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예방 30억달러 베팅 과연 성공할까

2022-01-26 11:20:00 게재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신생유니콘 알토스, 스타 과학자 군단 꾸려 세포재생 나서"

크고 작은 스타트업들이 등장했다 사라진다. 그리고 또 등장한다. 하지만 수중에 30억달러(약 3조6000억원)를 들고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거의 없다. 노화예방을 연구하는 '알토스 랩스'(Altos Labs)는 예외다. '역사상 가장 재정이 든든한 스타트업'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 기업은 지난 19일(현지시각)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이 기업이 목표로 한 제품이 실제 출시된다면 30억달러도 저렴하게 여겨질 수 있다. 알토스 창업주는 미국국립암연구소 전직 소장 클라우스너 박사와 암조기발견 기업인 '그레일'의 전직 대표 한스 비숍 박사, 러시아 출신 사업가이자 벤처투자자인 유리 밀너 박사다. 이들은 불로장생의 묘약을 전세계에 선사할 것이라 자신한다.

이미 많은 스타트업들이 노화예방, 수명연장의 꿈을 좇고 있다. 2013년 구글(현 알파벳) CEO 래리 페이지가 '칼리코 생명과학'을 공동창업했다. 아직까지 제품 출시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2001년 인류 최초로 자신의 게놈을 시퀀싱(유전자 배열순서 규명)한 크레이그 벤터, '엑스프라이즈재단' 창업주 피터 디아만디스도 2013년 공동으로 생명연장 스타트업 '휴먼 롱제비티'를 설립했다. 이후 이들은 휴먼 롱제비티를 떠났고, 이 기업 역시 현재까지 별다른 소식을 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생명공학 부문엔 다양한 기대주들이 있다. 대부분 밀너 박사나 페이지 CEO와 같은 억만장자를 배경에 두고 있다. 알토스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았다는 후문이지만, 양측 모두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생명연장, 노화방지 부문은 젊음 빼고는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들을 사로잡는 사업"이라고 전했다.

억만장자 사로잡은 생명연장의 꿈

알토스 창업주들은 진지하면서도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다. 이들이 목표로 삼는 질병은 인지적 장애와 신경퇴행, 당뇨병, 각종 신진대사 문제들, 그리고 암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런 질병들을 극복한다고 해서 평균수명을 크게 늘릴 수는 없지만, 건강수명을 늘리는 건 확실하다"고 전했다.

알토스의 사업은 두 가지 과학적 발견에 기반한다. '야마나카 전사인자'(Yamanaka transcription factors)와 통합 스트레스반응(ISR) 경로다. 야마나카 인자는 2006년 일본 교토대 신야 야마나카 교수가 발견한 것으로, 기존 세포를 '공장초기화' 상태로 되돌리는 데 관여하는 4개의 유전자 조절 단백질이다. 공장초기화란 배아 줄기세포가 보유한 다능성을 의미한다. 이 세포는 광범위한 세포분화를 일으킨다.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야마나카 인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초기 실험에선 종종 기형종으로 불리는 종양들이 생겼다. 하지만 여러 시행착오 끝에 관련 유전자를 잠깐만 활성화시키면서 부분적인 공장초기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발견됐다. 종양 부작용을 해결한 것.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급격한 노화를 모방하는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선천성 조로증이나 찢어진 근육의 재생, 진통제 파라세타몰로 망가진 간의 보호 등이 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됐다.

발견시기가 명확한 야마나카 인자와 달리, 통합 스트레스반응(ISR) 경로는 점진적으로 발전한 개념이다. 항상성은 생물학의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다. 외부의 변화압력에 맞서 내부의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생명체의 힘이다. ISR은 세포 수준에서 행해지는 항상성이다.

세포에 스트레스를 주는 원천은 안팎에 있다. 산소 결핍이나 영양소 결핍, 바이러스 감염 등 외부적 요인일 수 있다. 다양한 생명현상을 일으키는 근원인 단백질 접힘의 결함 또는 잠재적으로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의 활성화 등 내부적 요인일 수도 있다. 이런 경우 ISR은 긴급조치를 단행해 단백질 제조 과정을 초기화한다. 이를 통해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자기파괴 버튼을 눌러 세포를 서서히 죽인다. '세포자멸사'로 불리는 것으로, 해당 세포가 질병의 근원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과정이다.

노벨상 수상자들 다수 포진

알토스 창업주들은 이 두가지 과학적 발견이 아픈 세포를 건강한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고 믿는다. 이 기업은 영국 케임브리지와 미국 캘리포니아 만안, 샌디에이고 3곳에 연구소를 뒀다. 울프 레이크 박사와 피터 월터 박사, 후안 카를로스 이즈피수아 벨몬테 박사가 각각 이들 연구소를 이끈다. 각 연구소마다 6개의 연구팀을 운용한다.

레이크 박사는 케임브리지 소재 '베이브러햄 생체의학연구소' 출신이다. 그는 '후생 유전자 조절' 분야의 권위자다. 이는 야마나카 인자가 활동하는 방식과 동일하게, 유전자 발현이 조절되는 과정에 개입하는 것이다. UC샌프란시스코대 소속 월터 박사는 세포 내 단백질의 활동을 연구한다. 그는 ISR 경로 파악을 담당한다.

샌디에이고 소재 '소크연구소'에서 유전자발현 실험실을 운영하는 이즈피수아 벨몬테 박사 역시 야마나카 인자 연구를 담당한다. 그는 앞서 언급한, 완전한 공장초기화 없이 젊음을 되찾는 세포의 능력을 발견한 인물이다. 그의 발견 이전, 야마나카 인자를 의학적으로 활용하려는 사람들은 줄기세포 치료에 집중했다. 인체에 있는 기존 조직을 재생하고 이식을 위한 장기를 키우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야마나카 박사는 무보수 자문역을 맡겠다고 나섰다. 밀너 박사가 노화와 회춘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사실 그 덕분이었다. 야마나카 박사는 2013년 '브레이크스루상'(Breakthrough prize)의 첫 수상자였다. 밀너 박사를 중심으로 실리콘밸리 거물들이 '노벨재단을 능가하는 연구지원단체를 만들겠다'며 제정된 상이다. 기초물리학과 생명과학, 수학 3개 분야를 시상한다.

알토스가 꿈꾸는 생명연장의 마지막 퍼즐은 인공지능(AI)이다. 이는 구글 딥마인드의 선도 과학자인 토레 그라에펠이 담당한다. 수천가지 변종이 있는, 수백만개 분자로 이뤄진 세포 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델링하는 건 AI 없이는 알기 어렵다. 지난해 딥마인드의 '알파폴드'는 생물학계 50년 난제인 '단백질 접힘 문제'를 풀었다. 단백질의 화학적 구조를 통해 기능적으로 어떤 형태로 접힐지 예상할 수 있다. 알토스 연구자들이 쏟아낼 자료는 그라에펠 박사의 소프트웨어로 이해될 수 있다.

이사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바이러스 연구로 197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데이비드 볼티모어,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기술 공동발명으로 2020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제니퍼 다우드나, 진화의 원리를 통해 효소 단백질을 인공 개량하는 방법으로 2018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프랜시스 아널드가 알토스의 이사들이다.

자연선택 가설 극복할 수 있을까

스타 과학자들이 대거 참여해 시작부터 요란한 알토스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가장 큰 리스크는 참여자들이 너무 일찍 도약하려는 것일 수 있다"며 "기업 경영의 경험이 없는 풋내기 스타트업이 해야 할 핵심은 이전에 해야 했던 대개의 연구를 지속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무를 수 있는 예산이 커진 것 말고는 바뀐 게 없다는 것. 이 매체는 "즉각적으로 개발해 내놓을 상품이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30억달러는 대단한 재정적 쿠션이다. 방향의 전환이나 판단의 실수에서 회복할 재량권을 제공한다. 벤처투자기업인 '아치벤처파트너스'는 알토스에 자체적으로 역대 최고액인 2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 기업 대표 밥 넬슨은 "알토스는 자체적인 연구개발 자회사를 설립할 정도로 재정이 넉넉하다. 그리고 중소 규모 스타트업과 달리 생존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거대 제약사들에게 지적재산권을 매각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신속히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바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측면이기도 하다.

알토스는 또 1925년 설립된 세계 최고 수준의 민간 연구개발 기관인 '벨연구소'를 모방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 전화망 사업을 독점한 미국전신전화회사(AT&T)가 설립한 벨연구소는 최고의 두뇌들을 고용해 트랜지스터와 레이저를 개발했다. 3만3000개가 넘는 특허와 14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하지만 물리학과 생물학은 엄연히 다르다. 생물학 원칙에 기반한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는 지적이다. 다세포 생물들은 기계처럼 정률, 정액으로 감가상각되는 게 아니다. 생물학에서 다루는 다른 모든 측면과 마찬가지로, 노쇠의 과정은 진화론의 핵심인 자연선택(자연도태)에서 비롯된다. 물론 이와 관련한 세부사항은 학계에서도 여전히 논쟁이 벌어진다.

그중 하나는 '일회용 체세포 가설'이다. 이 가설의 핵심은 '노화하는 게 노화하지 않는 것보다 종족 번성에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 가설은 '개체의 죽음은 불가피하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우연한 사고나 바이러스 감염, 포식자 또는 경쟁자와의 관계를 통해 개체는 죽는다. 따라서 진화과정에서의 자원의 선택은, 개체가 늙었을 때보다 젊었을 때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으려 한다는 것이다.

인체의 항암 메커니즘은 인생 초반 수십년 동안 최고조에 달하다 정점을 넘기면 느슨해진다. 면역체계도 마찬가지다. 알토스 연구자들이 분자생물학이 제기하는 그같은 지적에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이에 대해 클라우스너 박사와 동료들은 '모래시계처럼 시간을 초기화하는 건 자연스런 과정'이라고 반박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세대를 만들어내는 생식세포는 사실 매번 공장초기화로 회귀한다는 것.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들은 생식세포가 초기화된다면, 다른 세포들은 왜 안될 것인가 반문한다. 알토스에 거액을 쏟아부은 사람들이 투자금을 회수할지 여부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어떨지에 달렸다"며 "그들의 투자금이 환수될지 지켜보는 일도 대단히 환상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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