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사고는 줄고 이륜차 사고는 증가

2021-09-27 11:26:25 게재

배달업계 치열한 경쟁에 사망사고 급증 … 개인용보다 배달용 사고율 높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배달업 호황으로 이륜차(오토바이)가 급증하면서 사고도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속, 신호위반을 해서라도 더 빨리, 많이 배달하려는 욕심으로 사망 사고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8월 26일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서 40대 이륜차 배달원이 신호대기 중이던 화물차 앞으로 끼어들다 이를 보지 못한 화물차 운전자가 출발하면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배달 라이더 숨진 사고 현장에 추모 행렬│8월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도로에 전날 사망한 오토바이 배달원을 추모하는 국화꽃 등이 놓여져 있다. 오토바이 배달원은 전날 오전 신호를 기다리다 화물차에 치여 숨졌다. 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임호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도로교통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이륜차 사고는 2017년 1만8241건에서 2018년 1만7611건, 2019년 2만898건, 2020년 2만1258건 등 증가 추세다. 지난해의 경우 하루 평균 58.2건의 이륜차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기간 사망자수는 564명, 537명, 498명, 525명 등 매년 500명 안팎으로 발생하고 있다. 부상자는 해마다 2만명 넘게 집계돼 지난해 기준 일평균 103.2명이 다쳤다.

◆지역 특성 고려한 대책 필요 = 통계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자동차 사고는 줄어드는 가운데 이륜차 사고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 자동차 사고 건수는 19만8094건, 19만9537건, 20만8702건, 18만8396건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사망자 수도 3621명, 3244명, 2851명, 2556명으로 줄었다.

2017년 이후 사고건수를 기준으로 가장 많은 이륜차 사고가 발생한 기초자치단체는 충북 청주시(1636건)였다. 이어 경기 수원시(1568건) 부천시(1389건) 대구 달서구(1383건) 등 순이었다.

사망자수는 경남 창원시가 44명으로 가장 많았고, 충북 청주시(33명) 경기 화성시(31명) 평택시(30명) 등이 뒤를 이었다.

임 의원은 "코로나19 이후 배달량 증가 등으로 인해 이륜차 사고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며 "전반적인 사고감소 노력에 더해 사고가 급증하거나 치명사고가 발생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특성에 맞는 사고예방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달용 이륜차 사고율 높아 =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이륜차(유상운송)가 개인용 이륜차보다 사고율이 1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배달 이륜차 사고위험 실태 및 안전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배달 전문 이륜차는 1대 당 1년에 2회 이상 교통사고가 발생한다. 이는 택시 등 영업용 자동차 사고율의 7배, 개인용 이륜차 사고율 보다는 15배 이상 높은 수치다.

삼성화재에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접수된 이륜차 용도별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배달용 이륜차 교통사고는 2016년 8806건에서 2020년 1만793건으로 23% 증가했다.

배달용 이륜차 사고는 신호위반이나 중앙선침범 등 교통법규 위반 사고 빈도도 개인용 이륜차나 영업용 자동차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배달용 유상운송 이륜차 교통사고 특성 분석 결과를 보면 교통법규 위반 사고의 65.6%는 신호위반 사고로 나타났다. 이는 개인용 이륜차의 신호위반 사고 점유율(45.6%)보다 1.5배 높았다. 또 5건 중 1건은 중앙선침범 사고로 발생하고 있으며 무면허 주행에 따른 사고는 9.8%였다.

사고 유형별로는 10건 중 4건(38.1%)이 과속 또는 안전운전불이행에 따른 앞차량과의 추돌사고였으며 갑작스런 진로 변경에 따른 주변 차량과의 충돌사고가 25.4%, 교차로에서 서행하지 않고 진입하다가 발생한 교차로내 사고도 24.2%가 발생했다.

◆정부 "단속강화할 것" =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도 번호판을 미부착하거나 불법튜닝, 무단방치, 대포차 등 불법 이륜자동차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정부는 2일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132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륜자동차 관리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김 총리는 "미신고, 번호판 미부착 등 불법 이륜차에 대한 단속을 한층 강화하고 적발 시에는 과태료를 대폭 상향하는 등의 대책도 함께 추진하겠다"며 "특히 이륜차 사고로 인한 치사율은 일반 자동차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만큼, 이륜차 운전자들의 경각심을 제고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선진국 사례 등을 참고해, 사용신고부터 폐차까지 체계적이고 선제적인 관리체계를 마련했다"며 "이륜차 신고 일제조사를 실시해 소유자 정보 등을 현행화하고 미운행 차량은 사용 폐지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또 "안전검사와 이륜차 정비자격증 제도를 도입해 불법개조 차량결함 등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고, 노후차량 운행 및 무단방치 차단을 위한 폐차제도도 시행한다"며 "이번 대책을 계기로 이륜차가 '도로 위 시한폭탄'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장세풍 · 이명환 기자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