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뜨거워지는데 왜 추울까?…달라진 한파

2026-01-19 13:00:01 게재

최근 10년 평균 한파일수 20% 감소, 최저 기온 꾸준히 상승 … 2000년대 이후 해양에서 대기 순환 주도로 원인 변화

“지구온난화가 심화한다면서 도대체 왜 이리 추운 거야.”

잠시 주춤했던 추위가 다시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19일 기상청은 “20일부터 전국 대부분의 아침 기온이 19일보다 10℃ 이상 크게 떨어지는 곳이 많겠고 당분간 강한 추위가 지속되겠다”며 “19일부터 기온이 떨어지면서 내린 비나 눈이 얼어 빙판길과 도로 살얼음이 나타나는 곳이 많겠으니 교통안전과 보행자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예보했다.

한파가 기승을 부리지만 지구온난화로 최저기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사진은 아이슬란드에 있는 빙하호(빙하가 후퇴하면서 생긴 호수)인 요쿨살론.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19일 낮 최고기온은 -3~10℃로 전망됐다. 20일 아침 최저기온은 -17~-3℃, 낮 최고기온은 -4~6℃로 예보됐다. 더욱이 강한 바람으로 체감온도는 실제보다 5~10℃가량 더 낮을 수 있다.

기상청은 “2025년 크리스마스 및 2026년 연초에 나타났던 최저기온과 비교했을 때 19일 이후 주간 기온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을 가능성이 있다”며 “한파 지속기간은 6일 가량으로 이번이 더 길겠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번 한파는 주 중반에 절정을 보일 걸로 예상된다”며 “26일 전후 한파가 완화되더라도 평년보다 낮은 기온을 보이며 춥겠다”고 덧붙였다. 평년은 지난 30년간 기후의 평균적 상태다.

사실 겨울 추위는 당연하다. 하지만 지구가 뜨거워진다는데 왜 매년 겨울은 춥냐고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25년은 역대 가장 더운 3년 중 하나인 해다. 또한 이러한 경향은 최근 계속 지속되는 추세다. WMO는 2015~2025년이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11년을 기록하면서 지구온난화가 지속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덩달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두꺼운 해빙(바다 얼음) 지역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캐나다 최북단 북극의 퀸 엘리자베스 제도(QEI) 피오르드는 기후모델에서 얼음이 가장 오래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지역이다. 이른바 ‘마지막 빙하지대’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 캐나다 해안경비대 아문센호가 이 지역을 종합적으로 조사한 결과, 수미터 두께의 빙하가 부서지고 무른 상태로 발견됐다. 또한 위성 데이터 분석 결과, 1997년 이후 이 지역 얼음이 10년마다 5일씩 더 일찍 녹기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어붙은 인공폭포 강추위가 이어진 13일 인천 연수구 한 음식점 앞 인공폭포가 얼어 있다. 인천=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체감온도 vs 과학에서 정의하는 기온 = 16일 김백민 부경대학교 지구환경시스템과학부 교수는 “겨울철 사람들이 느끼는 기온과 과학에서 정의하는 기온 간의 차이가 좀 큰 것 같다”며 “겨울에 진짜 온도가 내려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게 최저기온인데, 2000년대 이후로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여름철 혹은 평상시 기온 자체가 워낙 빠르게 따뜻해지다 보니 사람들이 조금만 추워져도 상대적으로 더 춥게 느끼는(체감온도) 경향성이 더 커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내일신문이 기상청의 기상자료개방포털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6~2025년 평균 한파일수는 5.6일로 1973년 이후 전체 평균 7.0일보다 약 20% 적었다. 2024년은 1973년 이후 2번째로 한파일수가 적었다. 최근 들어 한파 발생 빈도는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1973년은 전국에 기상 관측망이 대폭 확대된 해다. 한파일수는 아침(03:01~09:00) 최저기온이 -12℃ 이하인 날의 수다.

지구온난화 영향 속에 한파 원인도 달라지고 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의 논문 ‘딥러닝 기반 대한민국 한파 발생 빈도 예측’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한파 발생 메커니즘이 해양 주도에서 대기 순환 주도로 전환하는 추세다. 북극 온난화가 시베리아 고기압을 강화하고 제트기류 패턴을 변화시키면서 스칸디나비아 패턴과 서태평양 패턴 같은 대기 순환 지수의 영향력이 커졌다. 실제로 2008년 1~2월 장기 한파와 2016년 1월 극한 한파가 이러한 대기 패턴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에서는 “한파가 여전히 발생하지만 그 원인과 패턴이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주 쉽게 설명하면,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거나 낮아지면서 대기에 영향을 주는 식으로 한파가 나타나다가 북극이 빠르게 따뜻해지면서 대기 흐름 자체가 변화가 일어나면서 한파가 발생하는 경향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한파와 같은 한랭 기류의 발생은 △북극 진동(AO) △시베리아 고기압 △알류샨 저기압 △우랄 및 오호츠크 차단과 같은 중위도 및 고위도 지역의 차단 현상을 포함한 다양한 대규모 순환 패턴의 영향을 받는다.

북극 진동은 북극과 그 주변 고위도 지역의 저기압이 강약을 되풀이하며 변화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북극진동에 따라 중위도 제트기류가 변화하며 이상 저온 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알루샨 저기압은 북반구 겨울철 해면 기압에 대한 평균 일기도에 나타나는 알류샨 열도 근처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저기압이다. 북반구 대기 순환에서 주요 작용 중 하나다.

◆유라시아 대륙 ‘블로킹 현상’ 잦아져 = 김 교수는 “한파하면 사람들이 ‘삼한사온(3일 춥고 4일 따뜻한 현상)’이라는 말을 떠올리는데, 최근 이 유형이 많이 깨지고 있다”며 “겨울이지만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다가 갑자기 다시 추위가 찾아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보다 최저기온이 더 떨어진 건 아니지만 한번 추위가 찾아오면 그 기간이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향성이 2000년대 이후로 뚜렷해졌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15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1월의 일최고기온 최고 극값을 경신하기도 했다. 기상청은 “15일 낮 기온이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15℃ 이상으로 올라 평년(1~8℃)보다 3~10℃ 가량 높았다”며 “한반도를 기준으로 북쪽 저기압과 남쪽 이동성고기압이 위치하며 우리나라는 온난한 공기를 머금은 서풍에서 남서풍 계열 바람이 불어 기온이 오르는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15일 대구는 18.0℃로 종전 기록인 2002년 1월 15일 16.5℃를 넘어섰다. △경남 창원 19.0℃ △경남 김해 18.9℃ △경남 밀양 18.9℃ △경남 합천 18.6℃ △경남 산청 18.4℃ 등에서도 종전 기록을 갈아치웠다.

김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빠르게 온도가 상승하고 얼음이 녹는 지역이 북극”이라며 “이와 관련해서 북극을 감싸고 도는 강력한 순환 시스템인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정체되면서 유라시아 대륙의 블로킹 현상들이 많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기류가 더 정체되면서 한파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현상들이 최근 겨울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블로킹은 대기의 정상적인 흐름(서쪽→동쪽)이 거대한 고기압에 막혀 정체되는 현상으로 같은 날씨가 오래 지속되게 만든다. 특히 우랄산맥과 오호츠크해 부근에서 블로킹이 발생하면 시베리아의 찬 공기가 한반도로 남하하는 통로가 만들어진다.

두 지역에서 동시에 블로킹이 발생하는 ‘더블 블로킹’이 일어나면 2008년과 2016년처럼 극심하고 장기간 지속되는 한파가 나타난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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