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청과 잇단 엇박자 … '의도된 차별화' 전략?

2021-12-16 11:16:53 게재

전두환 평가·다주택 양도세 중과 유예 '이견'

재보선 무공천 언급 … "교체 민심 대응 포석"

청와대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주장에 반대하고 나섰다. 윤호중 원내대표, 강병원 최고위원 등 지도부 일부의 반대에 청와대의 부정적 입장이 더해졌다.

당청의 반대기류에 대선후보의 제안을 가볍게 여길 수 없는 민주당의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다주택자 과세를 강화해온 여권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는 예고된 바다. 이재명 후보의 주장이 엇박자로 비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선이다. 전통적 여권 지지층의 기대는 물론 이 후보 본인의 소신과 반대의 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말 바꾸기' 등 여권 내부의 혼선으로 비칠 공산도 있다. 다른 한쪽에선 이 후보의 잇단 엇박자 행보가 '의도된 차별화 포석'이라고 해석한다. 차기 대선 전망을 놓고 교체 여론이 여전히 주도하는 상황에서 심판 또는 지지유보층을 고려한 사전대응이라는 것이다.

사회대전환위원회 출범식에서 기념촬영하는 이재명 대선후보│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추미애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회대전환위원회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이 후보 깜짝 제안 당·청 부정적 입장 =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박완주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를 만나 '양도세 중과 유예 반대' 입장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완주 의장이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12월 임시국회에서 양도세 완화 입법 가능성을 언급한 후 나온 반응이다. 이에 앞서 이 후보는 지난 12일 "1년 정도 한시 유예하는 아이디어를 제가 내서 당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지난 12일 "다주택자 양도세를 중과하고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는 바람에 6월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기간이 끝났다"며 "주택을 팔고 싶은데 양도세 중과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입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시적 유예라고는 하지만 기존 여권의 부동산 세금 강화 방침과는 반대의 길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언론 인터뷰에서 "다음 정부에서 검토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고 정책 신뢰도 훼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도 16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주택시장 상황이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전환점이라 다주택자 양도세 같은, 근간에 대한 논의는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시장 안정에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너무 나가 - 실용적 접근" 엇갈린 평가 = 이 후보의 제안을 당이 곧이대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이나 기본 방침과 반대의 입장을 밀고 가기에는 무리가 크다는게 중론이다. 이 후보가 문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과 차별화하고, 수도권 집값을 어떻게든 잡아 '부동산 민심'을 얻겠다는 의도는 알겠으나 '너무 나갔다'는 것이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15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미 정해진 정책의 기조, 매우 예민하고 중요한 정책을 흔들어 놓을 정도로 하는 건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그는 "대선 후보라 할지라도 자신의 의견이 있다고 할지라도 당내 의견을 먼저 수렴을 거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지난 13일 정치개혁 관련 간담회 석상에서 나온 '재보선 무공천 검토' 발언도 적잖은 파장이 일었다. 이 후보는 13일에는 "민주당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 계기 중의 하나가 스스로 만든 당헌·당규를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내년 재보선 무공천 긍정 검토 주장을 폈다. '원칙적 입장 표명'이라고 하지만 당 지도부에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공천 문제에 대해서 논의하지 않은 상태다. 민주당의 선택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대구·경북 방문에서 나온 '전두환 경제성과' 주장도 비슷한 평가를 받는다. 실용과 민생을 전면에 내세운 유연성 행보는 인정하지만 당 정체성이나 기존 자신의 소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입장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측근인 민주당 정성호 의원도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전두환 공과 발언'에 관해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면서 "공을 논할 자격이 없는 분이다. 그런 표현은 좀 부적절했다"고 했다.

◆대선후보 주도권 선점 효과 = 정책 혼선으로 비친다는 비판 이면엔 후보가 이슈를 선점하며 주도권을 행사해 주목도를 높인다는 긍정 평가도 있다. 후보 집중도를 높이고 강점인 정책 실행력을 부각시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의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이재명정부'의 다른 면모를 보여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재보선 무공천이나 부동산 세제에 대한 전향적 검토 등이 이른바 '내로남불' 이미지를 희석하고 수도권 부동산 표심을 달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등이 그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안별로 전통적 지지층 요구와는 결이 다를 수 있으나 정권교체 입장에 지지의사를 갖고 있거나 지지를 결정하지 않은 무당층을 겨냥한 전략적 행보 아니겠느냐"면서 "후보가 주도권을 쥐고 끌고 간다는 점은 분명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해찬, 유시민 등 법여권 스피커가 전통 지지층의 결집을 호소하고, 이 후보는 다른 목소리로 중도층의 표심을 공략하는 이중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지난 14일 긴급성명을 통해 "즉각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라"하고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 강화를 촉구한 것을 들었다. 정부는 실제 18일부터 사적모임 4인, 식당 영업시간 9시 등 강화된 대책을 내놨다.

이명환 구본홍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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