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중소벤처기업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2021-09-16 11:10:53 게재
요즘 중소벤처업계를 보면 떠오르는 사자성어가 있다. '조고각하'(照顧脚下)다. 자기 발(다리) 아래를 잘 살펴보라는 뜻이다. '남의 허물이나 일을 논하기에 앞서 먼저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경계와 반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국회와 정부는 플랫폼기업 규제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공정위는 14일 구글에 과징금 2074억원을 부과했다.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게 이유다. 같은날 카카오는 골목상권 철수를 결정했다. 골목상권 침해 비난여론에 백기를 든 것이다. 구글과 카카오 규제는 플랫폼기업의 시장독점을 악용한 횡포와 산업생태계 파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플랫폼기업들은 '혁신'이란 이름으로 시장을 지배한 후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집중했다. 기업가정신은 버리고 독과점의 칼을 휘둘렀다. 카카오뿐만 아니라 쿠팡 배달의민족 등도 비슷했다.

문제는 상황이 이 지경이 될 때가지 혁신벤처업계 내부에서 자정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피해발생으로 비난여론이 쏟아져도 혁신벤처업계는 침묵했다. 그들이 주장해온 기업가정신과 새로운 경영문화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중고차 판매업은 6년(2013∼2019년) 동안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사업권을 보호받았다. 2019년 2월 적합업종에서 제외됐다. 업계는 생계형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고 동반성장위원회는 6개월간 실태조사 끝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심의위원회를 열고 생계형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결정해야 했지만 2년 반이 지나도록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싸늘한 여론 때문이다. 중고차 판매업계가 자정노력을 통해 소비자 불신을 줄이는 데 실패했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에너지비용 부담 현황조사' 결과를 14일 내놓았다. 조사결과에서 제조 중소기업 대부분(88.8%)은 산업용 전기요금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중소기업 79.5%는 원감절감 등을 위해 에너지비용 절감시설에 투자했거나 투자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정부의 에너지효율 향상 지원사업에 참여한 기업도 9.9%에 그쳤다. 중소기업들이 에너지를 줄이려는 의지가 약하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중소벤처업계는 여전히 정부에 많은 지원정책을 요구하고 대기업 횡포를 호소한다. 하지만 중소벤처기업계가 당당하려면 업계 내부의 잘못된 폐습과 경향을 혁신해야 한다. 재벌의 길을 답습하는 기업에 정책지원이 필요할까. 경쟁력 향상에 노력하지 않는 기업을 보호해야 할까. 중소벤처기업계의 자기성찰이 절실한 시기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김형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