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 리스크’ 3차 오일쇼크 오나
EIA “국제유가 두달 넘게 95달러 웃돌 것” … 70년대 석유파동 닮은꼴 공포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전쟁이 12일째로 접어들면서 글로벌 에너지시장과 금융시장이 극심한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과 달리 장기화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급등락을 반복하고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의 금융시장은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10일(현지시간) 발표한 월간 ‘단기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이란전쟁 여파로 브렌트유 가격이 향후 두달 이상 배럴당 95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중동 상황 전개에 따라 유가 전망이 크게 바뀔 수 있음을 시사했다.
IBK투자증권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했다.
국제유가는 전쟁 조기 종결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10일(현지시간)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 4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11.32달러(11.94%) 급락한 배럴당 83.45달러에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이 곧 끝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다.
그러나 이란은 즉각 반발하며 긴장 수위를 높였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전쟁의 끝을 결정하는 건 미국이 아니라 우리”라며 “공습이 계속될 경우 중동에서 석유 수출을 단 한 리터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CNN과 CBS는 미국 정보당국을 인용해 이란이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 수십개의 기뢰를 설치했으며 필요할 경우 수백개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유가 급등과 지정학적 긴장이 뒤섞이면서 10일 뉴욕증시는 극심한 변동 끝에 혼조세로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전쟁 조기종결 가능성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 사이에서 방향성을 잡지 못한 채 혼란을 겪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유가 흐름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호르무즈 해협 실제 차단 △산유국 협의체 OPEC+ 증산 △글로벌 경기흐름을 꼽는다. 고유가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소비와 산업활동이 위축되며 경기침체 우려가 커질 수 있다.
현 상황은 1970년대 두 차례 석유파동과 닮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1차 오일쇼크는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이후 아랍 산유국들의 석유 금수 조치로 발생했고, 2차 오일쇼크는 1979년 이란혁명과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촉발됐다.
이번 위기 역시 이스라엘과 이란이라는 지정학적 앙숙간 직접 충돌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유사하며 3차 오일쇼크를 예고하는 측면이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글로벌 에너지 공급의 목줄 역할을 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다만 1·2차 오일쇼크 당시 미국은 중동 석유의 최대 수입국이었지만 현재는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자 에너지 순수출국으로 변했다. 또 세계 각국의 에너지믹스도 다변화됐다. 과거에는 석유가 핵심 에너지원이었지만 현재는 재생에너지 원자력 천연가스 등 대체 에너지원이 확대됐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시장 불안이 커지는 이유는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세계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이라며 “국제유가 급등은 원자재 가격상승과 소비위축을 동시에 유발해 저성장과 고물가가 함께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키운다”고 말했다. 실제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세계 경제는 장기간 침체와 높은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겪은 바 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