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회생 경로 오리무중
회생 절차서 책임 회피 논란 재점화
불구속 필요성 주장 뒤 급여 유예·폐점 … DIP 조달 앞두고 분담 구조 쟁점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 홈플러스가 급여 지급을 미루고 점포 추가 폐점을 발표했다. 이어 최우선 변제권이 보장된 1000억원 규모의 DIP(회생기업 긴급 운영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회생 절차의 부담이 누구에게 먼저 돌아가고 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19일 노동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불안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 점포 직원 A씨는 “급여가 밀리면 생활이 바로 흔들린다”며 “회생이 필요하다는 설명은 이해하지만, 왜 직원들이 먼저 버텨야 하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폐점 대상 점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고용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회생 국면의 비용이 현장에서 먼저 체감되고 있다는 의미다.
협력업체들도 긴장하고 있다. 식품 납품업체 관계자 B씨는 “대금 회수가 늦어지면 중소 협력사는 곧바로 자금 압박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유통 현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회생 절차의 영향이 협력업체까지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14일 내부 공지를 통해 “현금이 부족해 1월 급여를 정상적으로 지급하기 어렵다”며 급여 지급을 기한 없이 미루겠다고 밝혔다. 급여를 나눠 지급한 사례는 있었지만, 전면 유예는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날 7개 점포를 추가로 닫겠다는 계획도 함께 알렸다. 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급여 유예와 점포 폐점이 동시에 나오자, 구조조정의 부담이 노동자와 협력업체로 먼저 옮겨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같은 결정은 대주주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 이뤄졌다. 특히 영장 기각 이후 현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조치들이 잇따르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법원 판단 과정에서 경영진측은 불구속 상태여야 급여 지급 등 회사 운영을 이어갈 수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후 실제로 발표된 조치는 급여 유예와 대규모 폐점이었다.
이런 가운데 MBK는 홈플러스 회생 절차에서 3000억원 규모로 추진 중인 DIP 가운데 1000억원을 먼저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유동성 악화로 급여 지급이 지연되고 일부 점포 영업이 중단된 점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자금 투입으로 급여 미지급과 일부 정산 문제 등 당장의 위기는 다소 완화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 자금 조달에는 채권단을 향한 압박 성격이 함께 담겨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대주주가 일부 자금을 먼저 투입할 경우, 다른 채권단에도 참여 결정을 서두르라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급여 유예와 폐점 등 위기 상황을 공개한 뒤 DIP 참여를 공식화한 것은, 채권단에 조속한 판단을 요구하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금의 성격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DIP는 회생 중인 기업이 운영을 이어가기 위해 조달하는 자금이지만, 다른 채권보다 먼저 상환받을 수 있는 구조다. 노동계에서는 “임금은 유예되는데 대주주의 자금은 가장 안전한 방식으로 들어간다”며 “사재 출연이나 무상 증자처럼 대주주가 직접 손실을 감수하는 방식과는 다르다”고 지적한다. 회생 비용을 누가 먼저 부담하고 있는지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금 규모 역시 쟁점이다.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에는 약 3000억원의 DIP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지만, 현재 확정된 대주주 부담은 1000억원에 그친다. 나머지 자금은 채권단 협의에 달려 있다. 노조 등 홈플러스 안팎에서는 “이번 자금이 책임 분담의 출발점인지, 채권단 결정을 끌어내기 위한 최소한의 선제 조치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주주 책임 논란이 다시 불거지는 배경에는 홈플러스의 자금난이 단기간에 생긴 문제가 아니라, 차입을 동반한 인수 구조와 이후의 재무 전략이 누적된 결과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DIP 대출 중심의 자금 조달은 위기의 책임을 함께 나누기보다는, 기존 투자 가치를 지키는 선택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안 보완과 법원 인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급여 유예와 폐점이 이어지는 가운데, 회생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누가 어떤 순서로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을 경우 현장의 불안과 불신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사 판단과는 별개로, 홈플러스 회생의 경로와 부담 분담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