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어려운 2022년 정시

상담사례로 본 2022년 정시 지원 전략

2021-12-22 11:38:59 게재

선택과목별 등급과 표준점수, 만점자 점수 비공개 … 유불리 가늠할 데이터 얻기 어려워

이번 정시는 예상보다 더 까다롭다는 평가다. 수능 '국어' '수학'을 '공통+선택 과목' 구조로 치른 첫해인데, 선택과목별 등급과 표준점수, 만점자 점수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유불리를 가늠할 데이터를 얻기 어려운 셈이다. 대부분의 과목이 어렵게 출제됐고 '생명과학Ⅱ' 출제 오류에 따른 성적 조정 문제도 겹쳤다.

이런 상황에서도 수험생들은 자신의 성적이 가장 유리하게 반영될 대학과 학과를 찾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독자들의 신청을 받아 공교육 진학전문 교사와 상담을 진행했다. 공학계열 진학을 희망하지만 수학이 기대보다 저조해 고민인 학생, 수학은 잘 봤지만 국어가 아쉬운 체육·인문계열 희망 학생 등 모두 수능에서 특정 영역의 성적이 다른 영역보다 낮아 지원 전략 수립에 고심하고 있었다.

이들의 상담 과정을 지면에 옮겼다. 고3 독자는 정시 지원 전략을 세우는 데 예비 고2~3 자녀를 둔 독자라면 까다로운 정시 구조를 미리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지투데이


상담 신청 학생은 기계공학과 진학을 목표로 논술 전형과 정시에 집중해온 경기 지역 일반고 남학생이다. 어릴 때부터 자동차 라인트레이서 대회에 나가보기도 할 만큼 무언가를 만들고 연구하는 게 좋아 기계 분야를 생각해왔다. 자율주행차 등 기계에 접목되고 있는 소프트웨어 분야도 괜찮을 것 같아 수시에서 논술 전형으로 기계공학과와 소프트웨어학과, 건축공학과 등에 지원한 상황이다.

다만 재수생을 포함한 상위권 학생들이 주로 '미적분'을 선택할 것 같아 수능 선택 과목을 '기하'로 준비해왔는데, 지원 대학의 수학 논술이 '미적분' 위주로 출제돼 어려움을 겪었다.

이공 계열을 희망했지만 책을 가까이해온 덕분에 어렵게 출제된 올 수능 국어에서 1등급을 받았다. 탐구는 '물리Ⅰ' 2등급, '화학Ⅰ' 1등급으로 역시 성적이 괜찮은 편이다. 다만 수학이 2등급으로 기대보다 저조했다. 상담을 맡은 서울 배재고 장지환 교사와 함께 인문계열 교차 지원을 포함해 이공계열 지원 전략을 짚어봤다. 희망 대학·학과는 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중앙대·경희대 등 기계공학과이다.


◆전체 응시자 중 객관적 위치 파악하기 = 상담 학생의 국어·수학·탐구 표준점수의 합은 389점이다. 서울시교육청이 교사들의 진학 상담을 돕기 위해 만든 '쎈 진학'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해보면, 대략적인 표준점수의 합을 기준으로 상담 학생의 위치는 중앙대·경희대 등과 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 등의 중간 정도라고 볼 수 있다.

누적비를 기준으로 추정해보면 389점은 전국에서 상위 7%에 해당하는 인원. 이 학생과 동일하게 389점을 받은 수험생들의 영역별 평균 표준점수는 국어 127, 수학 136으로 확인됐다. 131점을 받은 국어는 평균보다 높고, 130점을 받은 수학은 평균보다 다소 낮은 셈이다.

정시는 단순 점수의 합보다 대학별 반영 방식에 따른 환산점이 관건이다. 지원한 대학의 모집 단위에서 환산점에 따른 석차가 모집 인원 안에 있으면 된다. 현재는 최초 모집 인원만 나왔지만, 수시 이월 인원과 충원 합격까지 고려해 최종 순위 안에 있어야 한다. 탐구 선택 과목의 유불리를 조정하기 위한 대학별 변환 표준점수도 아직 발표되지 않았고 수시 이월 인원도 발표 전인 데다 수시 합격생들이 어느 점수대에서 얼마나 빠져나갈지 더 지켜봐야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지만 환산점을 기준으로 지원 희망 대학에서의 대략적인 위치를 가늠해봤다.

장지환 교사는 "대학별 환산점을 기준으로 보면 학생은 서강대의 경우 499.1점으로 전체 표본 중 3600등(상위 6.4%)에 해당한다. 성균관대를 기준으로 하면 753.25점으로 전체 표본 중 4749등(상위 8%)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대략 서강대와 성균관대, 한양대를 4%대로 보면 사실상 서강대도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평균에 비해 다소 낮은 수학 점수 때문에 환산점으로 보면 석차가 뒤로 밀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내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이 궁금하다면?│서울시교육청은 누구나 진학 정보를 얻을 수 있게 서울진로진학정보센터(ipsi.jinhak.or.kr)에서 쎈 진학 온라인 진학 상담 프로그램도 따로 운영한다. 성적 입력만으로 지원 가능 대학을 찾아볼 수 있다.

◆올 정시 주요 이슈, 교차 지원 가능성 = 올 정시에서의 이슈 중 하나는 교차 지원이다. 선택형 수능의 점수 산출법에 따라 수학에서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한 수험생들이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수험생보다 좀 더 유리한 표준점수를 받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상담 학생의 경우에도 자연계열 모집 단위를 기준으로 할 때보다 인문계열 모집 단위를 기준으로 하면 상대적 위치가 상승한다. 서강대와 성균관대, 한양대는 자연계열 모집 단위에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인문계열로 교차 지원하면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어를 잘 본 데다 탐구과목에서도 사회탐구에 비해 점수 경쟁력을 확보했다.

장 교사는 "올해 자연계열은 의대와 약대, 치대 등의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을 목표로 수시에서 상향 지원한 학생들이 많았기에 불합격한 학생들이 정시까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인문계열은 최상위권 학생들이 수시에서 이미 합격했을 가능성이 높아 '확률과 통계' 만점자는 정시까지 남아 있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차 지원을 고려해볼 수 있는 이유"라며 "올해 교차 지원은 모험이긴 하다. 만약 자연 계열 학생들이 대거 넘어올 경우 합격선이 어떻게 움직일지 변수가 크기 때문이다. 학과보다 대학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싶다면 정시 원서 3장 중 1장 정도는 대학을 높이는 카드로 교차 지원을 활용해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학별 반영 비율로 유리한 대학 찾기 = 상담 학생은 재수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경우라면 정시 원서 3장을 소신, 적정, 안정 지원 각 1장씩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학생의 점수 구조상 유리하게 반영될 수 있는 대학을 찾아봤다. 수학이 다소 저조해 학생이 희망했던 중앙대 경희대 등보다 건국대 동국대 홍익대를 적정 지원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 이 중 홍익대는 수학 반영 비율이 35%로 높고, 국어는 20%로 낮아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반면 동국대는 수학 반영 비율 30%, 국어 25%로 좀 더 유리한 구조다.

장 교사는 "건국대와 동국대는 학생이 희망하는 기계공학과를 적정 카드로 넣어볼 수 있을 것 같다. 학과 선택 폭을 좀 더 넓혀본다면 중앙대와 경희대 물리학과나 건축학과 등은 소신과 적정 사이로, 좀 더 상향해본다면 이들 대학의 기계공학과나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를 고려해볼 수 있다"며 "교차 지원을 생각한다면 서강대나 성균관대, 한양대의 인문계열 학과들을 검토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는 최근 대학의 학사 제도가 복수전공이나 이중전공 등 다양해지고 있어 이를 적극 활용한다면 관심있는 분야의 공부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권했다.

장 교사는 이어 "정시는 학과보다 점수라지만, 이미 수능성적은 나온 상태이기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면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지, 어떤 학과들이 나의 관심사와 가까운지, 어떤 과는 도저히 안 맞을 것 같은지 시야를 넓혀 조사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그에 따라 선택 폭도 넓어질 것"이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기수 기자 · 정애선 내일교육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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