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중앙아시아 소국 투르크메니스탄의 안보전략

2022-01-28 11:16:41 게재
정태인 전 투르크메니스탄 대사

유라시아 내륙에 위치한 투르크메니스탄은 인구 500만명의 신생국가다. 국토의 80%가 '카라쿰'(검은 사막)으로 덮여있으며, 산업화 수준은 일천한데다 시장경제로 막 이행 중이다. 러시아의 영향력이 상존하는 가운데 중국 터키 이란 등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중국은 자원을 위해, 터키는 여타 목적으로 접근중이며, 지리적으로 정치·경제적 의존도가 점증할 개연성이 큰 이란과는 국경을 접하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상황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이 추구하는 생존전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주변국이 탐내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엄청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고 유라시아 교통로의 요충지에 위치했다. 그래서 오랫동안 수많은 민족과 국가들에 점령당하는 비운을 겪었다. 구소련 붕괴 후 독립하면서 시련이 다시 고개를 들자 투르크메니스탄은 생존을 위협하는 도전 극복을 위해 3가지 방안을 선택했다. 첫째 유엔 후원 아래 영세중립을 선언했고, 둘째 유엔 중앙아시아 분쟁예방 지역센터(UNRCCA)를 유치했으며, 셋째는 유엔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P5)이 보장하는 중앙아시아 비핵지대화 체제에 참여함으로써 안보를 유엔에 의존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비핵지대화 조약'은 투르크메니스탄을 포함해 중앙아시아 5개국이 참여하고 유엔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P5)이 이행과 안전을 보장하는 의정서를 체결함으로써 성립되었다. 현재 중앙아시아 5개국에는 핵무기가 없다. 최소한 핵무기로 인한 안보 불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찾는 한반도 해법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한반도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북한의 핵 개발로 복잡해진 지정학 속에서 북한이 희망하는 평화협정에 상응하는 '한반도 비핵화 조약' 추진이 가능하다. 또 P5가 북핵협상 결과 즉 한반도 비핵화의 보장이나 적극적 안전보장을 할 수도 있다.

나아가 북핵문제 해결 방안으로 국제사회 대표기관의 참여 또는 활용 차원에서 유엔 안보리 특히 P5 주도의 북핵협상은 시도해볼만하다. P5가 참여해 2015년 타결된 이란 핵 협상은 좋은 선례다. P5의 참여는 △핵 포기 압박조치의 명분과 정당성을 부여하며 △북핵문제 해결을 용이케 하는 동시에 유리한 여건도 조성하며 △향후 한반도 비핵화를 보장하는 효과가 있다. 나아가 유엔 안보리가 북핵협상 타결 후 경제개발 또는 시장경제 정착을 지원하거나 유도하는 주체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유엔 안보리에 의한 북핵협상은 국제사회가 평화정착을 위해 나선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한·미·일 대 북·중·러 진영구도에서도 벗어나게 한다. P5+한국 대 북한 협상구도에서 직접 당사자가 아닌 프랑스와 영국의 참여는 진영논리에서 탈피해 다양한 외교채널을 활용하고 중재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안보 우려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건물과 토지 등 각종 특혜를 제공하면서 세계 최초로 유엔 분쟁예방 지역센터를 자국에 유치했다. 뒤이어 아프리카에 2개 지역센터가 개소했다. 유엔 안보리 산하 기구가 자국 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또 양자 또는 역내 분쟁으로 발전할 소지가 있는 사안을 선제적으로 협의하는 장(場)을 마련해 분쟁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분쟁 발생 시에도 처리방안을 협의하는 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주도에 유엔 분쟁예방 지역센터 유치를

북핵으로 야기되는 긴장해소 및 평화정착 등을 논의하고 이를 지원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차원에서 유엔 분쟁예방 지역센터를 한국에 유치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북핵문제는 역내 평화를 위협하는 최대 요인이다. 나아가 멀지 않은 곳에 여러 나라의 이해가 충돌하는 대만해협도 있고 동중국해도 있다. 어찌 보면 지구상에서 엄청난 규모의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지역이 동아시아다.

분쟁을 논의하고 협의하는 장이 당연히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지리적으로 중국·일본·한반도 사이에 위치해 태평양을 바라보고 있으며 각종 평화행사를 개최하고 있는 제주도가 이러한 분쟁예방 지역센터 유치에 최적지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스스로 방어가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영세중립을 견지하고 이를 유엔이 인정했다. 북한의 핵 포기 이후 안보 우려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북한 또는 한반도 전체를 유엔이 보장하는 영세중립화 대상 지역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