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이야기로 IP 확보 … 관람객들 전시 보며 자신만의 콘텐츠 생산"
인터뷰 - 홍경태 (주)디자인실버피쉬 대표
㈜디자인실버피쉬는 서울 인사동에서 이달 10일부터 미디어전시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를 열고 있다.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의 '2021 실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돼 지원받은 작품으로 17~19일 열린 '2021 실감콘텐츠 성과전시회'에도 일부 전시가 출품됐다.
1998년 시작해 공간 미디어 연출 기업으로 성장한 디자인실버피쉬는 '2021 딜라이트 서울', 코엑스 SM타운 '코엑스아티움', 도쿄 스카이타워 K-pop 전시까지 수많은 전시들을 선보이며 관람객들과 소통해왔다.
17일 '2021 실감콘텐츠 성과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에서 홍경태 디자인실버피쉬 대표를 만나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에 대한 소개에서부터 실감콘텐츠 기업으로서 중시하는 점, 정부 정책에 대한 바람 등을 들었다.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는 어떤 작품인가.
총 3개의 전시로 구성된 '한국의 빛'이라는 시리즈 중 하나다. 지난해 전시한 '2021 딜라이트 서울'이 첫번째이며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는 두번째 전시다. 세번째 전시는 아직 제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전시들은 한국의 이야기, 우리 주변의 이야기들로 구성돼 있다. 이 전시들이 디자인실버피쉬가 보유하는 의미 있는 IP(지적재산권)가 됐으면 한다.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는 귀신 요괴 이야기 등 한국인들이 살면서 부모 친구들로부터 들었던 이야기, 미디어를 통해 알게 된 이야기들을 담았다.
전시에는 이야기들의 문헌 자료들을 모아 전시하고 있다. 학예사 전문가 등의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 준비 기간이 5년 정도 걸렸다.
■관객들의 반응은 어떤가.
미디어전시의 흐름 중 하나는 관람객들이 공간에 들어와 미디어를 체험하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와 융합해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관람객들이 이미지를 재해석하고 재생산하는 것을 뜻하는데 이 흐름은 갈수록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시를 열다 보면 관람객들이 전시를 이해했을 때의 만족도는 그렇지 않았을 때와 다르다. '딜라이트 서울'의 경우 서울에 대한 재해석이고 서울 자체를 브랜딩한 것이었는데 전통적 전시에 익숙한 관람객들은 약간 혼란스러워 하기도 했다.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의 경우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관람객들이 전시를 통해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SNS를 통해 많이 공유하고 있다.
■실감콘텐츠 기업으로서 중시하는 것은.
전시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를 위해 전시를 너무 오래 하지 않고 7~8개월 동안 진행한다. 그 이상 진행하면 전시에 대한 학습이 이뤄질 수 있다.
또 기존 관념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 미디어전시를 하다 보면 하드웨어, 즉 매체 혹은 기술을 중시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정보가 매체를 통해 어떤 형태로 등장할 것인지, 그 형태가 관람객을 만족시킬 것인지'라고 생각한다. 정보가 매체를 통해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일반적이지 않고 관념적이지 않아야 한다.
■실감콘텐츠 기업으로서 어려운 점은.
미디어전시는 초기 자본이 많이 필요하다. '딜라이트 서울'은 60억,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는 70억원이 투자됐다. 그러다 보니 관람객들이 티켓 가격에 불만을 갖는 경우가 생긴다. 전시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비용에 대한 평가가 되는 점은 아쉽다.
또 해외 IP를 이용해 미디어전시를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다. 예컨대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은 굉장히 높은 가치를 갖고 있다. 국내 미디어전시들은 어떻게 브랜드 가치를 만들고 가치를 창출해야 할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문체부와 콘진원의 '실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은 도움이 되나.
디자인실버피쉬는 원래 해외 작업을 많이 했다. 그러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내로 눈을 돌리게 됐고 문체부와 콘진원의 지원 사업을 알게 됐다. 특히 디자인실버피쉬는 순수 자기자본으로만 활동을 하는 기업이기에 지원 사업이 더욱 큰 힘이 된다.
진짜 콘텐츠를 열심히 만들고 싶은 기업이 지원금을 받으면 정말 대단한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아이디어 기술력 진정성 모두 있는데 자금 때문에 활동하기 어려운 기업이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정책 자금이 1년 단위로 지원이 되기 때문에 자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너무 짧다. 장기 지원 사업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외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늘 아침 회사에서 회의를 했다. 미디어아트는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는 지금이 기회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기회가 얼마나 갈 수 있을까. 미디어아트가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강화하고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지 못하면 이 기회가 단기간에 사라질 수 있다.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