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터뷰 | '야밤의 공대생 만화' 펴낸 맹기완 작가

"과알못 사로잡은 비법은 '재미'죠"

2022-01-19 11:26:26 게재

만화가 꿈꿨던 공대생 '어쩌다가' 꿈을 이루다

2017년 7월 혜성처럼 등장해 과알못을 사로잡은 책이 있다. '야밤의 공대생 만화'다. 일명 '야공만'은 수학과 과학의 역사를 뒤흔든 천재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온갖 '드립'이 난무하는 만화로 풀어내며 '과학은 어렵다'는 편견을 무참히 깨버린다.
사진 이의종

천재의 대명사 뉴턴이 '미적분의 원조'를 놓고 '키보드 배틀'을 벌인 사건이나 화폐 위조범을 잡으러 다닌 에피소드, 예비 법학도 빌 게이츠가 수학 수업을 듣고 세계적인 난제를 풀어낸 이야기 등을 읽다보면 소개된 과학자들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기이한 체험(?)도 하게 된다.

대학생 때 태블릿펜을 산 기념으로 아이패드에 그림 한장 그렸을 뿐인데 일이 이렇게 커졌다는 맹기완 작가. 야밤의 공대생에서 올해 야밤의 교수님이 된 그에게 '공부를 즐기는 법'에 대해 들어봤다.

■ 과학 만화를 펴내기까지의 과정을 들려준다면?

생애 첫 출판물이 논문이 아닌 만화책이 될 줄은 몰랐다. 초등학생 때 연습장에 만화를 그리면 쉬는 시간마다 반 친구들이 빌려가 돌려 보곤 했는데 인기가 상당했다. 어떤 친구는 본인의 학용품을 들고 와 내 만화 캐릭터를 그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공대 진학 후 아이패드를 사용하게 됐는데 터치펜(애플펜슬 출시 전에 나온 비공식 태블릿펜)을 도무지 쓸 데가 없었다. 그림이라도 그려보자는 생각에 '트랜지스터 3인방(존 바딘, 월터 브래튼, 윌리엄 쇼클리)'의 사진을 그렸다.

은근 귀엽게 그려져서 만화로 제작, 대학 커뮤니티에 '야밤에 공대 만화를 그려봤습니다'라고 올렸더니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그래서 책 제목이 '야공만')

■ '야공만'은 과알못 독자도 즐길 수 있을 만큼 쉽고 재밌다. 하지만 본인의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을 듯한데?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경험하는 걸 즐긴다. 내 만화를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고 느낀 바를 들려주면 너무 좋다. 공부도 재밌지만 평생 공부에 파묻혀 그것만 알고 사는건 싫다. 연재가 재미있으니 힘들어도 계속했다. '야공만'에선 꼭 필요한 내용이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삭제했고 느낌을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이 사람이 정확하게 어떤 일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어떤 분야에서 큰 발전을 이룩한 사람이구나' 정도를 알리는 데 집중한 거다.

■ 특별히 '애정'하는 과학자가 있다면?

'야공만'으로 그려낸 모든 인물들을 존경하고 애정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과학자 한명을 꼽으라면 '세상에서 가장 과묵한 과학자' 편에 담은 폴 디랙이다.

디랙은 지나치게 발달한 이성에 비해 감성이 덜 자란 로봇 같은 사람이었다. 이는 지나치게 엄격했던 아버지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내에게 연애 시절 자신은 사랑이란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고 사람을 그리워해본 적도 없다고 고백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기록에 따르면 그는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였다고 한다. 당시 여자친구였던 아내가 보낸 연애편지에 도표를 정리해 답장할 정도로 목석같았던 그가 훗날 아내와 아이들 모두가 애정을 느낄 정도의 가장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지 생각하면 웃음이 나고 기분이 좋아진다.

■ 인세를 털어 아프리카에 염소 100마리를 보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우리는 국가와 사회, 부모를 골라서 태어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는가에 따라 누군가는 이득을 누군가는 손해를 본다. 아프리카는 그런 경제적 불평등의 극단에 있는 곳 아닌가.

아무리 똑똑하고 재능이 뛰어나도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해 필수 교육도 제대로 못 받는다면 꿈조차 꿀 수 없다. 미미하게라도 돕고 싶어서 만화 수익금으로 아프리카에 염소를 기부하기 시작했다.

'야공만'이 예전만큼 팔리고 있진 않아 월급에서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커지고 있다.

■ 수·과학 공부 힘겨워하는 청소년이 많다.

당연한 거 아닌가? 공부를 좋아하고 즐기는 학생이 얼마나 되겠나. 다만 너무 섣불리 포기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어릴 때 하기 싫은 거 꾹 참고 수학·과학을 열심히 해둔 게 천만다행이지 싶다.

모두가 공부를 잘할 필요는 없다. 1등을 하기 위한 공부가 아닌 필요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도록 스스로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역량쌓기로 바라보면 어떨까.

■ 마지막으로 이 땅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선배로서 조언을 들려준다면?

공부가 많이 힘들고 스트레스가 크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웃음을 잃지 말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꾸려나가길 바란다. 나 역시 10대 시기 눈앞의 시험 점수나 등수에 연연하며 살았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건 큰 문제가 아니더라. 넓은 시야와 여유 있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노력하면 좋겠다.

김한나 내일교육 리포터 ybbnni@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