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이 말하는 특성화고
전문성·대입 모두 잡은 진짜 비결은?
특성화고 졸업생 4인 생생 인터뷰, 코로나19로 더 주목 … 대입+진로 성공공식
특성화고는 직업계고로, 취업을 목적으로 한 학교다. 사회 변화나 산업계 수요에 민감하게 대처하는 만큼 교육과정이 일반계고에 비해 유연하다. IT 디자인 대중예술 미디어 보건 조리 콘텐츠 등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학부모들의 관심도 적지 않다. 특성화고 특별 전형을 통한 대학 진학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자격증 취득을 위한 자기계발비부터 해외 연수·인턴십·취업·유학까지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한세사이버보안고 대진디자인고 서울영상고 고명외식고 4곳의 특성화고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한 졸업생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① 고교 선택 - 흥미·변화 좇았던 생애 첫 도전
■ 특성화고 진학을 결심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권다운(건국대 신산업융합학과 입학 예정) : 결정적인 계기는 선배들의 홍보였다. 직접 학교로 찾아와 학과수업과 졸업 후 취업 혹은 진학 관련 로드맵을 상세하게 알려줬다. 매력적인 학교가 나타났으니 가자 싶었다.
이희원(경기대 관광학부) : 부모님께서 제안하셨다. 아토피 탓에 식재료나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컸고, 빵이나 한식·양식 요리를 즐겨 했다. 높은 비중의 전공수업과 해외연수 지원이 마음에 들었다.
천강현(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신문방송학전공) : 중3 때 영상 분야에서 명성 있는 유튜브 채널 운영자가 서울영상고를 졸업했다는 사실을 접하고서 지원을 결심했다.
손서영(홍익대 목조형가구학과) : 가장 자신 있는 미술과 관련된 고교를 찾아보니 예고와 특성화고를 알게 됐다. 다양한 미술 관련 실기수업이 많고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정보를 얻고 마음을 굳혔다.
② 입학 준비 - 전환점, 자기소개서·면접 준비
■ 입학 준비는 어떻게 했나?
이희원 : 성적을 보지 않고 자기소개서와 면접만 평가하는 특별 전형에 도전했다. 선발 인원도 많았고 제과제빵 분야에 대한 흥미나 열정, 입학 의지를 잘 드러낼 수 있어 유리할 거라고 판단했다.
손서영 : 선호도가 높고 진학률도 우수한 시각디자인과 전공부터 결정했다. 면접 비중이 큰 학교장 추천 전형에 도전했다. 과학미술대회 등 교내 미술 활동에 활발히 참여했고 성과도 여럿 내서 그 내용과 독학한 크로키 실력을 담은 작품을 포트폴리오로 제출했다.
천강현 : 석차백분율이 16% 정도여서 안정적으로 합격했다. 충남 논산에 살고 있었는데 학교가 전국 단위 모집이었고 지방 학생을 위한 기숙사도 있어 지원이 가능했다.
③ 고교 생활 - 성적·수상에서 확인한 가능성, 학업·활동 원동력 돼
■ 가장 인상 깊었거나 자신을 변화시킨 수업·활동을 알려준다면?
천강현 : '영상제작의 기초'와 '영상제작의 이해'라는 전문 교과 과목이 인상적이었다. 영상 한편을 제작하려면 여러 전문 기기·기술은 물론 제작하는 사람들 사이의 협업,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이 종합적으로 필요하다. 까다로운 수업이라 포기하는 학생이 속출했다.
권다운 : 컴퓨터 언어와 알고리즘 수업이다. 학교에서 굉장히 쉽고 자세하게 단계적으로 알려줘서 코딩을 배워본 적 없는 나도 쉽게 따라갔다. 수업을 듣다 재밌어서 혼자 연습했더니 수업 시간에 제 결과물이 시범 사례가 되는 경우가 늘었고 교과 성적도 따라왔다.
손서영 : 많고 많았던 실기 수업이다. 학교 수업만 따라가면 3학년 때 포토샵이나 한글·워드 등 디자인·문서 편집 프로그램과 관련된 자격증은 물론 웹디자인기능사·컴퓨터그래픽스기능사·전자출판기능사까지 취득할 수 있다. 졸업할 때 5개 정도 자격증을 땄다.
이희원 : 우선 명장과의 만남이다. 송영광 제과명장께 직접 사사받고 방과 후 명장공방에서 함께 빵을 만들어 취약계층에 전달하는 봉사도 했다. 거장의 노하우를 직접 배우며 꿈을 키울 수 있어서 좋았다. 일본 연수도 뜻깊었다.
■ 학교생활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자산은 무엇인가?
손서영 : 자기 관리 역량과 자신감·자존감이다. 중3 겨울방학 때 중1 교과서부터 다시 봤다.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3 수능에서 수학은 2등급·백분위 92, 영어도 2등급을 받았다.
권다운 : IT 관련 분야는 굉장히 폭이 넓다. 자바(JAVA)나 C언어, 파이썬 등 기초가 되는 툴의 이론과 활용을 가르쳐주고 학생들은 그것들을 배우면서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찾아 스킬을 쌓아가면서 취업 혹은 진학을 한다.
천강현 : 깊고 짙은 경험이다. 고2 겨울방학 때 '단편영화제작'에 참여해 가출 청소년과 아동학대 피해자의 연대를 그린 '하루살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3~4개 청소년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이 경험이 녹아든 자기소개서와 학생부가 대학 합격을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이희원 :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를 믿게 됐다. 내향형이지만 고교 진학에서 적극적으로 새로운 길에 도전했고 합격으로 맛본 성취감이 다른 동기부여가 됐다. 입학 후 새롭게 열심히 해야겠다 싶어 수업에 충실했더니 첫 시험에서 2등을 했다.
④ 대입 - 전공 역량은 기본, 학업 역량으로 차별화했던 대입
■ 대학 입학까지의 과정을 설명해준다면?
이희원 : 고교 생활을 충실히 즐겁게 했지만 졸업 후가 계속 고민이었다. 그래서 '좀 더 배우고 경험하자. 대학에 가야겠다' 결심했다. 외식경영 전공을 할 수 있는 경기대 관광학부에 진학했다.
손서영 : 고교 3년간 성적을 신경 썼다. 디자인학부를 고민했는데 선생님이 목조형가구학과 전공을 추천해주셨다. 목조가구는 전망이 밝고 공간 감각이 필요하니 수학적 감이 있는 나에게 잘 맞겠다면서.
천강현 : 고2 때 교내 공익광고영상 공모전 수상을 계기로 광고 쪽에 눈길이 갔다. '무언가를 만들어 보여주는 사람'이 되겠다 결심하니 대학에 들어가 창의성과 전문성을 갖춰야겠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권다운 : 졸업 후 진학과 병역특례가 가능한 회사의 데이터 관리 부서에 입사했다. 병역 특례 34개월을 마치고 이직을 준비하면서 대학 진학에 도전했다. 경력이 쌓일수록 데이터 분석과 활용을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다.
■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권다운 : 지금의 성적이나 학교·전공을 끝으로 생각하지 말자. 사회에 나와보니 스스로 변하기도 하고 내가 원하지 않아도 사회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체감했다.
천강현 : 어떤 학교, 어떤 진로를 선택하든 결국 '개인의 몫'이다. 주변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열정을 다해보길 바란다.
손서영 : 하나의 미래만 상정하면 작은 실패에도 위축되거나 포기하기 쉽다. 상황에 따라 조금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재도전할 수 있다는 열린 시야로 접근하길 권한다.
이희원 : '늘 가던 길로만 가면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좀 더 마음껏 고민하고 도전하길 바란다. 특히 특성화고는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김기수 기자·정나래 내일교육 기자 len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