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스타트업 정신과 '대기업병'
'스타트업'은 더 이상 작은 신생기업을 뜻하는 단어가 아니다. 스타트업으로 불리는 여러 회사들이 이미 수조원대의 기업가치와 매출을 자랑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누구는 여전히 스타트업이고 누구는 기성기업인가.
스타트업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더 나은 방식을 찾는 회사'다. 음료 자판기가 없던 세상에 자판기를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가 있다면 그게 바로 스타트업이다. 쿠팡이 여전히 스타트업인 이유는 '고객은 빠른 배송을 원한다'라는 명제 아래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배송 방식들을 계속 선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그룹이 된 카카오에서 만든 카카오뱅크 역시 스타트업인 이유는 '편리한 디지털 은행'이라는 명제 하에 기존 은행들이 제공하지 못했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더 나은 해결 방식'은 엄청나게 빠른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고객은 놀랄 만큼 정직해서, 더 나은 해결 방식으로 옮겨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심지어 이런 해결 방식들이 IT 서비스로 제공되는 최근에는 그 성장속도가 '로켓'에 비견될 만큼 어마어마하게 빨라졌다. 창업한 지 5년도 안되어 조 단위 매출을 만들어내는 회사들이 나타나는 이유다.
기대감과 절박감이 만든 스타트업 정신
하지만 이런 어마어마한 성장의 뒷면에는 생존을 위한 절박함이 숨어있다. 남들과 다른 방식을 선택한다는 것은 살아남았을 때 커다란 과실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과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공존하는 것이다.
스타트업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종종 "런웨이(Runway) 얼마 남았다"라는 말을 듣는다. 필자는 런웨이라는 단어가 스타트업의 절박함을 정말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런웨이는 활주로를 뜻한다.
새로 디자인한 비행기를 타고 300m짜리 활주로를 200m 가량 달렸는데 아직 이륙을 못한 상태라면? 100m 안에 이륙해야 한다. 하지 못한다면 단순히 날지 못하는 것을 넘어, 충돌로 모두가 죽을 수 있다. 비행기 안의 모든 사람들은 죽자사자 비행기를 띄우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것이다. 생존을 위한 절박함으로 인해 기민함은 당연하고, 때로는 평소라면 시도하지 않을 과감한 시도도 해볼 만하다고 느낄 것이다.
필자는 이 커다란 기대감과 절박함의 공존에서 나오는 깊은 고민, 과감한 결정과 실행, 조직의 기민함이 바로 '스타트업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스타트업 정신은 회사가 커지면 커질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다. 수익이 나기 시작하면 절박함이 떨어지고 시간이 지나면 과실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진다. 무엇보다도 조직이 방대해지면 실행이 느려진다.
절박함도 기대감도 떨어졌는데 원하는 대로 실행조차 못하게 되는 상황, 소위 대기업병이 걸리는 것이다. 이 시점이 되면 조직 내 좋은 인재들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대기업병' 생기면 좋은 인재들 회사 떠나
패스트캠퍼스가 사내 독립기업(CIC, Company-In-Company) 제도를 도입하고, 데이원컴퍼니로 회사명을 바꾼 이유는 이 '스타트업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패스트캠퍼스는 지난 7년간 매년 두배 성장을 유지하며 성인 교육시장을 맨손으로 개척해왔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대기업병'을 경계하고 '스타트업 정신'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다할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