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천국 일본에 중국 전기차 상륙 본격화
중소형 트럭·노선버스 중심으로 늘어나
일본업체 상용차 분야 가격 경쟁력 약해
언론은 "승용차도 시간 지나면 위험"
일본 언론에 따르면 중국 둥펑자동차는 일본의 물류기업인 SBS홀딩스에 2030년까지 1만대의 소형 트럭을 공급하기로 하고 본격적인 진출에 나섰다. 둥펑자동차는 SBS홀딩스에 1톤을 적재할 수 있는 소형 전기트럭을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EV 스타업 기업인 폴로플라이가 설계하고, 둥펑자동차가 생산해 SBS홀딩스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2030년까지 1톤과 1.5톤 트럭을 중심으로 모두 1만대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수입하는 1톤 차의 가격은 보조금없이 380만엔(4000만원) 정도로 비슷한 크기의 디젤차와 비슷한 가격이다. 더구나 일본 정부의 보조금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행 트럭과 비교해 비용은 더 싸다는 평가다. 한번 충전으로 300㎞ 정도를 주행할 수 있다. SBS홀딩스는 이 소형트럭을 택배 등의 업무에 주로 사용할 예정으로 향후 기존 일본 디젤차를 대체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일본 언론은 상용차 분야에서 일본차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2일 "중국의 상용차 업체들이 물류의 탈탄소 흐름을 타고 대일본 수출을 시작했다"며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이 분야에서 대응이 늦어져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SBS홀딩스의 경우에도 단거리 택배 업무에 적합한 1톤 정도의 소형 전기차를 구입하려해도 일본차는 아예 없고, 별도로 위탁 주문할 경우 1000만엔(1억500만원) 정도에 달해 중국차보다 두배 이상 비싼 가격이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소형트럭의 경우 도요타와 이스즈자동차가 설립한 상용전기차 전문회사에 스즈키자동차 등도 참여한다고 발표했지만 개발 경쟁 등에서 속도가 느리다는 평가다.
SG홀딩스 산하 사가와규빈도 중국 광시자동차에서 2022년부터 EV경자동차 7200대를 공급받기로 올해 초 합의했다. SG홀딩스는 경자동차 모두를 EV로 전환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9년에 비해 10% 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버스는 이미 일본내에서 운행되고 있다. 중국의 BYD는 소형 EV버스를 포함해 50대 이상을 판매했다. BYD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80인승 대형 EV버스 'K8'의 가격을 2026년까지 지금의 4000만엔(4억2000만원)에서 40% 가량 인하하는 것을 통해 시장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대형 EV버스를 2030년까지 일본시장에서 2000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일본 언론은 중국의 자동차산업, 특히 전기차 분야에서의 세계시장 진출은 시진핑 주석 등 중국 지도부의 전략적 지원에 의한 것으로 분석했다. 자동차시장 규모 세계 1위인 중국이 '자동차대국'에서 독자적인 브랜드로 세계시장을 장악하는 '자동차강국'으로의 전환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통적인 엔진 자동차에서는 성능과 브랜드 파워 모든 점에서 일본이나 미국, 유럽 자동차에 비해 떨어진다"며 "하지만 디젤차에 비해 부품이 훨씬 적게 들어가는 전기차로의 전환을 통해 중국 자동차업체가 수출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승용차 시장에서도 중국차의 일본시장 진출이 조금씩 가시화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보도를 통해 중국 국유자동차 업체인 제일기차집단의 세단인 '홍치H9'가 올해 6월 말까지 일본시장에 10대 수입됐다고 했다. 올해 9월에는 스포츠유틸리티(SUV) 전기자동차도 일본에 들어왔다. 다만 승용차 분야에서는 아직 주된 고객이 일본에 거주하는 중국인 사업가 등에 한정돼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시장에 진입하려면 까다로운 기준에 맞춰야 하는데 이러한 기술적 평가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에 따라 중국산 승용차, 특히 전기차가 일본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관계자는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우선 딜러망의 정비가 필요한 데, 중국차가 일본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본의 중소 완성차업체와 손을 잡고 기존 딜러망을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며 "일본의 평균소득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은 저가 자동차시장에서 어느정도 수용될 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자동차판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자동차판매 시장점유율에서 일본차가 점하는 비중은 89%로 압도적이다. 독일의 벤츠 등이 고급차 시장에서 일부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지만, 일본 자동차시장에서 외국산이 안착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