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섬 된 에코델타시티 스마트빌리지

2022-01-10 11:35:35 게재

356만평 나홀로 주거지

편의시설 전무 "성과내기"

한국수자원공사가 건설한 국내 최초 스마트빌리지가 성과내기에 치우친 나머지 졸속 추진되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356만평 부지 중앙에 들어선 유일한 주거지인데 주변 편의시설도 없이 덜렁 지어진 탓이다.

10일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에 위치한 스마트빌리지 입주가 16일까지 완료된다. 스마트빌리지는 미래도시에 구현될 약 40여개의 혁신기술을 우선 적용한 리빙랩형 실증단지다. 입주민들을 통해 서비스를 체험 및 피드백해 보완한 실증 기술은 전국의 스마트도시로 확산된다. 대신 입주민들은 관리비 외에는 향후 5년간 무상 거주한다.

스마트빌리지 모든 시설은 스마트 혹은 로봇, AI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명칭이 붙었다. 가전제품들은 음성으로 작동이 가능하며 외부에서도 핸드폰으로 제어가 가능하다. 웰니스센터를 통한 원격진료는 물론이고 AI체육센터에서는 개인별 맞춤형 운동처방이 이뤄진다. 쓰레기도 가정마다 종류별 데이터베이스화 하는데다 재활용 양에 따라 포인트가 쌓여 현금화도 된다.

하지만 집만 벗어나면 불편 투성이다. 입주민들은 단톡방 등을 통해서 "꿈을 안고 왔는데 실망이다" "약국도 없다" "편의시설이 전혀 없다" "섬에 갇혔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유일한 편의시설인 커뮤니티센터에는 편의점조차 없다. 무상임대 5년이라는 파격조건에도 수익성이 없다보니 운영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약국은 물론이고 대중교통도 없다. 배달도 대리운전도 애로를 겪는다. 한 입주민은 "물 한 병, 약 하나 사려해도 15분간 차를 몰고 나가야 한다"고 했다.

스마트를 내세우면서도 무선통화 불량 문제부터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통신 3사 모두 중계기 설치를 하지 않은 탓에 통화 불량 상태가 수시로 발생한다. 자녀 교육은 큰 걱정거리다. 서낙동강을 건너 4㎞가 넘는 거리의 초등학교를 다녀야 하고 학원도 자가용 없이는 어렵다. 자녀교육 문제 때문에 입주를 포기한 세대도 최근 발생했다.

울타리 없는 열린공간인데 CCTV외는 보안 경비인원이 없다. 진입도로는 내비게이션이 인식하지 않는데다 가로등은 꺼져있다. 지열난방을 하며 "온열매트 없이는 밤을 지낼 수가 없다" 등 하소연도 나왔다.

주변 인프라 마련은 요원하다. 지난해 2번 실시한 민관SPC의 민간사업자 공모는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기업참여가 불발됐다. 최근 3차 공모 중인데 사업자 선정이 되더라도 주변 기반시설 마련이 되는 데는 5년 가까이 소요된다. 그 시기면 입주자들은 집을 비워야 한다.

한 입주민은 "5년간 무상으로 살아보는 것 외에는 누릴게 없다"며 "불편사항을 이야기하니 '무료로 살면서 그런 걸 요구하느냐'는 핀잔을 들은 입주민도 있다"고 말했다.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성급하게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성과를 내려다보니 편의성은 고려하지 않고 졸속으로 추진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입주 초기 불편함이 있을 수 있지만 일부 하자 등 개선을 위해 직원들이 상주하며 노력하고 있으며 거주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에코델타시티는 부산시와 부산도시공사, 수자원공사가 서부산권 356만평을 공동 시행하는 초대형 개발로 사업비만 6조5000원 이상이 예상된다. 미래형 주거도시를 내세워 2018년 1월 세종시와 함께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로 선정됐다. 낙동강과 서낙동강을 좌우로 끼고 있으며 위로는 김해공항, 아래로는 바다를 접해 일종의 섬과 같은 곳이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
곽재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