% △KB국민은행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 13.7% △한국부동산원(실거래가지수) 22.6% △한국도시연구소 24.3% △부동산114의 114 REPS 32% 등이다.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와 부동산114 상승률이 3배 이상 차이난다.

서울지역을 봐도 마찬가지다. △한국부동산원(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16.8% △KB부동산 34.9% △한국도시연구소 49.5% △부동산114 REPS 51.5% △한국부동산원 실거래가지수 60.7% 등이다. 최저.최고 간 3.6배 차이난다.

물론 모집단, 집계방식 등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차이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현실의 수치는 상식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하나의 통계만을 지속적으로 살피면 그나마 개략적인 시장흐름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각각의 통계가 뒤섞인 채 수시로 발표되는 상황에선 쉽지 않다. 국민들의 현명한 ‘통계읽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왜 이같은 차이가 발생할까.

주택가격 통계는 크게 두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실거래가’와 ‘표본주택’ 가격을 기초로 산정하는 방법이 있다.

한국부동산원 실거래가지수와 한국도시연구소 통계가 전자에 속한다. 특히 한국부동산원 통계는 정부 공식통계로 사용된다. 실거래가는 실제 거래된 가격을 말한다. 현재 주택매매시 계약체결 후 1개월 안에 의무적으로 거래가격을 신고해야 한다. 2006년부터 실거래가 신고제를 시행하고 있다.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하더라도 산정방식이 다르다. 한국부동산원은 거래가 2번 이상 이뤄진 동일주택을 대상으로 가격을 비교한다. 반면, 한국도시연구소는 ‘평균가격’을 사용한다. 분석대상 기간에 이뤄진 모든 실거래 가격을 합산한 뒤 거래건수로 나누는 방식이다.

같은 실거래 기반 조사라도 차이가 심하다. 가령 2020년의 경우 도시연은 1.9% 상승했지만, 부동산원은 18.5% 올랐다. 2017년엔 도시연 11.2%, 부동산원 1.6% 상승했다.

또다른 방식은 표본조사다.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와 KB국민은행의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조사가 이에 해당한다.

표본주택을 선정해 지속적으로 ‘조사’해 산정한 가격이다. 표본주택이 거래되면 거래가격을, 거래되지 않으면 거래된 유사사례를 선택해 가격을 구하는 식이다.

기관별로 표본주택 규모, 조사지역, 조사방식 등이 다르다. 부동산원은 전국 261개 시군의 거래가능한 아파트 중 1만7190호를 선정해 조사한다. 부동산원 조사원이 직접 조사한다.

국민은행은 서울시.6개광역시.세종시와 57개시, 3개군, 104개구를 대상으로 조사한다. 조사지역이 부동산원보다 제한적이다. 그러나 표본수는 3만327호로 훨씬 많다. 국민은행 역시 표본주택이 거래된 경우엔 실거래가를 반영한다. 거래되지 않을 시엔 해당지역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유사사례를 참조해 직접 온라인 조사표에 입력한다. 국민은행 통계는 1986~2012년까지 정부공식 통계로 사용했다. 이후 부동산원으로 이관했다.

표본조사의 경우 표본규모, 조사원 전문성, 호가반영에 따른 거품 가능성 등이 논란이다.

같은 표본조사지만 4년 누적치가 부동산원 7.6%, 국민은행 13.7%로 격차가 크다.

부동산114 REPS는 별도 표본주택없이 회원으로 가입한 전국 중개업소에서 올리는 매매가격을 기반으로 집계하고 있다. 부동산114는 특히 아파트에 집중하고 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시장이 워낙 다양한데다, 각 통계가 서로 다른 자료에 기반하기 때문에 결과가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각 통계가 갖는 특징과 장.단점을 염두에 두고 통계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임 교수도 “서로 비슷한 방식인 한국부동산원과 국민은행 통계가 크게 차이나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부동산원 신뢰성 높여야 = 현재 실거래가 기반의 주택가격 통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거래가는 조사자 주관이나 호가로 인한 가격거품을 제거해 시장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거래가 통계가 없을 때는 표본조사가 불가피했지만 이제는 실거래가 자료를 갖고 있다.

실제 외국의 경우 많은 나라에서 실거래 가격에 기초해 주택가격 지수를 산정하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노르웨이 스위스 홍콩 싱가포르 등. 표본방식에 기초하는 국가는 독일, 캐나다, 일본 등 일부 국가에 한정돼 있다.

그러나 표본조사를 강조하는 입장에선 실거래가 조사가 속보성(시의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한다. 실거래가 통계는 신고기간(1개월)이 지나야 가능한다. 현재 한국부동산원은 1.5개월 뒤 발표하고 있다. 3월 실거래가를 5월 15일 공표하고 있다. 주간단위로 집값통계를 발표하는 우리 현실에서 1개월 반이 지나면 흐름파악이나 정책수립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전체시장을 파악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거래량이 적거나, 특정 지역.가격대에 거래가 몰릴 경우 전체시장 상황을 왜곡할 수 있다.

이종민 부동산원 주택통계부장은 “표본방식은 표본.비표본 간 오차가 발생할 수 있지만 적시성을 확보하고, 전체 주택시장 판단에 유용하다”며 “표본수 확대 등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임재만 교수는 한국부동산원에 한달 주기로 발표하는 실거래가 지수를 충실히 만들 것을 제안했다. 호가에 기반한 주간단위 통계는 민간에 맡기고, 시의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실거래가에 기반한 신뢰성있는 가격지수를 만드는 것이 공공기관 역할이라는 것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정확하고 신뢰성있는 데이터가 정책결정과 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의 기반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지수산정시 사용되는 원자료, 방법론, 가중치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통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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