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기후환경 별도 공시 필요"

2021-10-06 11:04:15 게재

투자기업에 주주권 행사 … 공공기관, 상장사와 동일한 수준 기후 공시해야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의 기후공시 의무화가 강화되는 가운데 금융회사의 경우 별도의 기후환경 공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책금융기관이나 국민연금 등 대규모 기금을 운용하는 연기금들 또한 상장사와 동일한 수준의 기후변화 공시가 필요하다는 점도 제기됐다.

◆"비상장 금융사도 공시" = 경제개혁연구소는 5일 '기후변화 공시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를 통해 금융회사는 자산 배분 기능과 투자 등의 활동을 통해 비금융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점을 감안해 별도의 기후환경 공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공시의무가 면제되는 소규모 금융회사를 제외한 모든 금융회사들은 상장사가 아니더라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또는 기후변화 대응 보고서를 공시하도록 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회사는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나 에너지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금융회사의 경우 대출 및 투자를 통해 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므로 만약 기업이 기후환경 위험에 노출되면 자금을 조달해준 금융기관에도 위험이 전이되어 위기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글로벌 보험사들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만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 증가로 약 400억달러에 달라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지구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감축해야 하는데 이때 금융회사의 자산배분 역할은 중요해진다. 경제개혁연구소는 "금융회사의 경우 지분투자를 할 때 주주권 행사를 통해서도 투자기업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비금융 영역과 강조되는 공시사항이나 내용이 다를 수밖에 없어 금융부분에 적합한 내용이 포함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전담협의체 권고안(TCFD)과 유럽연합의 지속가능금융 공시규정(SFDR)등은 이미 금융회사에 대한 별도정보공개 사항을 마련하고 있다.

TCFD는 은행, 보험사,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에 대해 보충적인 지침을 제공하는데 금융기관이 위험 관리에서 화석연료 사업 등에 대한 투자 비중 변동에 따라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시나리오에서 기후이슈가 투자전략에 반영되는 방식을 공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지속가능금융 공시규정 (SFDR)은 금융기관 단위의 공시사항과 상품판매 단위의 공시사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금융회사 단위에서는 역내에 근로자 500인 이상인 금융기관은 금융상품이 지속가능성 요소에 미치는 주요 부정적인 영향(PASI) 사항을 웹사이트에 공시해야 한다. 또 금융기관은 를 식별하고 중요성을 평가하기 위한 정책과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한 관여 정책, 참고하는 국제 표준을 공시해야 한다.

◆정책금융기관 기후환경공시 중요 = 경제개혁연구소는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요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기후변화 관련 공시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며 나아가 공공기관의 특수성을 고려한 개정 입법 및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먼저 경제개혁연구소는 정책금융기관이나 국민연금 등 대규모 기금을 운용하는 기관도 모두 공공기관으로 주요 공공기관들도 상장회사와 동일한 수준의 기후변화 공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식 채권 투자 등을 통해 각종 기금을 운용하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을 상대로 직접 대출이나 투자를 실행하는 주요 정책금융기관은 국내 자본시장과 기업금융을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국내 자본시장과 기업금융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주요 공공기관 역시 민간 금융회사에게 요구되는 것과 같은 기후환경 정보 공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에는 국민연금공단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사학연금과 같이 대규모 자산운용을 하면서 국내 자본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공공기관이 있다. 기타공공기관인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산업은행 및 중소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 역할을 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주요 자본 조달 창구를 담당하고 있다.

자원개발, 전력 생산 및 소비 등 주요 산업 분야의 공공기관, 공기업의 기후환경 공시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우리나라는 여러 산업 분야에서 공기업 등 공공기관이 직접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일부 산업에서는 공공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예를 들어, 공기업인 한국전력과 그 발전 자회사는 전력시장을 사실상 전담하고 있다. 자원개발도 공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분야 중 하나이다. 이들 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 측면에서 기후변화 이슈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전 등 주요 공기업은 대규모 민간 상장기업 못지않게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당하고, 에너지 자원개발 부분의 특성상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따라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후환경 정보 공시 역시 대규모 민간 상장기업만큼이나 그 필요성이 크다. 공기업에는 국내 전력시장을 전담하는 한국전력공사 및 대 발전 자회사가 포함되어 있다.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대한석탄공사 등은 에너지 자원개발 등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현재 논의를 하고 있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 대상은 유가증권상장법인에 한정되고 있어 이에 해당되지 않는 공기업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대상이 아니다"라며 "주요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상장회사와 동일한 수준의 기후변화 공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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